르포- 공보의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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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공보의 24시
  • 승인 2010.07.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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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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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치료법 쓰고 싶다”
“다양한 치료법 쓰고 싶다”
의료기기 요청… 가격 높으면 불가

창간특집- 르포 공보의 24시

2~3분마다 환자 한명… ‘출장진료’ 녹초 

현재 공보의는 800명 안팎. 허원영 2년차 공보의는 태안군보건의료원에 근무 중이다. 군 내에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어 만든 의료원급 보건소로 다른 도서지역의 보건지소에 비해 여건이 그래도 나은 편이다. 태안군보건의료원의 주 건물은 양방·치과가 쓰고, 한방과는 별관에 마련돼 있다. 옆에는 물리치료실이 함께 있는데 양방과 부속으로 돼있어 한방공보의는 사용할 수 없다. 한방진료실에는 물리치료기기 하나 없다. 침과 뜸, 부항, 테이핑 그리고 보험제제인 56종 한약제제뿐이었다. 제제는 주로 소화불량이나 감기에 처방한다.

태안군 읍내와 다소 떨어져 1시간 간격으로 운영되는 셔틀버스가 올 때마다 환자들이 4~5명씩 몰려왔다. 그럴 때면 허 공보의의 움직임도 따라 바빠졌다.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들은 그와 모두 안면이 있는듯 반갑게 인사부터 나눴다. “지난 번보다 다리 상태는 좀 나아지셨어요?” “좀 나아진 것 같은데 좀 더 치료를 받아야 될 거 같아서요.” 그가 베드에 누운 환자에게 혈자리를 짚어가며 침을 놓는다. “어때요? 통증이 좀 가신 것 같으세요?” “침 놓으니 훨씬 나아진 것 같아요.”

한방진료실 내에는 진료 보조인력으로 공무원(주사)이 한 명 배치돼 있다. 그는 환자 안내 및 접수, 그리고 공보의의 지도 하에 발침을 돕는다. 간호사 역할인 셈이다. 허 공보의는 “보조인력이 없는 보건지소도 있다고 들었다. 그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허원영 공보의는 사암침과 함께 전신질환을 호소하는 노인환자들에게는 주로 8체질침을 쓴다. 체질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혈자리에 침을 놓을 때마다 환자의 고통이 경감되는지를 살폈다. 간단한 건강지도도 함께 해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그는 특히 체질에 맞는 식사습관을 중요시했다.

허 공보의의 진료시간은 다소 오래 걸리는 편이다. 오전 동안 9명의 환자가 왔지만 그는 잠시의 앉을 틈도 없었다. 침을 놓은 후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진료기록을 기재한다. 그는 한약제제는 잘 쓰지 않았다.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만성적인 내과질환이나 관절질환을 주로 앓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질환은 탕약이 제일 좋지요. 한약제제는 보험약인 단미제 56종만 처방할 수 있어 한계가 있어요. 탕약은 안되더라도 좀 더 다양한 과립제를 쓸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는 아쉬움을 표출했다. 치료가 끝나면 진료기록을 꼼꼼히 기재하면서 순간순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부터 KCD로 청구방법이 바뀌면서 상병명을 무엇으로 적어야 할지 헷갈릴 때가 있다. “작년에 공보의들을 대상으로 한 차례 대한한의사협회에서 나와 교육을 했어요. 교육내용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힘들겠지요. 근골격계 질환이 대부분이라서 크게 혼란스럽지는 않지만 간혹 무엇으로 적어야 할지 난감할 때도 있습니다.”

한방치료 호응 높지만 연령층 확대 한계
공보의 년차 놀라갈수록 미래 고민 심각


12시30분부터 점심시간이다. 그는 관사에서 직접 해먹을 때가 많다. 입맛이 맞지 않아서다. 도서지역의 공보의들도 상황은 비슷하거나 좀 더 나쁘다. 아예 식당이 없는 경우는 혼자 해결하거나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공보의들도 있다고 한다.

관사에는 허 공보의 외에도 2명의 한방공보의, 의과·치과 공보의들이 함께 생활한다. 그는 “관사에서 사용하는 전기료 난방료 등은 전혀 지원이 안되고 에어컨도 없다”며 “겨울에는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침낭에서 자는 공보의들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의료원 내 양동훈 한방공보의(3년차)는 “어느 지역에서는 곰팡이가 피고 녹물이 나오는 등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생활여건은 그렇다 치더라도 추나베드 같은 의료기기도 가격이 아주 저렴하지 않으면 요청을 해도 지자체 재정문제로 수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오전처럼 바쁘진 않았다. 제법 한가로움마저 묻어났다. 물론 몰려드는 환자들로 진을 빼는 날이 있다. 출장진료 때다. 지역 농어촌들이 대개 그렇듯 태안군 내 마을도 띄엄띄엄 있어 직접 보건소에 찾아오기 힘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격주에 하루씩 출장진료를 나간다. 5~6시간 동안 2명의 한의사가 환자 100명을 보는데 그나마도 시간상 환자를 제한한 수다.

수련의 경험을 쌓아 임상경험이 비교적 풍부한 허 공보의이지만 환자 수가 몰리는 출장진료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그와 함께 출장진료를 나가는 보건사업팀 양씨도 “식사는커녕 화장실 갈 틈도 없다. 잠시도 허리를 펴기 힘들다. 출장진료를 나갔다 오면 며칠 간은 허리통증 때문에 고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실 공보의들을 가장 괴롭히는 문제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다. 임상의 2년차인 허 공보의의 진료실 한편에는 한의학 서적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공보의 3년차는 고민의 골이 훨씬 더 깊고 크다. 양승훈 공보의는 “한의계가 어렵다고 하는데 먹고 살 수 있을까 부터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며 “개원을 하겠다는 의욕적인 친구들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고 전했다. 개원에 따른 경제적, 임상적 부담감이 크기 때문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양 공보의 역시 남는 시간마다 주말마다 각종 스터디를 좆아다니느라 바쁘다. 다른 2, 3년차 공보의들도 그와 비슷하다.

출장진료 외에도 태안군이 실시하고 있는 한방보건사업은 한방가정방문, 한방건강증진프로그램 등이 있다. 허원영 공보의는 “이렇게 많은 사업이 있는 줄은 나도 몰랐다”면서도 “이런 사업이 활성화 되려면 그에 걸맞은 컨텐츠가 필요한데, 협회가 대공협과 협력해 전국에 있는 보건지소를 대상으로 한방보건사업의 틀을 만들고 이에 대한 성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양승훈 공보의 역시 “출장진료 등을 나가면 환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점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며 “이런 관심을 좀 더 키우기 위해 공보의가 전도사의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원영 공보의는 “노인들 사이에서 반응이 무척 좋다. 단골환자들도 생겼다”면서도 “그러나 그 다음, 다다음 세대들도 과연 침을 맞으려 할까를 생각하면 솔직히 의문이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보의들의 대체적인 정서가 아닐까 싶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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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의 2023-03-29 12:47:33
그 예전에 오전에만 침이 효혐이 있다고 오전 시간에만 오라던 공보의 선생님 이야기 들었는데 그분은 어떻게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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