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의학전문대학원 1기생의 졸업을 축하하며…
상태바
시평-한의학전문대학원 1기생의 졸업을 축하하며…
  • 승인 2012.02.16 1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왕

김기왕

mjmedi@http://


김기왕(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김 기 왕

2월 17일,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과 1기생 41명이 4년 간의 학업을 마치고 학교 문을 나선다. 그저 평범한 졸업식일 수도 있지만 그간 한의계에서 국립 교육기관에 쏟았던 관심과 염원을 생각하면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생각하면 참 오래 전부터 많은 분들이 국립 한의대를 만들고자 애를 쓰셨다.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한의계의 여러 숙원 사업의 하나로 국립 한의대의 설립이 제안된 것으로 안다. 당시 서울시한의사회장이셨던 최환영 전 회장 님의 굵직굵직한 정책 제안이 이제는 거의 모두 실현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때 만들어진 서울시한의사회 정책 백서를 보면 당시 만든 청사진에 따라 지금의 한의계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00년대 들어서는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자 많은 분들이 애를 쓰셨던 것으로 안다. 대략 2004년경 절정이었던 서울대학교 한의과대학 개설 노력은 끝내 결실을 맺지 못하였지만, 이후에도 여러 분들이 음으로 양으로 국립대에 한의과대학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지금은 멀리서만 우리들을 지켜보고 계시지만 동신대학교 조명래 교수 님과 상지대학교 이선동 교수 님은 이때 많은 애를 썼던 분으로 기억한다.

막상 국립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이 가시화되자 의사단체의 저항이 거셌다. 부산대학교에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유치된 것은 이런 거센 저항을 이겨내고 의대 교수 전원에게 일일이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의 당위성을 역설했던 김인세 전 부산대 총장 님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08년, 우여곡절 끝에 첫 신입생이 한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왔다. 모두 출중한 능력과 비범한 인생 역정을 지닌 인재들이었다. 여느 한의대생들과 달리 무척이나 한의학에 비판적이었던 이들은 초반의 성취도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제 그런 우려를 깨끗이 씻어낼 만큼 전공 분야의 지식과 능력을 갖추게 된 것 같다.

그들이 겪어낸 4년은 한의계에서는 전혀 시도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실험을 진행한 기간이었다. 이러한 실험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이곳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신상우 교수다. 통합 교과목 운영, 문제 중심 학습, 임상실기시험의 도입 등 새로운 교육 방식을 도입, 누군가는 했어야 할 한의학 교육의 개혁을 현장에서 이루어 내었다. 현실에서 반 발자국만 앞서 가려는 점진적 접근 방법이 내 시각에서는 아쉽기도 하지만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오늘이 있게 한 데에 기여한 그의 공적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이 모두의 희망대로 순항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한의학 교육에 최적화된 신입생 전형 방식을 만들어 내지 못했고(참으로 답답한 부분이다), 교육 부문에서 구성원 전체가 어떤 핵심 가치를 대략적으로나마 공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진료 부문에서는 기존 한방병원과 다른 무엇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 아직 생각의 공유가 불충분한 것 같다. 그야말로 갈 길이 멀다.

이번 1기생의 졸업은 그 먼 길에 새겨질 또 하나의 발자국이 될 텐데, 그들이 아직은 한의계에 별다른 목소리도, 크게 다른 색깔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차츰 자연스레 기존의 한의사들과 다른 모습을 만들어 가리라 생각한다.

사실 지금 한의계에는 새로운 피의 수혈이 절실하다. 이제 이곳 한의학과의 1기 졸업생들이 새로운 피로서 미래의 한의계에 다채로운 색깔과 활력을 더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이번에 졸업을 맞이한 41명의 건승을 기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