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료일원화 모델을 도입할 것인가?

의협, 의대 중심의 한의학교육 흡수 통합 주장
한의계, “일원화보다 한의사 발전방향에 집중해라”

지난 13일 한의약발전을 위한 열린포럼(공동대표 진용우·한상표)이 창립 1주년을 맞아 ‘지속가능한 한국형 보건의료체계 발전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의료일원화와 관련해 토론자들 간의 격론이 펼쳐졌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한국 보건의료의 현실과 전망’을 주제로 한 주제발표에 이어진 토론회에서 한의협 박용신 기획이사는 의협 산하 일원화특별위원회가 그동안 한의계와 관련해 발표한 성명서와 언론보도의 내용들이 한의계를 자극하거나 폄훼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고 소개하면서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 양 학회가 협력과 교류를 이미 시작해왔고 의협에서도 미진하나마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두 단체가 서로의 업권을 지키기 위해 반목을 계속해온 것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는 해와 바람’ 우화에 나오는 바람정책이었다고 본다면, 이제는 미래지향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통해 전체 국민을 위해 햇볕정책을 펼 때”라고 제안했다.

이에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 부위원장과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의협 은상용 정책이사는 “양의계가 한의계에 대해 반박주장을 펴온 것은 업권 다툼이 아니라 한의사들이 IPL, 초음파 등 의료영역을 침범한 것에 대한 수세적인 정책이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은 이사는 “의료 이원화로 인한 양 단체 간 다툼은 근본적으로 의료이원화체계를 만든 정부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며 “정부가 두 영역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안됐기 때문에 밥그릇싸움으로 비쳐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발 나아가 ‘어떤 일원화 모델을 도입할 것인가’에 대해 은 이사는 “양 의학계의 교육통합부터 시작해 추후 면허까지 통합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의협의 일원화 모델에 관한 입장이라고 분명히 했다.
특히 교육통합에 대해서는 의대 내에 한의학 과정이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의대 6년제 중 1～2년의 한의학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에는 한의사 수련의 과정과 한의전문과목 수련과정을 통해 한방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즉 의대가 중심이 된 한의학 교육의 흡수 통합체제다.

백은경 한미래포럼 대표는 박용신 이사에게 “의료통합을 하려면 두 단체가 격이 맞던지 마음이 맞던지 일정부분 맞아야 하는데 긍적적인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꿈을 깨라 말하고 싶다. 일원화를 바라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보여지는데 오히려 한의사 발전방향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박용신 이사는 “꿈을 깨라는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논의가 진전되고 기회가 생긴다면 좀 더 긍정적인 내용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진용우 열린포럼 대표가 “한약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GOT, GPT 등 간수치 검사와 단순골절 등을 확인하기 위한 엑스레이 사용에 대해 같은 의료인으로서 넓게 생각할 수 있지 않느냐”를 묻자, 은 이사는 “김남수씨가 면허가 없어서 불법의료업자이듯 이러한 행위들은 의사들에게 부여된 배타적 면허의 독점권 문제로, 한․양방 면허가 통합되기 전까지는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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