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새해에 그리는 한의계의 미래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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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새해에 그리는 한의계의 미래모습
  • 승인 2012.01.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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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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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윤 경

2011년 한해에도 안팎으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12년에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있고, 북한에서도 김정일이 사망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나 한의계에 특별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한의학은 인기가 많지만 오히려 한의사는 먹고살기가 힘들다는데, 현재와 같이 불확실한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93년, 96년 한약분쟁을 거치면서 실질적으로 이기지 못한 투쟁이었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투쟁과정을 거치면서 전국의 한의사와 한의학도들이 모여서 고민하고 토론하고 정책방향을 정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로 지금까지 보건복지부 내 한의약담당부서, 독립한의약법, 국립한의대, 국립한의학연구원, 공중보건의, 한방전문의, 한의약임상시험센터 등 많은 제도가 생겼다. 그러나 외부적인 틀이 세팅된 상태에서 이러한 제도들을 잘 운영하고 세부계획을 짜고 바람직한 결과를 내고 좋은 정책을 만들어 선순환이 되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한약분쟁 시에는 제도권에 진입한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그 당시 우리의 외적 요구사항이 많이 충족된 지금, 한의계는 다시 나침반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의약육성법이 제정되고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이 발표되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목적지 없이 차표를 살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그리는가이다. 10년 후 우리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의료통합인가? 산업화인가? 맞춤의료인가? 10년 후 우리는 어떤 미래를 살게 될 것이며, 그 안에서 한의학이, 한의사가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가?

갤럽에서 일하면서 유능한 직원 수천 명을 면접 조사한 마커스 버킹엄에 따르면 리더는 앞으로 추구할 미래에 대한 분명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갖고 있다고 한다.“리더는 미래에 매혹 당한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끝없이 변화와 진보를 추구해야만 리더가 될 수 있다. 리더는 머릿속으로 더 나은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재에 만족할 수 없다. 현재와 미래 사이의 간극은 리더를 자극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거기서 리더십이 나온다.”

2011년의 인물을 꼽으라면 아마도 혁신의 리더십, 스티브 잡스가 뽑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미래에 대한 확신과 예술가적 열정으로 최고의 인재들과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를 원했다. 지금 머리에 떠오르는 한의계의 미래상이 있는가? 국민에게 보다 나은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한의사는, 한의치료는 어떻게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이 떠오르는가? 그것이 없다면 한의계에는 지금 우리가 원하는 우리의 미래를 설정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장 시급하다.

한의협의 리더십을 위해서는 회원들에게 한의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발전된 모습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개인의 소신과 사명으로 일을 하는 것보다는 한의계의 Think Tank를 모으고 Control Tower를 만들어 수성을, 창업 후 발전을 위한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선후와 경중을 따져 모두가 공유하는 미래상과 발전계획을 짜는 데에는 학회가 각 분야의 전문가와 연구인력을 모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당면한 과제와 할 일이 많다. 많지 않은 인력에 더 이상 갈팡질팡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2010년 미국소아과학회가 「Pediatrics in the Year 2020 and Beyond : Preparing for Plausible Futures」라는 논문을 발표한 것을 참고해 볼 수 있겠다. 이들은 2008년에 비대위를 결성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무엇이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하여 소아과에 영향을 미칠 메가트렌드를 분석하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시나리오를 설정하였다. 이는 최종적으로 소아과의 미래 수요를 가늠하고 해결방안을 밝혀 종사자들이 능동적으로 현실에 대처하여 성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신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도울 것이다’라는 시크릿이나 왓칭, 연금술사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들 이야기는 하지 않더라도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서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말을 같이 곱씹어보고 싶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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