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06)「東艸單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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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06)「東艸單方」
  • 승인 2011.09.2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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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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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달라지는 傳染病의 유행

 

「東艸單方」

「東艸單方」이라는 서명만 보아서는 무슨 향약단방처방집이라도 되는 듯싶다. 하지만 본문을 들춰보니 전혀 예상과 다른 내용이 담겨져 있다. 편자 미상의 한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종두에 관한 전문적인 의론이 펼쳐져 있는데, 「種痘神訣」 「治痘方」 「種痘定論」 3가지 종류의 서로 다른 두창 전문서를 모아놓은 것이다.

이것들은 서로 별개의 독립된 책이었으나, 이 필사본을 엮은 주인은 한데 모아 원래 그런 것처럼 하나의 책으로 잘 어울리게 재편해 놓았다.

3편 중에 ‘종두신결’ ‘치두방’에는 서문이나 발문이 없어 원작의 성립연대와 작자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치두방의 내용은 三山 尹志五가 지은 「鳳城新方」의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의서산책 170회, 「鳳城新方」 2003년 9월 1일자>

일명 ‘尹氏痘瘡經驗方’이라고도 하는데, 책 이름의 鳳城은 「동국여지승람」에 지금의 경상남도 합천군 삼가면을 말한다고 하니 지역특색이 가미된 두창치료 경험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한편, 「종두정론」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필사자가 서문을 요약한 글을 서두에 실어놓았는데, “康熙五十二年, 歲在癸巳春三月上浣之吉, 太醫院御, 豫章朱純蝦玉堂氏, 新著種痘方,……煩不書”라고 밝히고 있다. 이 문구를 통해 여기 실린 내용이 1713년 淸의 朱純蝦(字 玉堂)가 지은 「痘疹定論」의 골자만 간추려 등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첫 글인 ‘종두신결’은 종두에 관한 증치를 목적으로 지어진 책이다. 본문 중에 “種痘之時, 先知氣血虛實”, “每當行痘之時, 先補爲主”라고 하여 종두를 기와 혈의 관점에서 보는 한편, 허증 위주로 병증변화를 풀어가고 있다.

이어서 始痛四五日, 出見三日, 起脹三日, 貫脹三日, 收靨三日, 落痂後症治 등 종두의 발생, 수렴, 가피탈락에 이르는 일련의 경과에 따라 변화하는 병증을 기준으로 각 시기별 변증시치를 논하고 있다.

이것은 두창과 마진치법을 설명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끝으로 ‘右藥和劑列書記’에서는 본문에서 언급된 처방들을 차례대로 나열하였는데, 四物湯, 加味四物湯, 抱龍丸, 加味活血湯, 木香散 등 기혈을 다스리는 약을 위주로 하고 있어 치법 상 관점을 살펴볼 수 있다.

두 번째 글인 ‘치두방’ 또한 전문적인 두창론이다. 대부분의 두창치법과 달리 “皆痘瘡, 雖曰五臟之毒, 而脾爲主也”라 하였고, 또 “全虛者, 十狀九八, 實者, 十不一二”라 하여 두창은 脾土에 그 원인이 있으며, 허증이 많기 때문에 과거의 淸熱疏瀉하는 약으로는 구제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앞서 ‘종두신결’과는 세세한 부분에서 견해차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편자는 이렇듯 서로 다른 견해를 모두 포용하고 있다.

‘치두방’ 또한 禁忌, 初熱三朝, 出痘三朝, 起脹三朝, 貫膿三朝, 收靨三朝 등의 순서로 전개되고 있어 병증의 전변에 따른 증치법을 보여준다. 본문의 기술은 소주제별 분류 아래 痘症의 경과와 변증요령을 간단하게 적고, ‘此時’라는 접두어를 두고 그 아래 兼症에 대한 증상과 치법을 적었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面部先見痘苗八卦方位之圖’이다. 얼굴의 각 부위를 팔괘에 대응시켜 두진이 나타난 부위를 밝히고 이에 따라 변증분석을 달리하는 매우 독창적인 설명방식을 취하였다.

세 번째 글인 종두정론은 종두의 병증과 치료 보다는 種痘根源論, 精神形色論, 辨五臟合一論, 驚搐分別論, 種痘論, 胎毒蘊於命門論, 泄瀉分別論, 來班來丹來疹論, 倒陷倒靨論, 變形色論, 不可種論, 痛痒, 虛實論 등 종두에 관한 의론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여기서는 두진의 병리기전을 胎毒이 命門으로 들어가 時令運氣를 만나서 발병하게 된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이때 마주치게 되는 운기에 따라서 두창과 마진으로 나뉘게 된다는 주장 또한 인상적이다. 빛나는 현대과학의 힘을 빌어도 우리는 아직 왜 해마다 서로 다른 전염병이 유행하게 되는지 명쾌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안 상 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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