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08)「幕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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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08)「幕經」
  • 승인 2011.10.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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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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帳幕을 걷어내고 臟腑氣血을 보다

 

조선조 후기에 작성된 필사본 의서로 역대 각종 의학서에 나오는 脈法에 관한 글만을 모아놓은 책이다. 48장 1책으로 된 필사본으로 편찬자가 표기되어 있지 않아 상세한 출처를 알기 어렵다.

 

표지에는 「幕經」이라 쓴 서명 이외에 ‘附入門脈訣’이라 쓰여 있어 대개 이 책에 담겨진 내용이 주로 「醫學入門」에서 발췌한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책명의 ‘幕’은 ‘脈’과 뜻이 상통하는 표현이다. 아울러 장막 너머로 보이는 방안의 상황을 미루어 살피듯이 인체의 내장, 오장육부의 기혈허실을 낱낱이 살펴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위와 같이 각종 의서에서 맥법에 관한 내용만을 한데 모아서 엮은 것이기 때문에 이 책에는 일정하게 통일성을 갖춘 체재는 없다. 목차를 살펴보면 脈病總要詩, 二十七脈分解妙訣, 入門脈訣, 諸脈主病, 諸脈相兼主病, 七情六氣, 六淫, 因訣, 總看法, 傷寒脈法, 雜病脈法, 婦人脈法, 孕脈, 臨産, 癰疽脈, 死脈總訣, 二十七脈, 十怪脈 등의 순서대로 맥법에 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위 구조로 二十七脈조에는 浮脈, 芤脈, 滑脈, 實脈, 弦脈, 緊脈, 洪脈, 微脈, 沈脈, 緩脈, 濇脈, 遲脈, 伏脈, 濡脈, 弱脈, 長脈, 短脈, 虛脈, 促脈, 結脈, 代脈, 牢脈, 動脈, 數脈, 大脈, 散脈 등 27개조의 맥상이 자세히 논구되어 있는데, 이것은 「의학입문」 맥결에 실린 내용을 중심으로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개 이러한 분류법은 浮沈遲數을 기준으로 변형된 여러 맥상을 세분하여 제시한 입문맥결의 특징적인 면모라 하겠다.

또 十怪脈에는 釜沸脈, 魚翔脈, 彈石脈, 解索脈, 屋漏脈, 鰕遊脈, 雀啄脈, 偃刀脈, 轉豆脈, 麻促脈 등 10가지 종류를 들었는데, 모두 평소에 여간해서는 볼 수 없고 난치증에나 나타나는 異常 맥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괴맥의 맥상들은 모두가 맥파의 형상들을 비유하여 그려낸 것이고 대개 찰나적이고 일정한 규율성을 갖고 나타나는 것이 아닌지라 임상적으로 구분해 내기란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니다.

본문 가운데 첫머리의 脈病摠要詩에는 執脈의 대강이 싯귀로 간략하게 요약되어 있는데, 맥진 할 때의 요령이 짤막하게 제시되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첫 귀에 보면 “血如波瀾氣橐籥, 脈乃血流氣動應”이라 하여 혈류의 움직임이 마치 바람을 불어넣어 풀무질을 하는 것처럼 그 박동은 미약하나 그 파장이 전달되어 멀리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아울러 맥동이란 근본적으로 기의 움직임에 호응하여 나타나는 血의 흐름을 말한다고 정의하였다.

또 “榮血衛氣脈內外”라 하여 맥관 내에서는 기혈로 운행하다가 맥관을 벗어나서는 榮衛라는 기능으로 발현됨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三部寸關尺相憑”이라 하여 浮中沈 三部와 寸關尺의 진맥부위에 어떻게 한 혈맥에서 오장육부의 영위기혈이 모두 현현되는가는 명료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다.

이미 알다시피 이 점이 바로 丁茶山이 「脈論」에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의문점이다. 한편 “男子左大女右勝”이라고 하여 남자는 좌측이, 여자는 오른쪽이 힘차게 뛴다고 했는데, 이 역시 男左女右說에 고식적으로 배정한 억지논리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조선시대 맥학의 교육은 조선 초기 王叔和의 「圖注脈訣」, 高陽生의 「纂圖脈訣」 등이 교재처럼 쓰이다가 조선 중기 허준이 「纂圖方論脈訣集成」으로 그간의 난삽했던 맥학의 계보를 정리하여 醫科取才 考講書로 채택된 이후 교과서로 사용되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임상적으로 李梴의 「의학입문」에 수록된 入門脈訣과  李時珍의 「本草綱目」에 수재된 瀕湖脈訣이 주로 사용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현재 한의고전명저총서에서 제공받아 참고해 볼 수 있다.

안 상 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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