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유네스코 등재 1주년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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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유네스코 등재 1주년 명암
  • 승인 2010.08.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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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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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주년 관련 행사 저조… 외국과 대조적
해외 전통의학자들 논문 작성 등 깊은 관심
국내 1주년 관련 행사 저조… 외국과 대조적 

동의보감 유네스코 등재 1주년 명암

2009년 7월31일, 바베이도스에서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또한 1610년 8월6일은 허준이 동의보감을 완성한 날이어서 올해는 편찬 40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특히 동의보감 등재 이후 해외 학계에는 동의보감의 가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작년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을 맡았던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전통의학정보연구본부장은 “올해 봄 일본을 방문했을 때 등재 이후 확연히 달라진 국외 학자들의 인식을 느끼기에 충분했다”며 “중의학의 아류 정도로 알려져 있던 우리 한의학이 독자적인 우수성을 가진 점이 알려진 계기가 됐고, 세계에 유례없이 한의사제도가 발전해온 점 역시 부각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한의계가 이런 호재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작년 이맘 때 동의보감 진서의 재현행사 등 몇몇 행사가 이어진 데 비해 올해는 조용하기만 하다. 반짝 행사에 그쳤다는 얘기다. 등재 1주년 기념행사도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한의계에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살리지 못한 것이다.

동의보감 400주년 기념을 알리는 광고.  
동의보감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가장 공을 들인 곳은 동의보감400주년 기념사업단이다. 사업단의 사업은 유네스코 등재와 영역사업, 그리고 발간 400주년을 맞아 산청에서 열리는 2013년 엑스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계전통의약엑스포는 2013년 9~10월 중 30일간 개최될 예정으로 소요예산은 약 400억원이다. 사업단은 올해와 내년까지는 동의보감 영역사업을 비롯해 엑스포와 관련한 사업기획 및 연구조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권오민 기념사업단장은 “2013년 동의보감엑스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지 못하고 기대효과도 미미하다면 행사 개최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며 “전체 한의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행사를 성공시켜야 한의계도 살고 사업단의 목표처럼 한의학의 세계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바람과는 달리 한의계에는 2013년까지 이슈를 확대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행사들이 눈에 쉽게 띄질 않는다. (재)의성허준기념사업회는 벌써 3년째 허준 중건비 건립 문제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다른 회무는 정지된 상황이다. 서준석 이사장은 “동의보감과 관련해 학술집담회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며 “학술적인 면뿐 아니라 홍보 면에서도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아이템의 구성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플랭카드를 제작해 각 한의원에서 붙이도록 했는데 대부분의 한의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떼버렸다”며 “한의사들의 적극적 참여가 부족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청군에서 허준의학상 제정을 준비하는 것과 관련해 허준기념사업회의 참여를 요청했지만 허준사업회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이사진들의 주장이 있어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 고심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의학 독자적 우수성‧ 한의사제 발전 부각
대국민 홍보이용 기획력· 리더십 부재 지적
의사학회 학술대회개최 해외연자 대거 참석

동의보감 사업과 관련해 별다른 준비가 돼있지 못한 상황인 것은 대한한의사협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의협 학술팀 관계자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1주년과 관련해 별다른 행사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관석 이사장은 “한의계로서는 정말 뜻 깊은 소식인데 이와 관련한 행사들이 별로 없다는 것은 협회도 다른 급박한 현안에 밀려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 것 같다”며 “협회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 사업회도 제대로 사업 아이디어를 고민해 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뒤늦긴 했지만 협회에서 9월경 대규모 대국민 동의보감 행사를 준비 중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안상우 전통의학정보연구본부장은 “동의보감 등재 1주년과 편찬 400주년 기념행사를 대규모 국민행사로 마련키로 협회에 제안해 이를 협회장도 동의했다. 다만 규모나 행사내용,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연석 원광대 한의대 교수는 지난 1년간 동의보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같은 큰 이슈를 한의계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한의계가 공중파 방송에서 메인뉴스로 나올만한 거리를 생산한 적이 얼마나 있었느냐”며 되물었다. 그는 이어 “지난 1년간 한의계가 스스로 만든 행사가 과연 있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려면 돈과 인력이 투자돼야 하는데, 이런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결국 한의협의 리더십이 부재한 탓이고 게다가 큰 틀에서 이슈를 확대시켜 나갈 기획력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동의보감 유네스코 등재 기념식 장면.
안상우 본부장도 “등재 1주년을 맞았지만 한의계가 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면서도 “이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앞으로 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한의계가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동의보감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10월2~3일 제천시에서 국제학술대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다행이다. 한국의사학회와 한국한의학연구원·동의보감400주년기념사업단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는 폴 운슐트 독일 샤리테의과대학 교수 등 해외 연자 10여명이 참석한다. 강연석 교수는 “해외 연자들 중에는 중의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있는데 동의보감 번역본을 받아 논문을 쓰겠다고 자청하는 등 동의보감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동의보감에 대한 국외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근 침구 관련 헌재 판결, 무면허자 뜸시술 대법원 무죄 판결 등 각종 이슈에 묻혀 동의보감 세계기록유산 등재 1주년이 숱한 날 중의 하나의 날로만 지나쳐간 것은 작년의 감격스러운 소식에 기뻐하던 한의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모 한의사는 “삼복첩 사업같이 몇몇 한의원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보다는 동의보감 등재와 같은 전체 한의원이 참여할 수 있는 아이템을 홍보사업에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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