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한의보험의학회에 바라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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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한의보험의학회에 바라는 기대
  • 승인 2010.12.0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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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승

장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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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한의보험의학회가 공식 출범했다. 한의계에서 보험관련 연구나 정책수립이 대부분 개별적·산발적으로 이루어진 과거를 비춰볼 때 이번 학회 창립은 그만큼 뜻 깊고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대부분 보험분야 전문가들이니 당연히 앞으로 잘 이끌어주시리라 생각하지만 몇 가지 부분을 더 집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첫째 앞으로의 보험관련 연구는 질병 중심으로 가야 한다. 이미 쓰고 있는 KCD체계에서 한의계 보험수가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질병명 중심의 연구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양방에서 신약개발 할 때도 disease management를 이용해 질병에 대한 수요예측과 전문적 관리를 통해 시장성평가를 한다. 이를 통해 경제성평가를 하고 보험수가도 이미 산정하고 약물 개발을 진행하는 게 거의 정석처럼 되어있다. 한방건강보험의 수가체계는 너무나 단순하고 양방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질병별로 진단·치료 임상지침이 정해지고 거기에 합당하는 보험수가를 책정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질병중심의 데이터가 쌓여야 장기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진행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양방과의 비교우위를 주장할 수 있으며 좀 더 많은 질병군에 한방치료수가를 정당하게 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현재 비급여로 되어있는 부분도 급여부분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장기적으로 수가체계를 완전개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행위별수가제는 국가나 국민의 입장에서도 의료서비스 과잉을 조장할 수 있는 체계이다. 과다한 항생제 남용, 각종 수술 남용 등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나는 이런 양상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급속하게 늘어나는 한의사 수를 봤을 때도 행위별수가제 형태로 전체 한의사의 생존은 보장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지금의 낮은 수가를 최소한 3-4배 이상 올려야 하며, 대신 환자를 많이 봐야 의사가 돈을 버는 형태가 아닌 환자가 의료서비스를 많이 이용하지 않아야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주치의제도 형태로 가야 할 것이다.

꼭 필요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정당한 수가를 받고 의료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 주치의제도를 통해 환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형태로 가야 한의학의 장점인 ‘건강증진’ 기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체제변화는 양방과 협의를 거칠 수밖에 없으며 우리가 먼저 연구를 진행하고 논의를 주도해야 매번 핵심 의료정책에서 배제되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한약건강보험은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위 2가지를 충족시키는 분야에서 먼저 한약건강보험이 진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아환자의 한약복약과 감기 유병률 등을 조사하는 광범위한 코흐트조사를 통해 실제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한약치료 후 감기 걸리는 횟수나 병원 이용률이 줄어들었다는 환자들은 많지만 이것으로 국가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기에 제대로 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실제로 경제성평가를 통해 첩약 건강보험의 수가나 범위를 결정하고, 이를 통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국민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한의사와 국가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노인의 의료비 증가도 의료비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감기뿐 아니라 척추수술, 관절수술과 관련한 역학조사도 같이 진행되면 의료비 절감에 한약치료가 기여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장욱승 경기 경희용정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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