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99) - 「濟癃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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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99) - 「濟癃篇」
  • 승인 2011.07.2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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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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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림병의 유행과 運氣治法의 盛行

제륭편

해마다 되풀이되는 돌림병과 이름 모를 괴질의 유행은 어째서 생겨나는 것일까? 질병의 증상은 왜 유행할 때마다 바뀌는 것일까? 이러한 원천적인 질문에 파고들어 천지의 운기가 서로 번갈아 바뀌는 자연의 변화 속에서 해답을 구하고자 했던 선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濟癃篇」이란 책으로 일반인에겐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한국본 의서 가운데 운기의학서로 이름이 올라 있고 한의고전명저총서에 등재되어 전문을 손쉽게 찾아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필사본 1책, 전문 4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쉽게도 저자와 집필시기가 명료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또 목차나 범례도 붙어 있지 않은 걸로 보아 타인에게 읽히기 위해 저술한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본문 첫머리 ‘運氣總論’에는 「醫學入門」 運氣總論의 내용이 전재되어 있고, 주요 골자를 이루는 五行衍論序, 十干運太過不及病症及用藥論은 1725년 草窓 尹東里가 지은 「草窓訣」의 내용을 원용한 것이다.

이러한 정황으로 보아 이 책은 대략 「초창결」이 두루 유포된 1700년대 후반 이후에 집필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본서의 내용은 온전히 五運六氣를 통한 운기의학에 관해서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본문은 ‘運氣總論’ ‘五行衍論序’ ‘十干運太過不及病症及用藥論’ ‘運氣用藥’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각각의 장별로 세부논의들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예컨대 十干運太過不及病症편에서는 6개년씩 묶어 十干年의 운기에 따른 오행의 순환원리와 자주 나타나는 병증들이 분류되어 있다. 이어 환자가 태어난 해의 운기와 당해 년에 유행하는 운기에 따라 마주치는 질병의 양상이 열거되어 있다. 예컨대 甲辛年生이 甲辛年을 만나 생기는 병증은 요통, 脚重, 腹滿, 睾丸出冷汗, 一身寒冷, 不忍當風, 或困倦耳鳴 등 증이다. 이때에는 附子山茱萸湯에 가감하여 쓴다.

이어 運氣用藥에는 十二支별로 용약을 달리하는 운기방이 수록되어 있는데, 예컨대 子午년에는 十味導赤散과 正陽湯, 丑未년에는 溫腎湯과 備化湯을 쓴다. 또 寅申년에는 補中益氣湯을, 卯酉년에는 淸肺湯을, 辰戌년에는 羌活勝濕湯, 靜順湯, 理中湯, 回陽湯, 濕心益元湯을, 巳亥년에는 補中益氣湯과 柴胡抑肝湯을 위주로 처방한다.

기타 ‘五運合紀’ ‘六十年客氣旁通圖’ ‘新增靈樞經’ ‘年運同人’ ‘痘疫方’ ‘紅疹新方’ 등이 이어진다. 말미에 붙어 있는 痘疫方, 紅疹方은 결국 이 운기방에서 추구한 집요한 관심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소아사망률의 수위를 달렸던 두창과 마진의 유행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차대한 문제였을 것이다. 나아가 한 평생 인생의 행로를 미리 알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이듯이 매년 바뀌는 年運과 客氣의 흐름을 미리 파악하여 돌림병이 번지는 것을 막는 것, 그것을 의원의 당연한 소임으로 여겼을 것이다.

특히 재미난 부분은 ‘新增靈樞經’(부제 : 十柱論)이라 이름 붙인 내용인데, 1년 12달의 운행에 따른 歲時와 12경락 經氣의 흐름을 연계해 논술한 내용이다. 여기에 따르면 1월은 족궐음간경, 2월은 족소양담경, 3월은 수궐음심포명문, 4월은 수소양삼초명문, 5월은 족궐음비경, 6월은 족양명위경, 7월은 수태음폐경, 8월 수양명대장, 9월 족소음신경, 10월 족태양방광 등으로 배속해 놓았다.

그런데 여기서도 심과 소장은 하늘에 태양이 둘일 수 없고 땅 아래 임금이 두 사람일 수 없듯이 오장의 군주가 된다는 논리를 들어 1년 중 어느 한 달에 특정하는 것을 배제하였다. 우리 식의 논법이 아닌가 싶어 가던 눈길이 붙잡히고 만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전문연구자가 많지 않은 분야이나 한국적인 특색이 농후한 환경의학으로 거듭날 날을 기대해 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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