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한약제제 사용의 당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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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한약제제 사용의 당위성
  • 승인 2011.04.21 12:1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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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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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할 수 있는 한약제제 사용 위해
한의사의 주인의식과 참여 노력절실

최근 젊은 한의사들이 약 환자를 만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한의원인지 침술원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한약재의 안전성 문제와 의사들의 한약 먹지 말라는 지시 때문에 환자들이 약을 기피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이제 첩약의 시대는 갔다며 몇몇 사람들은 앞으로 한약제제가 점차 첩약을 대체하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반면 한방건강보험에서 한약제제를 사용하는 비율은 계속 줄어들어 1.5%에 못 미친다는 암울한 수치도 있다. 앞으로 제제의 시대가 된다는데, 한의사들은 왜 현재 제제를 그다지 쓰지 않고 있는 것일까? 물론 한약제제를 사용해서는 첩약과 같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막상 쓰려고 할 때도 마땅히 적당한 제제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약제제는 한약재를 원료로 제약회사에서 제조된 의약품이다. 직접 달여 먹던 한약이 제품화된 의약품이 되려면 갖춰야 하는 조건이 무엇일까?

의약품의 조건으로 효과가 있고 안전하다는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를 들 수 있겠지만, 사실 현재의 한약제제들은 자료제출면제 의약품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기성 한약서에 적혀 있는 것을 근거로 별도의 안전성, 유효성 자료제출 없이도 제약회사가 의약품을 만들 수 있도록 식약청에서 허가하여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한의사들은 한의서 내용에 의해 만들어진 제제들이므로 기성 한약서에 기재된 것과 같은 효능·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중 한약제제가 직접 조제하여 전탕한 탕제와 동등한 효과를 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약제제는 외부에 내세울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안전성, 유효성 자료도 없을 뿐만 아니라  탕제와 비교하여 어느 정도의 효능을 나타내는지도 알 수 없는, 한의사들에게도 신뢰할 수 없는 약인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이미 1985년에 후생성에 의해 제제는 원칙적으로 표준 탕제와의 비교시험에서 지표성분 2개 이상(가능한 한 많은 성분)의 평가를 하도록 하고, 1988년에는 ‘한방 GMP로서 제조관리 및 품질관리에 관한 기준’을 제정하여 이에 따라 한방제제의 품질저하가 방지되고 달여 먹는 한약과 의료용 엑기스제제의 동등성이 인정되었다.

대만은 1995년 100종의 한약표준방의 확정을 시작으로 동일명칭 방제에 약물조성·용량 등과 같은 표준처방을 만들어 각 제약공장의 생산품 표준화에 따를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었다.

우리는 한참 늦은 감이 있지만, 환자를 치료하는 한의사가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없다면, 당당히 그러한 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또한 받아들여져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한약제제가 주로 사용되는 시대가 오려면 한약제제의 주인인 한의사들이 더 이상 한약제제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주인의식을 갖고 한약이 현대사회에서 대량 생산되는 의약품으로서 의약품의 개념에 맞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품질을 갖추도록, 스스로 평가하고 요구하고 개선하고 정보를 생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일이다.

김윤경 /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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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4 23:14:50
이럴줄 알고 의전입학했습니다.
한약제제 자부심 갖고 많이 사용하세요 한약학과 교수님이신 한의사님ㅋ

제자 2011-04-20 17:05:40
약사법상 한약제제는 한약사 및 약사 고유권한으로 아는데, 한약제제의 주인이 한의사라고 말씀하시면서 신분은 한약학과 교수.......씁쓸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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