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약은 과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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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한약은 과연 안전한가
  • 승인 2012.04.1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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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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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최근 한약의 독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하다. 한약의 독성에 대한 과도한 비난에 대응하여 한약이 식품만큼 안전하다는 것을 홍보하는 포스터도 배포하며 신뢰회복에 힘쓰고 있다.

사실 한의약에서는 「신농본초경」에서부터 이미 약재를 상품 중품 하품으로 나눠서 장기 복용 가능성과 독성을 이야기하고 사용에 차별을 두었다. 현재도 「대한약전」과 「한약규격집」에 547종의 한약재가 있고, 그 중 유독 한약재들이 있으며 환자가 복용하는 수백 종의 처방이 있는데, 무조건 한약이 안전하다 위험하다를 말하는 것은 사실 우스운 일이다.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논의는 2가지로 나누어야 한다. 첫 번째는 한약재의 안전성이며, 두 번째는 한약의 안전성이다. 최근 노력하고 있는 한약재의 농약 중금속 등 오염물질로 인한 안전성 우려는 자가규격품 폐지와 품질검사를 거친 규격품 의무사용으로 인해 한의원에서 원료의약품으로 관리되는 한약재만을 사용하는 것을 홍보함으로써 어느 정도 씻어버릴 수 있다. 이때는 식품과 비교할 수 있다.

그러나 한약의 안전성은 별도이다. 사실 한약이 안전하다면 한의사나 한약사가 필요 없다. 식품처럼 안전한데 거기다 효과까지 있다면 건기식으로 누구나 쉽게 구해서 먹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물론 한약이 양약에 비해 일반적으로 안전한 것은 사실이나 한약이 식품처럼 안전하다면 한약이 약이라고 할 수 있는가.

“모든 약은 다 독이다”라고 한 파라켈수스의 말처럼 효능이 있어서 약으로 사용된다면 잘못 사용될 경우 독으로 작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약은 안전하지 않다. 실제 한약을 먹고 간염이 생기거나 심하면 간이식을 받는 경우가 존재하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약으로 인한 부작용(Side effect)이나 유해사례(Adverse event)가 발생했을 때 이것이 약물로 기인했다는 확실한 인과관계를 밝혀내 약물유해반응(Adverse drug reaction)임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청목향, 마두령의 약전 삭제를 가져온 아리스톨로킥 산(Aristolochic acid)의 예를 살펴보자. 최초 벨기에의 비만클리닉에서 한약을 복용한 70여례의 신부전 환자가 발생한 1992년부터 시작해 1994년 논문으로 보고되고, 원인을 찾기 시작해 아리스톨로킥산 성분의 신장독성의 인과관계가 제시되고(1997년), 신부전 환자 39명의 신장조직에서 암(46%) 또는 이상증식 세포(48%)가 확인되어 2000년 NEJM에 실리고, 동물실험에서 아리스톨로킥 산의 발암성이 증명될 때까지(2002년)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지금도 심심찮게 간독성 환자가 생기고 간이식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의사들이 한의약의 전문가로서 이의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는가. 그저 흔치 않은 일이며 한약 때문인지 확실한 인과관계가 없으며 환자가 특이한 것이라고 위안하고 넘어가는가. 무엇 때문일 것이라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이 넘어가는가. 그렇다면 이는 환자를 보는 한의사의 직무유기이다. 간이식을 하는 환자가 한 명만 있어도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끔 원인을 찾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한약전문가가 아닌 의사들이 응급실에 온 간독성 환자들을 보고 한약이 위험하다고 싸잡아서 말한다고 기분 나쁘다고 분개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의사들이 간독성 환자를 보고 전체 ‘한약’을 위험하다고 먹지 말라고 하는 이유를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한약이란 단어 외에는 실제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어떤 경우에 한약이 안전하고 어떤 경우에는 위험하며 이 경우는 이유가 무엇이다’라는 것을 밝히고 다시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것이 의사의 전문분야여야 하는가 한의사의 전문분야여야 하는가. 이것을 의사가 밝힌다면 의사가 전문가이며 우리는 처방을 내면서 의사의 검토를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전문가로 인정받으려면 한약은 일반적으로 안전하다는 말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한약이 대체적으로 양약보다 독성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얼마나 약을 엄밀하게 쓰느냐 같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용량 복용기간 등 사용법이 확립된 양약에 비해 한의사들이 문헌정보나 본인의 경험 등 비교할 수 없이 적은 정보를 가지고 약을 사용한다면 이는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유독한 한약재가 있다는 것과 일반적으로 얼마나 사용하는지, 이 증상에 주로 어떤 처방을 어떤 용량으로 사용하는지 약물사용법에 대한 것을 알고 있다. 독성이 어떤 경우에 나타났는지 사례를 모으고 이것은 어떻게 해야 피할 수 있는지 알고 설명하고 밝혀내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우리다.

우리가 알고 예측하고 피할 수 있어야만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한약 사용지침과 응급실과 연계한 보고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환자의 양약 복용여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하며, 환자가 피로증상과 소화불량을 호소하며 보약을 요구할 때 간기능 검사를 해볼 수 있어야 한다.

한의사들의 한약의 독성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한약이 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 한약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단, 한약재는 반드시 검사를 거친 안전한 의약품용 약재만을 사용하며, 한약은 적응증과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안전하게 최적의 효능을 발휘하도록 정확하게 처방하니 한의사가 처방하면 걱정할 것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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