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 로지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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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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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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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外 著
 전대호 역 / 랜덤하우스 刊

1달 여 전 4학년 마지막 생일을 넘긴 탓일까요? 근래 들어 부쩍 인간 삶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가령 ‘스콧 니어링’이나 ‘체 게바라’와 같이 막연하게 닮고픈 사람들의 인생 전반에 대한 궁금증이 샘솟듯 밀려들었습니다.

어렸을 적 위인전 읽는 기분일까 싶어서 그간 자서전이나 평전은 여간해선 집어 들지 않았는데, 역시 인구에 회자되는 분들의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고 유익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최근의 저의 감정에 치우쳐 책을 1권 추천드릴 텐데, 비평을 곁들여 적은 전기, 곧 평전(評傳)이란 이유로 따분하리라 지레짐작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만화이기 때문입니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등의 글과 알레코스 파파다토스 등의 그림이 잘 버물어진 「로지코믹스(Logicomix)」는 논리학자·철학자·수학자·사회사상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기도 한 러셀(Bertrand Russell)의 일대기에 관한 만화책입니다. 하지만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라는 부제 그대로, 주된 내용은 흔히 ‘과학의 여왕’으로 칭송 받는 ‘수학’의 진리로서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즉, 논리학을 통해 완전무결한 수학의 밑바탕을 확립하고자 했던 러셀의 열정적인 진리 추구의 여정에 관한 것입니다.

지은이들의 의도가 담긴 서곡·간주곡·피날레 등을 제외하면, 러셀의 파란만장한 일생은 유년기를 묘사한 펨브로크로지부터 노년기를 언급한 불완전성까지의 부분입니다. 보노라면 러셀의 불행한 삶에 그저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고, 열정적인 진리 추구의 모습에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게도 됩니다. 물론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논리학을 파괴하는 집합론에 대한 역설로 여겨지는데, 널리 알려진 위대한 사상가들 화이트헤드·칸토어·푸앙카레·힐베르트·비트겐슈타인·폰 노이만·괴델·튜링 등과의 지적 교류 모습 또한 몹시 흥미롭습니다. 저야 뭐 “산술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하다. 따라서 산술에 토대를 둔 모든 체계도 필연적으로 불완전하다”는 괴델과,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에 더 꽂혔지만 말입니다.

「로지코믹스」의 가장 큰 미덕은 어려운 주제를 훌륭한 내러티브(敍事)와 일러스트로 재구성함으로써 일반 독자들도 쉽게 다가가게끔 했다는 점일 겁니다. 우리 한의계에서도 이렇게 접근 용이한 책들이 쏟아져 나와 널리 읽혔으면 하는 마음 가득합니다. (값 14.800원)

 안세영 /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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