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10)-人蔘譜 ①
상태바
고의서산책(510)-人蔘譜 ①
  • 승인 2011.10.27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contributor@http://


畵譜로 그려낸 인삼의 系統

 

 

「인삼보」 본문

자고로 인삼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약재로 으뜸이었고, 해외에서도 고려인삼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영약으로 손꼽혀 왔다. 하지만 정작 인삼의 종주국이라 자부하는 우리에겐 인삼의 유래나 역사에 대해 제대로 기록한 전문적인 저작이 눈에 띠지 않는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1737년 일본인 坂上登이 인삼의 계보를 정리한 책으로 인삼만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품종과 계통을 조사하고 일일이 그림을 그려 설명해 놓은 전문적인 저술이다. 이 시기 일본은 조선종 인삼을 들여다 일본 땅에 이식하기 위하여 무진 애를 쓰고 있었던 시점이다.

그러한 정황은 이미 소개한 바 있는 「朝鮮人蔘耕作記」(295회 일본에 전해준 하이테크, 인삼재배기술, 2006년 6월 12일자)에도 잘 드러나 있다. 아울러 여러 종류의 조선통신사 문답류를 통해 그들이 조선사절로부터 인삼 품종의 감별과 재배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하여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안간 힘을 들이는 장면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예컨대 「和韓人蔘考」(152~153회), 「桑韓醫問答」(260회), 「桑韓唱和壎篪集」(403~405회)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을 지은 저자 사카노우에 노보루(坂上登, 1717∼1776)는 자가 元雄, 호가 玄臺로 대대로 에도에서 醫業에 종사했던 집안에서 태어났다. 훗날 성을 田村으로 바꾸고 호도 藍水라고 바꾸어 불렀다. 그는 世醫 가문의 출신인 탓에 어려서부터 본초에 흥미를 두었고 약초의 재배와 저장, 가공에 대한 남다른 견해와 견문을 체득할 수 있었으며, 본초학에 매진하면서 본초학의 대가 稻生若水의 가르침을 받아 커다란 학맥의 계통을 잇게 되었다.

특히 1759년 막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닛코(日光)의 人蔘試作場에 감독으로 부임하여 재배 제조 기술을 체계화할 수 있었다. 또 1764년에는 막부에서 에도에 官營 판매장인 人蔘座를 설치하게 됨에 따라 전국 각지를 답사하여 인삼 원료를 사들이는 업무를 맡아보게 됨으로써 인삼에 대한 독보적인 지견을 쌓아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남긴 저작으로 이 책과 「조선인삼경작기」(1747) 말고도 「藥肆人蔘類集」 「葠製秘錄」 같은 인삼전문서가 있다. 또 「竹譜」 「甘藷製造傳」 「琉球物産誌」 「木棉培養傳」 「日本諸州藥譜」 등과 같은 본초약물 관련 저술을 남겼다고 한다.

본서의 내용을 일별해 보면, 권두에 먼저 3종의 서문이 붙어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발행한 본서의 영인 자료에 의하면 1738년에 작성한 吉瀧以明의 서문과 두 번째로 1755년에 작성한 柳原滕春의 서문, 그리고 저자 자신이 1737년에 쓴 자서가 붙어 있다. 이로 보아 본문의 내용은 1737년경에 지어졌고 시간적 차이를 두고 내용을 보완하면서 타인의 서문이 덧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본문은 전5권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제1권에는 眞參類 15종, 제2권에는 假參類 11종, 제3권에는 冒參類 즉, 위조품이 5종 수록되어 있다. 또 제4권에는 명칭만 삼이라 되어 있을 뿐 인삼의 종류와 다른 俗參類 36종이 들어 있고 별도로 海參까지 언급하고 있다. 제5권에는 인삼의 종식, 재배, 수확, 제조, 저장, 삼 고르기에 대한 요령과 총론적인 기술이 포괄되어 있다. 5권말에는 木有美가 지은 題人參譜尾가 있고 이어서 부록으로 저자가 직접 지은 ‘人參或問’이 덧붙어져 있다.

본문에서는 각권의 인삼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異名과 性狀, 재배, 이용법에 대하여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형태와 성상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모양을 일일이 그림으로 그려 놓았기 때문에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품종변이와 감별에 참고가치가 있을 정도로 유용하다. 다음 호에서는 이 책에 담긴 조선삼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안 상 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