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교수의 세계 속으로(7) - 존스 홉킨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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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세계 속으로(7) - 존스 홉킨스 이야기
  • 승인 2012.01.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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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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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독신으로 살며 거대한 부를 사회에 환원한 존스 홉킨스

존스 홉킨스 이야기를 시작하며

존스 홉킨스 흉상 앞의 필자

필자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존스홉킨스(Johns Hopkins) 의과대학에서 근무하며, 한국의 한의사로서 세계 일류병원이라는 곳에서 새로운 많은 일들을 겪은 경험이 있다. 그때 사진들을 오랜만에 다시 들여다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늘 마음에 품고 사는 두 단어 ‘도전(Challenge)’과 ‘창의(Creativity)’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말 매단계마다 제대로 온 몸으로 겪어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보다 넓은 세상에서 활동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있었기에, 한의대 입학 후에도 예과 1학년 때부터 새벽반에서 어학공부를 하는 등 개인적으로 꾸준히 해온 준비도 국제적 활동을 하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어쨌든 남보다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에 대하여 감사하며, 다른 사람들 특히 세계화 및 국제화에 관심있는 후학들에게 조금이라도 격려와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책임감으로 본 칼럼을 시작하였다. 앞으로는 존스 홉킨스 이야기 시리즈와 그동안의 국제학회 또는 국제회의 등에 대해 조금은 자유롭게 형식과 순서에 구애됨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21년 연속 1위의 최고 병원, 존스 홉킨스
존스 홉킨스는 의료계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드라마와 언론을 통해서 거의 다 아는 세계적인 명문 의과대학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는 의과대학을 포함한 미국 최초의 연구 중심 사립대학으로,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거의 모든 학문분야에서 우수하지만, 특히 존스 홉킨스 대학 병원(Johns Hopkins Hospital)은  U.S. News & World Report가 매년 선정하는 병원 순위에서 21년째 연속으로 미국 병원 중 전체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http://www.hopkinsmedicine.org/usnews/) 세부 분야 순위에서도 총 16개 항목 중 1위 5개, 2위 2개, 3위 6개, 4위 1개, 5위 1개, 15위 1개로서 대부분 3위 이내에 들어 있으니,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중의 최고 병원(Best of the Best Hospital)’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항상 1위를 하다 보니 병원 1위가 발표된 날에도 존스 홉킨스 시절 주변 동료들을 보면, 이제는 당연하다는 덤덤함이 느껴졌었다. 의과대학도 최상위권에 속하며, 보건학 분야의 세계 최초이자 최대인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보건대학원과 의공학 분야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1857년 미국 최초로 설립된 명문 음악대학인 피바디 음대(Peabody Institute)도 1977년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 병합되었다.

존스 홉킨스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
이번 호에는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설립자인 존스 홉킨스라는 한 개인의 인생을 잠시 조명해 보자. 존스 홉킨스 병원의 오래된 본관 건물 1층에는 가운데에 커다란 예수상과 벽 쪽으로 존스 홉킨스의 흉상과 초상화가 있다. 다음은 그곳에 게시된 존스 홉킨스의 생애에 대한 내용이다. 

존스 홉킨스 병원 현관안의 예수상. 대단히 큰 조각상이며, 발밑에는 항상 환자의 쾌유를 위해 놓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꽃들이 놓여 있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와 병원의 설립자인 존스 홉킨스(1795~1873년)는 메릴랜드 주의 화이트홀(Whitehall)이라는 곳에서 11명의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나 독실한 퀘이커(Quaker) 신자인 부모에게 엄격한 신앙교육을 받았다.

17세 때 존스 홉킨스는 볼티모어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는 그의 삼촌의 사업에 참여하였는데, 그 곳에서 그는 삼촌의 딸인 엘리자베스 홉킨스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는데, 퀘이커 교리에서는 사촌간의 결혼을 금지하였기 때문에, 삼촌은 그들의 결혼을 반대하였다.

이 사랑의 깨짐으로 인해 크게 상심한 존스 홉킨스는 삼촌으로부터 떠났고, 남은 일생동안 그는 사업에 몰두하여, 볼티모어와 오하이오를 잇는 미국 최초의 철도사업 투자 등 상업과 금융업에서 대성공을 거두어 엄청난 부를 축적하였다.

한편, 존스 홉킨스와 엘리자베스 홉킨스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뒤로 한 채 각각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1867년 존스 홉킨스는 그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서 공익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결심하고, 당시로서는 최대의 기부액인 7백만 달러를 학문의 발전과 구제사업에 기부한다. 대학과 병원 설립을 위한 통합 운영위원회를 법인화하면서, 그는 직접 이사를 선정하고, 교육과 보건을 위한 그의 이상들을 계획하고 실행할 것을 지시한다.

존스 홉킨스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후인 1876년 존스 홉킨스 대학교가 개교하였고, 1889년에는 병원과 간호교육학교가 설립되었고, 1893년에는 의과대학이 설립되었다. 또한, 보건대학이 1918년, 간호대학이 1984년에 개교하였다. 이렇듯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존스 홉킨스 대학교는 현재까지 놀라운 발전을 계속하여 오고 있다.

존스 홉킨스에게 자손이 있었다면?
필자는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위의 게시글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었는데, 만약 존스 홉킨스가 사랑에 실패하지 않고 행복한 결혼을 해서 가족과 자손이 있었다면, 현재의 존스 홉킨스 대학과 병원은 과연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시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부금이었다고 하니, 후손이 있어서 그 일부가 전달되었을 것을 가정한다면 원래보다는 적은 돈이 기부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대재산가들의 기부문화가 발달된 미국 문화를 생각한다면, 결과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미국 내 다른 대학병원은 잘 모르겠지만, 존스 홉킨스 병원의 거의 모든 건물이나 큰 강의실 이름에는 숫자가 아닌 사람의 이름이 붙어있다. 의학사적으로 업적을 이룬 사람의 이름도 있지만, 기부한 사람의 이름을 붙인 경우도 많다.

현재 보건학 분야 1위인 존스 홉킨스 보건대학원의 공식 명칭은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스쿨 오브 퍼블릭 헬스(Johns Hopkins Bloomberg School of Public Health)’이다. 줄여서 ‘블룸버그 스쿨’이라고도 부르는데, 블룸버그라는 이름은 바로 1억7백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마이클 블룸버그(현 뉴욕시장으로 존스 홉킨스 공과대학 출신)의 이름을 따서 2001년 학교 이름을 바꿔 준 것이다.(http://www.jhsph.edu/%20publichealthnews/%20press_releases/PR_2001/bloomberg_name.html)

학교 공식 명칭을 바꿔줄 정도로 기부자의 뜻을 높여주니, 미국의 부자들은 높은 상속세도 일부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많은 경우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보다는 좋은 대학이나 기관에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것을 훨씬 더 명예롭게 생각한다. 건물마다 벽면에 기부자의 이름이 기부 금액과 함께 빼곡히 기록되어 있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제2의 존스 홉킨스와 올바른 기부문화
이에 반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우리나라 일부 거부들의 상속 관련한 이전투구를 보면, 후손들에게도 분쟁의 씨앗이 되는 물질적 상속보다 올바른 기부는 훨씬 더 가치 있는 유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어렵게 평생 모은 돈을 대학에 기부한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기부 받은 대학이 건물 명칭에서 할머니의 이름을 떼어내어 비난받은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정말로 이런 몰상식하고 배은망덕한 토양에서 기부를 기대하기 보다는 우선 기꺼이 기부하고 싶은 문화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기부는 모두 소중한 것이지만, 특히 일반 국민들이 피땀흘리며 아껴 모은 재산은 기부금의 액수를 떠나 그 의미는 더 크며 그만큼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온 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유럽도 미국만큼 기부가 활발하지는 않다고 한다. 

존스 홉킨스 병원 암센터 벽면의 기부자 명단

결국 현대사회에서 미국을 이끌어 온 긍정적인 힘 중에는 기부문화가 있다고 생각된다. 많은 대학과 병원, 공익단체들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높다.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존스 홉킨스 병원의 경우 기부하고자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부의 축적방법에 문제가 있는 자산은 받지 않고 선별하여 받는다는 소문도 들은 적이 있을 정도이다.

자본주의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이지만, 이러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정신이 있기 때문에 이유 없이 부의 축적 자체에 대하여 비난하거나 부정한 것으로 바라보지는 않는 것 같다. 145년 전에 존스 홉킨스가 본인의 기부금이 향후 세계 의학계를 선도하는 기관을 창조하리라고 예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큰 의미 있는 유산을 남긴 사람이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제2의 존스 홉킨스가 나타나고, 가진 자가 존경을 받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상훈 / 경희대 한의대 침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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