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칼럼] 일본을 꾸짖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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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칼럼] 일본을 꾸짖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
  • 승인 2003.04.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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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의 기개로 긍지부터 되찾자

지금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역사왜곡을 하며, 고기를 못 잡게 횡포를 부리고, 신사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것을 보며 통분해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의 잘못을 떳떳하게 나무랄 수 있을까?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자존심조차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그런 다음 일본의 잘못을 준 엄하게 꾸짖는 게 순서가 아닐까?

일본의 잘못을 나무라면서 우리는 잘못된 일본말 찌꺼기를 써왔고, 일본 제국주의가 만든 말을 지금도 무심코 쓰고 있다. 조선을 이씨조선이라고 비하한 ‘이조’란 말을 쓰는가 하면 명성황후를 ‘민비’로 쓰는 일을 주저하지 않고, 잘못 만들어진 말의 대표격인 닭도리탕, 돈까스, 만땅을 무심결에 쓰고 있다. 우리의 위대한 된장을 모방했지만 항암능역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저들의 ‘미소된장’을 비싸게 수입해다 먹는다. 그런데도 그들이 우리를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한심한 일이 아닐까? 여기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일본에 무시당하지 않고, 손해보지 않는 길일까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한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상징물이라면 한글, 김치, 고려인삼, 한복, 호랑이, 태극 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오랜 옛날부터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깊이 자리잡아 온 것은 ‘소나무’가 아닐까? 예부터 수많은 전설과 그림, 문학작품 등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임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고향생각을 할 때 늘 떠오르는 것이 마을 뒷동산에 구부정하게 서 있는 소나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 집에서 태어나서 송편, 송이버섯을 비롯 소나무를 이용한 각종 음식, 약재를 먹고살다가 죽어서는 소나무관에 들어가며, 무덤 주위도 도래솔이란 소나무로 둘러싸이는 그런 삶이었다. 소나무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삶이라 하겠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나무인 이 소나무는 어처구니없게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세계에 먼저 소개하여 ‘Japanese red pine’ 즉 ‘일본 소나무’라고 알려져 있으며, 오히려 잣나무가 ‘Korea pine’ 즉 한국소나무로 알려져 있다.

경복궁 등 조선시대 궁궐은 모두 소나무로만 지었는데 이는 소나무가 나무결이 곱고 나이테 사이의 폭이 좁은 것은 물론 강도가 크고, 거기다가 잘 뒤틀리지 않으면서도 벌레가 먹지 않으며, 송진이 있어 습기에도 잘 견뎠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궁궐건물이며, 대한제국 말기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을 지켜보았던 경복궁 근정전 1~2층을 연결하는 중심기둥인 `뿌리기둥(귀고주)’ 4개 중 3개가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부서져서 미국산 홍송(더글러스 퍼)으로 바꾸기로 했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진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우리 소나무를 남벌해 간 탓이라며, 지금이라도 북한과 협력하여 백두산의 소나무를 찾아서 써야한다는 여론이 생기고 있다.

일본인들과 친일파들의 기막힌 궤변을 들으면서 우리 민족의 지도자 월남 이상재 선생의 일화는 새겨 볼만한 이야기라고 하겠다. 일본의 저명한 정치가 오자키가 당시 한국의 민족 지도자들을 두루 방문하던 중 월남 선생님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월남 선생은 집 뒤의 산에 올라가서 소나무 밑의 너럭바위에 돗자리를 깔고, 응접실이라 했다. 그 뒤 오자끼는 “조선에 가서 무서운 영감을 만났다. 무엇보다도 그가 나를 데려간 뒷동산의 몇 아름 되어 보이는 소나무 밑에 꼿꼿이 앉아서 일본의 침략을 꾸짖는 그의 모습은 한마디로 존경스러웠다. 그는 세속적인 인간이 아니라 몇 백년 된 소나무와 한 몸인 것으로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한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파렴치한 일본에겐 소나무처럼 강직한 월남선생의 기개가 우리에게 살아있어야 저들이 우리를 넘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제발 사대주의에 속에서 자학하는 모습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긍지를 굳건히 함으로써 자랑스런, 멸시받지 않는 한국이 되도록 한 다음 일본을 꾸짖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김영조(민족문화운동가)
※연락처 02)969-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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