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하얀정글' 송윤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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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하얀정글' 송윤희 감독
  • 승인 2011.12.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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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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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의료체계의 문제다”

의료계를 ‘하얀 정글’로 만든 주범은 ‘의료민영화정책’

현직 의사인 송윤희(32·산업의학과 전문의) 감독이 의료현장에서 단돈 몇 만원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을 만나며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비정한 현실을 카메라에 담은 ‘하얀 정글’이 12월 1일 개봉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송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 제작동기 및 개봉 후 소회를 들어봤다.

'하얀 정글’ 송윤희 감독

-영화를 보고 나서 한국 의료시스템의 구조와 내부를 엑스레이 찍듯 보여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이고, 영화를 통해 가장 말하고 싶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돈 몇 만원이 없어서 병원을 가기 힘들어 하는 분을 직접 만나게 되었을 때, 정말 피부로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지면에서, 보고서에서 보는 것과는 달랐죠. 이것을 부각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영화제작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이 문제들만 모아놓아서는 해결책이 될 것 같지 않아, 의료체계가 갖는 맹점 때문이라는 말을 하고자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것도 포함시켰습니다. 

영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상업성 고발이 아니라, 의료민영화 정책의 반대였습니다. 그것이 현재 이미 정글이 되어버린 의료체계의 모습을 보여주며, 지금도 이런 상황에서 의료민영화는 말도 안 된다는 논리를 가져가기 위함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왜 좀 더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나, 또는 의사를 감싼다는 말도 들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얀 정글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들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중산층이 병원비로 인해 겪는 어려움과 같은 것을 더 담고 싶었는데, 섭외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또한 현재 의료체계에서 발생하는 상업적인 모습들을 더 포착할 수 있었지만, 고발 내용에 치중하는 것은 제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영화제목을 ‘하얀 정글’로 짓게 된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하얗다는 것은 의료계를 상징한 말입니다. 의료계가 고귀한 외양과 달리, 시장에 내맡겨져서 지나친 경쟁과 승자독식, 약육강식의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담고 싶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공공의료는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어떤 수준인가요, 그리고 필요한 제도적 장치나 기본적으로 한국의 의료시스템에서 결루되어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선진국들은 많을 경우 70∼80%가 공공의료에 속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10% 내외로 보면 됩니다. 보험료 부담 역시 OECD 평균의 반 밖에 내지 않고, 공공의료비 부담도 OECD 평균은 70%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55%밖에 되지 않습니다.

당위적인 말이지만,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합니다. 여기서 민간의료기관들은 이미 사유재산인데, 어떻게 이것을 공공화할지, 아니면 이미 있는 것들은 제치고 경쟁하면서 공공의료를 확충할지는 정책입안자분들 역시 고민하고 있을 사항이라고 생각됩니다.

애당초 건강보험이라는 공공의 재정에 민간 의료 공급 구조(90%)가 모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와 생각이 비슷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공공의료를 넓히자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 측에서는 재정조차도 자유로운 민간자본의 투자를 허용하는 영리법인 병원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몇 년 사이 의료계가 급속도로 ‘의술’에서 ‘상술’로 전락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의사로서 체감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인가요.
의사로서 체감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건강검진의 경우 수백만 원 상품들이 나오는 것도 최근에 많이 볼 수 있는데, 그것 역시 소비자의 욕구를 이용해서 불필요한 검사들이 남발하는 상황이죠. 병원광고들도 지하철 곳곳마다, 벽면을 차지하고, 택시 옆면을 차지하고, 심지어 지하철 방송에서도, 지하철 표시판에서도 나오는 것은 심한 상업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내부고발자가 되어 마음고생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내부 고발’이란 말을 많이 하고, 언론에서도 좋아합니다만, 앞서 말했듯이 그것이 이 영화의 최종 목적이 아닙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영화를 보면, 전체 맥락에서 의료체계의 문제, 그리고 그 안에서 고생하는 환자들과 의사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간략한 기사로 영화의 가장 자극적인 부분들을 보고 일부 의사 선생님들이 악플을 달기도 하고 무척 싫어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되도록 그런 글들을 안 보려고 합니다. 제 궁극적인 뜻이 왜곡되는 듯해서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하얀 정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료인과 보건의료관계자들이 내부적으로 변화해야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내부적인 변화를 여기서 논하는 것은 조금 핀트가 안 맞는 것 같긴 합니다. 당연히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장사하라고 민간시장에 떡하니 내버려뒀는데, 다들 장기려 선생님같이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과 일반 시민들은 의사들에게 더 높은 도덕심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불공평하죠?

하지만 그게 일반인들의 바람입니다. 그 바람이 조금이라도 충족이 되면 정말 그 의사 선생님의 팬이 되고,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크게 실망하는 것이죠. 일반 시민들 중 꽤 많은 분들이 의사들에게 상당히 서운함, 혹은 분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은 병원 가서 화나고 때론 억울한데 아무 말 못하고 돌아온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의사의 기본적인 윤리성에 문제를 걸기도 하죠. 물론 어느 사회나 어느 집단이나 인격적으로 덜 성숙하고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반화시켜서는 안 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파렴치한 몇몇 의사들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분노에 대해 의사들이 그것을 반박하거나 “나는 그렇게 한 적 없다”라고 하는 것보다 대신해서 미안하다고 말을 한다거나 송구스러움을 표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타 직종과 달리 그런 작은 행동, 경험 하나가 의사나 교사가 당사자일 때 상대방에게 어마어마한 타격이 되고 상처가 되기 때문이죠. 바쁜 와중에 단 몇 초의 아이 콘택이나 배려가 굉장한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 영화 개봉 후, 일반관객들의 반응과 의료계에서의 반응은 각각 어떤가요.
일반 관객 분들은 조금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의료계 중 우호적인 분들이 이 영화를 보러 오시는 것 같은데,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씀해주신 중년 선생님이 계셨는데, 정말 감사하고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악플 다는 사람들은 아직 관객과의 대화에서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대체적으로 관객과의 대화에 끝까지 남은 분들은 영화를 좋게 보신 분들이어서 편향되었을 것 같은데요,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가장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아주 원론적인 질문이지만, 감독님이 생각하는 ‘의료’란 무엇인가요.
의사도 환자도 신뢰관계에서 비용의 부담을 최소화한 상태로 건강한 삶을 위해 공유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제작을 하면서 힘들었거나 보람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터뷰를 통해 서로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을 때 보람되었고, 영화제에 처음 초청되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힘든 점은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는 아마도 되도록이면 고발 영화를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긴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사만 보시지 마시고 영화관을 찾아 직접 느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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