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현안 이슈화 기동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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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현안 이슈화 기동성이 없다
  • 승인 2003.05.0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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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제 구체화하는 시스템도 취약
관련기관간 협력의지도 빈약


수많은 의료계 현안 중 한의계가 조금만 노력하면 정책화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슈화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달 사이 한의계 내외에서 벌어진 사건 중에 한의약청 설립, 한의약육성법, 국립대한의대 설립, 사스의 한방치료 등 호재가 잇따랐지만 이 문제를 한의계 내부에서부터 여론을 수렴하여 외부에 알리려는 노력은 매우 미미했다.

이중 사스 문제는 상황에 이끌려 마지 못해 발표는 했지만 사회적 반응을 얻지 못해 결과적으로 이슈화에 성공치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슈화의 실패는 비단 한의협만 그런 것은 아니다. 대한한의학회도 대동소이했다. 한의학회는 지난해 11월 ‘한의학과 한국에서의 대체의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명하기 위해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결정한 후 지금까지 개최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학회 인준과정에서 불거진 학회 난립과 영역갈등을 다루기 위한 포럼이나 사스, 요통 등 특정 질환을 다루기 위한 심포지움 등을 신임 회장단이 출범한 지 한달이 지나도록 ‘하기로 한다’는 대강의 계획만 세워놓고 구체적인 주제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스 문제를 중의연구원과 공동연구해 보라는 정부의 요청에 중국측은 공동연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 비해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자신있게 대답을 하지 못해 상황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병원협회도 ‘아직 이슈화할 문제가 없다’거나 ‘한의협에서 방향이 나오면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만 밝혀 구체적인 일정이 없기는 다른 한의계 단체나 마찬가지다.

‘한의계가 너무 소극적이 아니냐’라는 지적에 대해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한의협이 직접 나설 게 있고, 나서지 않을 게 있다”면서 “즉각적인 입장표명이나 공론화를 통한 여론 형성이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의계는 과거로부터 침구사법 등 방어적인 이슈 말고는 공세적 이슈가 없는 실정이다.

한의학회 관계자는 “계획은 있었지만 집행부가 바뀐데다 한의협의 예산지원까지 끊겨 일정을 몇번 연기하다 보니 늦어지게 됐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그는 “학회의 속성상 현안을 시의성있게 다루기보다 외부에서 의뢰하는 부분을 다루는 데 익숙한 경향이 있다”면서 이슈화에 능하지 못한 현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한의계의 더딘 현안 대처능력은 상황론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사스 대책회의만 해도 학회 관계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포함됐는지 학회의 학술담당자조차 모르는 현실에서 한의계의 일처리 방식에 일정한 문제점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중심단체가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한의관련단체에 의견을 조회하거나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한방병원협회의 한 관계자는 “일이 있으면 스스로 앞장 서지만 주요 현안에 대해 귀띔해 주거나 도와달라는 언질이 없는데 막무가내로 대책위원회에 끼워달라고 사정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절차는 둘째 치더라도 우여곡절 끝에 발표된 내용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스대책 자료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언론에 보도되거나 정책당국자의 관심을 얻어내지 못했다면 이들의 속성만 탓할 것이 아니라 자료자체에 문제가 없었는지 냉철히 판단해봐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결국 한의학 현안의 이슈화가 더딘 원인은 시의성의 부재, 충분한 사전 연구의 부족, 한의계 단체간 역할분담의 부재, 최종적으로는 의제를 설정해서 체계적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의 부재에 기인한다는 게 다수 한의사들의 판단이다.

따라서 핵심 현안을 한의학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개선하고 공감대 형성과 제도화의 전기로 삼을 수 있기 위해서는 기존의 역량을 이끌어내 종합하는 테크닉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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