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교수의 세계 속으로(11) - 국제 교육 프로그램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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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세계 속으로(11) - 국제 교육 프로그램 ②
  • 승인 2012.03.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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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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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medi@http://


한의학 국제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들어가며
필자가 국내 한의사로서는 비교적 많은 해외 인맥을 갖고 있는데, 이는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한의대 재학시절부터 졸업 후 대학 및 병원에 근무하면서 맞게 되는 모든 방문객들 누구에게나 성심껏 친절히 안내하고 설명하고자 노력한 것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 잘 알겠지만, 모든 만남은 우연이든 필연이든 소중한 것이고, 아직은 세상의 다양한 학문 중 상대적으로 전공자가 많지 않은 침구학 또는 한의학이라는 매개를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과의 인연 역시 귀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내 자신이 해외에서 같은 입장의 방문객 또는 연수생으로서 지내보며, 작은 친절과 배려가 얼마나 큰 인상과 감동을 주는지 겪어보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의학 국제교육 현황 및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외국 교육기관들의 침구학 또는 한의학 연수

현재 서양의 많은 침구학 관련 교육기관들은 방학 중이나 학기 중에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수개월 이상 단체 또는 개인 연수를 해외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중국으로 가고 있다.

필자의 견해로 볼 때 첫 번째 이유는 현지의 침구학 교수나 강사진들이 중국 출신이거나, 외국인이어도 초기에 중국 중의대에서 유학하고 왔거나 인맥이 있어서 이미 오랫동안 정기적인 연수 및 실질적 교류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 비용의 경쟁력이다. 중국의 내국인 학생들보다 외국인들은 훨씬 높은 수업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보다는 저렴하며, 기숙사 비용을 비롯한 전반적 물가가 낮기 때문에 체재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셋째, 국제교육의 오랜 노하우를 가진 전담부서 및 프로그램이다. 개인과 단체별 요구에 철저히 맞추어 줄 수 있는 실습 및 이론 강의가 가능하며, 단기 연수뿐만 아니라 대학원 등 정규과정에 있어서도 통역이나 외국어 강의에 대한 지원이 잘 되어 있는 편이며, 이를 위한 전담부서의 규모와 역할이 대체로 잘 구성되어 있다.

“연수생은 ‘국제화 건물’의 벽돌”

국내의 한의학 국제교육

2011년 7월 경희대 Global Collaborative 한의학 과목 수강생들과 함께(왼쪽 끝이 필자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아직까지 국내 한의학 국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상당수가 순수 외국인이 아닌 교포들의 면허 갱신을 위한 보수교육인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이유는 언어로서 교포들은 조금 서툰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한국어 의사소통이 되기 때문에 임상 견학 시에 통역 없이도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이해할 수 있고 필요시 직접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의계도 외국어 능통자가 많아졌지만, 요즘 국제진료 전문 통역가이드를 양성하고 있듯이 한의학 연수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을 잘 발굴하고 양성해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숙소인데, 교포들은 국내에 친인척들이 있어서 숙소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 숙박업소의 경우 외국인 연수생들에게 거리, 비용, 주변환경 등의 추천 요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곳은 흔하지 않다.

필자가 하나의 대안으로 장려하고 싶은 것은 홈스테이로서 몇 차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원자 목록을 만들어 보기도 하였는데, 학생들은 홈스테이 희망자 파악을 해놓아도 수년 이내에 졸업을 하거나 이사를 가는 경우가 있어서 한의사 가정 등 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홈스테이 가능자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홈스테이는 말 그대로 민간 외교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인만큼 순수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의 지원이 많았으면 좋겠고, 이를 잘 연계할 조직도 구성되기를 희망한다.

끝으로 국내 국제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는 콘텐츠 개발이다. 위의 여러 가지들이 불편해도 배울 만한 가치만 있다면,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올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견학만이 아닌 체계적인 이론 및 실습 강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론, 정규 과정 이외에 별도의 외국인 전용 강의를 만든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며, 개인보다는 단체 연수가 적합하다.

지난 수년간 경희대학교에서는 매년 7월 4주간의 Global Collaborative라는 국제화 프로그램이 있는데, 여기에 한국 한의학(Korean Medicine) 과목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세계전통의학대학협의회(Global University Network of Traditional Medicine, GUNTM)에서도 GUEST (GUNTM University Exchange Student Training)라는 한의학 국제교육 프로그램이 계획 중이어서, 이와 같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점차 발전되리라 기대한다.

요즘에는 적은 비용으로도 국경을 넘어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 K-Pop이 널리 퍼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는 여러 SNS 매체를 통해 해외에 알릴 수 있는 홍보수단이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한의계도 보다 체계적으로 한국 한의학의 교육 콘텐츠를 잘 개발하고 보급해서 K-Med를 잘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정규 학위과정도 국제화에 발맞추어야
필자에게 작년에 아일랜드에서 정형의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한국의 침구학에 대해 공부하고자 방한하여 미리 수개월간 한국어 과정까지 공부한 유능한 학생이 있었는데, 아직 외국인들이 국내 한의대에서 학위과정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쉬운 일이 아니어서 결국 입학하지 않고 나중을 기약하며 본국으로 돌아간 예가 있다.

기초과정의 경우에는 실험실이 구비되어 있고 조교 및 대학원 동료와 함께 연구활동을 할 수 있어 임상과정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여건이라 생각된다. 아직 임상과정의 경우 병원의 공간부족으로 수련의 이외의 풀타임 대학원생이나 연구원들이 있을 공간도 거의 없고,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임상 교수 및 수련의들은 연구보다는 임상 활동이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연구원들과 함께 풀타임(full-time)으로 연구에 전념하며 함께 할 동료가 별로 없어서 언어소통의 어려움, 새로운 문화 및 환경에의 적응, 외로움 등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요즘 점차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한의과대학에서 정규 학위과정을 하고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그들의 한국 한의학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잘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격려와 응원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

유명한 “Rome was not built in a day”라는 말이 있듯이 국제화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온 방문객 한 사람 한 사람, 외국에 나가서 알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국제화’라는 건물을 세우는 벽돌이 됨을 잊지 말자.

이상훈 / 경희대 한의대 침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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