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교육과정 개편안 공청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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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 교육과정 개편안 공청회 개최
  • 승인 2010.10.0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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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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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강의 도입 등 임상교육 강화
통합강의 도입 등 임상교육 강화
구체성 결핍… “교육학교실 개설해야” 제언 

한의대 교육과정 개편안 공청회 개최

경희대 한의대 교육과정개발 실무연구회(연구책임자 김남일)가 2008년 9월 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용역을 받아 실시한 교육과정 개발 연구를 마쳤다. 연구회는 개편 가안에 대해 9월27일 경희대 한의대에서 공개 공청회를 개최했다.

교육과정 실행안으로 내놓은 가안에는 구체적인 시수 등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통합강의 도입, 전공강의 축소, 선택과목 확대, 인증제도 도입, 블록식 강의 확대 등을 담았다. 실무팀장을 맡았던 백유상 교수는 “현재 교육과정의 가장 큰 폐단으로 지적된 문제 중 하나인 임상실습의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상과목에 집중하도록 개편했다”고 밝혔다.

김남일
연구결과를 두고 공청회 참가 패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기대감보다 냉담함을 표출했다. 그 이유로 현행 교육과정에 비해 큰 변화가 없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없어 두루뭉술하다 등의 의견이 속출했다.

외부 패널로 참여한 박재현 경희대 의대 교수는 “임상교육 강화를 위해 의대에서도 조기 임상 노출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의사소통 수업 등 저학년 때 할 수 있는 임상실습도 있다. 이런 노력이 개편안에 포함됐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박왕용
박왕용 전 한미래포럼 대표는 “이번 개편안에서는 시스템의 문제를 가장 크게 다뤘는데, 정작 한의대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임상실습의 부실, 즉 졸업 후 1차진료 임상현장에서 제대로 임상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 교육내용으로는 개념적인 중국의 변증논치를 실제 임상에서 활용하기 힘들다는 점인데, 이 부분은 간과된 것 같다. 임상교육 부실의 책임을 안은 교수의 능력 부족이나 인력 충원문제 등도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가 반영됐는데 여기에 학부모들의 의견도 반영됐으면 좀 더 충실한 내용이 담보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이번 개편안에 제시된 뉴패러다임의 개념이 무엇인지 명확히 다가오지 않는다. 개원가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협진이나 일원화 문제 등을 감안한다면 양방과목과의 연계 등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을 내용들이 포함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검토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희대 내부 패널인 정희재 교수는 “학교 교육에 충실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강의를 듣고 이를 적용하면서 혼란을 겪는 문제나 학생들이 책임감 있게 교육내용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의 자질문제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재현
신상우 부산대 한의전 교수는 이에 대해 “임상과 교육이 분절된 시스템이 문제다. 한방병원에서 다뤄지는 환자 케이스와 개원의가 보는 환자의 사례는 괴리가 있다”며 “각 대학이 연구 중심 대학을 추진하면서 교수들에게 연구 부담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교육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신 교수는 개편안에 대해 “각 과목에서 중복되거나 모순되는 내용들을 더 축소, 삭제,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 교수들이 책임 시수가 줄어든 만큼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 분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서도 그런 문제가 일부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방과목 연계 등 현실적 내용 포함돼야
교수들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 노력 필요


신상우
통합식 교육은 이번 교육과정의 주요 화두였다. 백유상 교수가 선실험자인 부산대 한의전의 통합식 교육의 실상에 대해 질의하자 신상우 교수는 “중국의 한의대와 우리가 다른 점은 우리나라 한의대는 종합대학 내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을 살려야 한다. 다른 단과대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반면 박재현 교수는 “명목상 커리큘럼과 실제는 다를 수 있다. 의대 내에서도 통합식 교육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등 각 대학마다 다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실 통합교육과목 교수한테 책임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취지가 좋다고 해서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사비나 교수는 “학생들의 요구를 파악하려는 교수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의사가 독점적인 정보권을 가졌던 과거와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인식하고 또한 일반적인 교육보다 특정 질병에 대해 전문적인 의사의 배출을 요구하는 시대적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사비나
패널 외 참관인들의 질의가 이어진 가운데 신민규 경희대 교수는 “이번 개편안 내용의 상당수가 과거에 도입됐다 실패했던 내용이다. 문제는 학생들의 기본이 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의학 교육의 정체성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최승훈 경희대 한의대 학장은 이에 대해 “교육과정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체인데 예전에 해서 안되더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과거의 제도라 해도 현재에 적용하면 또 다른 내용을 가진다. 교수들이나 학생들 모두 객체가 아닌 주체로 생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안규석 한평원 원장은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원스탑 치료시스템이다. 협진 등에서 요구될 수 있는 내용들이 개편안에 포함됐는지 의문”이라며 “양방임상 총론에 대한 것도 없고, 한방임상총론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또 다른 한 참가자는 “외부에서는 한의학 분야를 침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전공필수를 줄이겠다는데 사회정책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희재
김남일 경희대 교수는 여러 지적에 대해 “각자 입장이나 경험에 의해서만 말씀하시는 것 같다”며 “기존 교육과정의 70%를 그대로 두고 나머지 30%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개선을 하자는 거다. 구체적인 부분은 교수님들과 토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편안에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오자 백유상 교수는 “아직 개편안의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두어 달 정도 시간을 갖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겠다. 개편안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그 과정에서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박왕용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이런 논의가 지속되기 위해선 한의대 내 교육학교실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재현 교수는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교육은 정치적인 것이어서 점진적이기도, 개혁적이기도 하다. 점진적으로 가는 것도 구체적으로 실행하면 나쁜 방법이 아니다”며 “가장 우선해야 할 것 중 하나가 교수 개발프로그램의 준비”라고 역설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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