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 한의학 전공한 사법연수생 김홍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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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 한의학 전공한 사법연수생 김홍주 씨
  • 승인 2012.04.1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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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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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적 소양 갖춘 법조인 되는 것이 꿈”

한의사 출신 첫 법조인 추진석 판사에 이어 한의계에서 두 번째 법조인이 탄생한다. 경희대 한의대 04학번 김홍주(32) 씨가 그 주인공. 2011년 11월 22일 제53회 사법고시에 최종합격한 그는 3월초부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본격적으로 연수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법조인으로서 새 출발을 하는 김 씨를 만나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을 들어보았다.  

지난 3월 2일 사법연수원에 제43기로 입소한 경희대 한의대 04학번 김홍주 씨는 요즘 민사재판, 형사재판, 민사변호사, 형사변호사, 검찰실무 등 연수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다.
김 씨의 이력은 독특하다. 1998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서 공부하다가 학과 공부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김 씨는 졸업 후 학구열과 학문적 갈증이 남아 다시 2004년에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했다.  

“공대 다닐 때는 공부에 소질이 없는 줄 알았는데, 한의대에 와서 자유로운 면학분위기가 저와 잘 맞았고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의학은 현학적인 느낌이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는데 쓰이고, 학문적 허세로 끝나지 않는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많은 이들이 긍정하는 한의학이 되기 위해서는 한의학 공부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단다. 또 한의학을 통해 자연의 질서를 배웠다면, 이를 계기로 사람이 만든 질서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
임상한의사로서의 길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길을 모색해보라는 교수들과 선배들의 조언도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당초 그는 한의사 신분으로 시험을 준비하고 싶었으나 로스쿨 도입 및 사법시험 선발인원 축소 등의 여건 때문에 서둘러 공부를 시작해 아직 학업을 못 마친 게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고 했다.
2009년 3월 말부터 고시 준비를 시작한 그는 2010년 2월에 1차 합격을, 2011년 6월에 2차 합격을, 2011년 11월 22일에 최종합격을 했다. 그는 운 좋게 합격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고시공부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을 터. 

“700명의 합격자가 있다면 700가지의 공부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고시공부는 일종의 마라톤이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하는 공부에 대한 자신감입니다. 자신이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을 냉정히 평가해 자신만의 필승전략을 짜고 한번 결정한 후에는 저돌적으로 밀어붙여 시험이 끝나는 날까지 이 정신력을 무너뜨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려운 고비도 있었다. 2009년 1학기와 2010년 2학기는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병행하여 꽤 힘들었던 시절로 기억했다. 최종합격 후에 기쁘고 좋은 느낌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성적이 아쉽게 나왔는데도 합격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한 달 남짓 연수원 생활은 어땠을까?
그는 “법학을 공부하다보면 무의미한 논쟁이나 논의가 많은데, 연수원에서는 실무위주로 공부하다보니, 저한테는 잘 맞는 것 같다”며, “지적인 허기를 채우면서도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부를 좋아한다”며 연수원 교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어떤 법조인이 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의학적 소양을 갖춘 훌륭한 법조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며, “앞으로 사법부에서 활동을 하겠지만 입법과 행정 등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폭넓은 안목을 갖추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수원 수료 후, 구체적 진로에 대해서는 판검사 등의 임용제도가 바뀌고 있는 과도기라 명확히 이야기할 수 없다했지만, 법조인으로서의 자세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
그는 “법학은 시대정신에 합치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질서를 탐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시각각 다르게 해석되는 ‘정의(正義)’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며, “이런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꾸준히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의학을 통해 배운 것들이 많았는데, 특히 의술을 펼치는 사람으로서 인성교육을 받은 것이 법조인으로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단다.
지금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지만, 그는 “법조계에 있더라도 제 뿌리가 한의계에 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한의계에 전하고 싶은 말을 물으니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 한의학의 위기를 이야기 하지만, 저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격언을 믿기에 현재의 위기에 아쉬워하고 막연한 불만을 갖기보다 오히려 각자 개인이 가진 능력을 다양한 분야로 펼치다보면 한의학의 중흥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국민들과 공감 혹은 소통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하는 것만큼 그러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공학도에서 한의학도로, 또 다시 법조인으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김홍주 씨가 2년 후 또 어떤 소식을 전해올지 기대된다.

고양 =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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