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의협, 의료일원화 공동기자회견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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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의협, 의료일원화 공동기자회견 ‘불발’
  • 승인 2010.12.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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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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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 절차 없이 양 회장단 차원 제안에 ‘우려’ 표명

양측 협의모임서 ‘시기상조’판단
내년 2월 前‘일원화’ 자료 교환키로

대한한의사협회-대한의사협회가 의학통합(일원화) 관련 공동기자회견을 하기로 했으나 갑작스레 취소됐다.

의학통합과 관련해 양 단체가 입장을 밝힐 기자회견은 김정곤 한의협 회장, 경만호 의협 회장 두 사람이 의견일치를 보아 원래 12월 15일 열리기로 했다가 다시 12월 27일로 한차례 연기됐었다.

이에 앞서 지난 12월 11일 두 번째로 열린 한의협-의협간 일원화논의를 위한 협의모임에서는 양 단체를 대표하는 위원 4명씩 총 8명의 위원들이 공동기자회견을 하자는 안건을 두고 “아직 시기상조”라며 취소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의협측 한 참석 위원은 “의협 쪽에서 먼저 아직은 내부논란으로 인해 기자회견을 할 때가 아니라며 취소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놨고, 우리 쪽에서도 같은 의견이어서 취소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최문석 부회장도 “기자회견은 회장단 차원에서 먼저 내놓은 제안이긴 하나 실무단에서 검토를 해야 할 필요성에 따라 실무단에서 논의를 하게 됐다”며, “양측이 내놓은 기자회견문 내용도 합의하지 못했다. 당장 기자회견을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실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합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취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열리기로 예정됐다가 취소된 기자회견과 관련, 지난 12월 13일 한 보건의료전문지가 입수해 게재한 의협측의 기자회견문 내용에는 “두 단체는 이원화돼 있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단일의학체계로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며, 의학과 한의학 단일의학체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상호협력과 융합을 위해서는 이원화돼 있는 의학과 한의학 의료체계의 일원화를 통한 단일의학체계의 구축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두 단체는 허심탄회하고 진지하게 협의를 진행해나갈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히고 있다.

의료체계 단일화를 위한 의학체계의 단일화, 다시 말해 교육시스템의 일원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학교육단일화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최문석 부회장은 “의협측이 내놓은 기자회견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가 동의한 부분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회견문을 보도한 이 언론은 최근 경만호 의협 회장과 갈등을 빚어온 전국의사총연합의 기관지로 알려졌다. 또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반대의견을 밝혔으며, 기자회견 취소와 관련해서도 일특위의 반대가 주효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특위는 기자회견 취소와 관련해 “의협이 일원화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회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비밀스럽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의학통합 논의가 왜 비밀리에 진행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최문석 부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한 것이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밝힐 내용도 없고, 또 주제 자체가 민감한 내용이어서 논란만 키우는 모습이 될 수 있어 양 단체가 모두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향후 공론화 여부에 대해서도 “공론화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아마 내년 정기대의원총회를 즈음해 공론화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 “내년 대의원총회에서는 의학통합 관련 연구용역 발주와 관련한 안건을 올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이번 의학통합 논의를 위한 협의회는 기자회견 일정 외에도 모임의 명칭과 향후 일정에 대한 안건도 함께 논의했다. 협의체의 명칭에 대해서는, 일원화라는 명칭이 갖는 폭발력이 크다보니 한의협의 경우는 ‘의학통합’을, 의협의 경우 ‘단일의학’을 각각 모임의 타이틀로 삼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또한 협의회가 자주 만남을 가질 것을 제안하고 두 단체 모두 이에 공감했으며, 다음 모임은 2월 중 가질 예정이다. 2월 모임에 앞서 양 단체는 두 단체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일원화 관련 연구자료를 모아 서로 교환키로 했다.

한편 의학통합 논의과 관련해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자 한의계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찬반양론이 갈리고 있다. 우려하는 쪽에서는 “서로가 어느 정도 대등성을 가지고 의료통합을 논의할 수 있는지, 논의에 임하는 두 단체가 다른 의도 없이 진정성을 가지고 임할 수 있는지 등을 심도 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요구했다.

반면, 공동기자회견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일원화 논의가 시작된 것부터가 긍정적인 신호”라며 “이번 공동선언도 대등한 위치에서 시작된 행동”이라며, 논의진전을 바라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의료통합과 의학통합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며 “서로 간 진료의 제약을 없애고 다양한 의료행위를 보장하는 것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하는데 본말이 전도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다수 한의사들은 공통적으로 “일반회원들의 의견수렴 없이 협회가 일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고 갑작스럽게 공동기자회견을 준비했던 것은 우려스럽다”며, “여러 회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찬반양론을 들어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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