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한의사 의료윤리 규정 및 지침 시급하게 재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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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한의사 의료윤리 규정 및 지침 시급하게 재정돼야
  • 승인 2011.02.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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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효

김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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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권익과 명분을 위하여…

한의사에게 倫理(ethics)란 어떤 것일까? 윤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라고 설명되어 있으며, 마치 에티켓(etiquette)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즉, 예의범절을 윤리와 연계하여 이해하는 편이 우리에게 친근할 것 같다. 이와 같은 의미로 볼 때 한의사에게 윤리란 멀리 있거나 형식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삶의 일부이자 자신이 소속된 사회 속에서 지키고 이끌어야 할 도리인 것이다.

국내에서 한의사로 양성될 때 유·불·선에 기초한 동양 전통사상이 은연중 교육에 깊이 관여하고 있기에 한의사는 기본적으로 동양의 전통 윤리관이 학습되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많은 한의사들은 이 사실에 공감하면서 ‘한의사는 현대사회의 다른 의료인에 비해 더 윤리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통계청의 ‘2010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방의료기관에 대한 국민의 의료서비스 만족도가 타 의료기관에 비해 높았다는 점도 우리 스스로 더 윤리적이라는 생각을 뒷받침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때문일까? 현재 한의사회에는 공식적인 윤리규정과 윤리지침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많은 한의사들은 이를 모르고 있거나, 일부 한의사는 한의사에 대한 윤리규정의 필요성마저 부정적으로 보면서 ‘한의학과 한의사는 그 자체가 윤리’라고 강변하며 생명관과 윤리관에 대해 서양사상에 기반을 둔 현대의학과 비교 설명하면서 더 이상 윤리에 대하여 규정하고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리 냉엄하며, 전문가 집단(medical professionalism)에게 더욱 강화된 도덕과 윤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의사회는 복잡다단한 현실상황에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역량을 배양하고 스스로에게 주어진 배타적 권리를 공고하게 하기 위해 윤리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한의사회는 막연하게 한의사 개인에게 윤리를 맡겨둔 상황이다. 마치 ‘醫者意也’라는 명제처럼 상대주의적인 생명·윤리관이 통용되고 있는 셈이다.

의료인으로서 한의사의 현실은 현재 여러 의약관련단체 간의 갈등 및 정부와 이해관계 속에서 한의사의 생존에 대한, 쉽게 풀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에 고심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로서 갖추어야 할 공익적인 위상과 명분을 제시할 윤리관과 윤리규정은 한의사회 정관에 아직까지 부재하고, 이런 사실이 여전히 간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치열한 한의사의 현실적인 문제와는 다소 동떨어진 느긋한 의견제시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지만, 윤리규정은 무엇보다도 시급하게 한의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조선시대 세조는 ‘의약론’을 통해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하여 환자가 원하는 것을 따르는 心醫를 최고의 의사로 표현하였고, 반대로 총명하기는 하나 세상의 이치를 잘 모르고 환자를 측은히 여기는 마음도 없는데다가 병을 이기려는 고집만 세서 의리에 합당하지 않는 짓을 하며 자신만 옳고 남을 업신여기는 의사를 殺醫라 표현하는 등 총 8가지로 분류했다.

필자는 이와 같은 의미가 현대사회의 의료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실제로 국제사회의 의료윤리규정과 지침에도 이와 같은 이슈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현재 ‘윤리는 법이 요구하는 것보다 높은 행동기준을 필요로 하고, 윤리를 지키기 위해 의사는 비윤리적 행동을 요구하는 법을 위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을 통해 의료윤리가 환자의 권익과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개척해 나가는 명분이 되고 있음을 한의사는 깨달아야 한다.

2011년 3월 대의원총회에서 한의협은 그 동안 정관에 부재한 한의사 윤리규정과 윤리지침을 ‘한의사윤리장전 제정’을 통해 풀어갈 것이란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도가 이미 2005년에 있었지만, 당시 대의원총회에서 부결되는 아픔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당시 결과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번에 다시 시도되는 한의사 윤리장전은 너무나도 중요한 사안이기에 한의협이 철저한 준비를 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이에 한의사 모두가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건전한 비판과 함께 긍정적으로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 의료윤리의 제정을 바라보아야 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한의사의 의료윤리 이슈가 범사회적으로 부각될 수 있도록 하여 한의사가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갖는 권익과 명분을 굳게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재효 원광대 한의대 경혈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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