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5)-4. 알로스테시스와 면역계
상태바
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5)-4. 알로스테시스와 면역계
  • 승인 2012.04.26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연승

최연승

mjmedi@http://


‘면역계’와 ‘음양의 조화’의 관련성

<글 싣는 순서>
1. 알로스테시스란 무엇인가?
2. 스트레스 반응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3.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4가지 시나리오

4. 알로스테시스와 자가면역질환
5. 알로스테시스와 대사증후군
6. 알로스테시스와 수면장애
7. 알로스테시스와 무월경
8. 스트레스와 병인론
9. 한방치료는 어디에 개입하는가?
10. 체질을 생각해보다
11. 감초의 재발견
12. 마무리 제언 

각론에 들어가기 앞서 알로스테시스 개념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를 해보자.
첫째, 알로스테시스는 확장된 항상성 개념으로, 내외부의 자극1) 으로부터 시스템 전체의 적절한 변화를 모색함으로써 동적 평형을 회복하는 전 과정을 가리킨다.
둘째, 알로스테시스는 시스템 전체가 협응하는 적응과정이므로 신경계 내분비계 심혈관계를 비롯한 여러 체계가 상호 시그널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셋째, 알로스테시스 과정을 통하여 생명체는 계속해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지속적인 스트레스반응에 의한 부산물은 동적 평형을 회복하는데 부담이 되는데, 이를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라고 한다. 알로스테시스는 자극에 대한 적응과정으로서 생체를 보호하기 위한 생리반응이지만, 이 생리반응이 지나쳐서 생겨난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도리어 인체에 손상을 입힌다.2)
넷째, 알로스테시스 과부화는 여러 체계가 상호 협응하고 적응하는 시스템 전반에 걸쳐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으며, 각각의 체계에서의 부적응 상태는 증상과 질병으로 드러난다.

면역계의 특성
면역계는 인체 내에서 경찰 및 사법체계에 비유된다. 경찰 및 사법체계가 너무 허술하면 강력범죄를 예방하지 못하고, 공권력이 너무 남용돼도 곤란한데, 이는 면역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면역기능이 저하되면 세균 바이러스 등에 의해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암세포 등의 성장도 제어하지 못한다. 면역기능이 과항진되면 알레르기 천식 등의 질병 혹은 류머티즘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등의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 된다. 면역력은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서 한의학의 ‘음양의 조화’나 ‘중’이라는 개념과 맞물려 자주 사용된다.3)
면역계는 알로스테시스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면역계도 알로스테시스체계의 일부라면 면역계는 내외부의 자극 즉, 스트레스에 적응하기도 하고 지속적인 스트레스 누적에 의해 망가지기도 할 것이다.

일반적 관점 :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
스트레스반응의 산물인 스테로이드(코티손)의 의학적 사용은 1940년대 메이요 클리닉의 필립 헨치가 류머티즘관절염 환자에게 부신피질호르몬을 투여하면서 시작되었다.4) 스테로이드의 투여는 염증반응을 억제해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이는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전반적인 면역기능 저하를 가져온다는 관점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트레스가 천식,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의 악화인자라는 점이 밝혀졌다. 즉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키기도 혹은 과항진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역설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는 관점은 과거 수십 년간 학계의 흔한 관점이었다. 의사들은 임상적 관찰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의학적 용량 범위에서 면역기능을 억제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졌다. 브루스 맥쿠엔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많은 증거들 덕분에 스트레스가 면역계를 억제한다는 기본적 이론은 틀을 갖추게 되었으며, 과학자들은 앞다투어 설명을 내놓았다.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면역계 활동이 신진대사의 관점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사치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이다. 마치 허리케인이 다가오면 집을 개축하는 일을 연기하는 것처럼 긴급 상황에서는 면역계 활동이 보류될 수 있다.”

새로운 관점 :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증진시킨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일반적인 관점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피르다우스 다바르(Firdaus Dhabhar)는 대부분의 연구가 만성 스트레스에 국한되었다는 점, 의학적 코티졸 투여의 용량이 정상적인 스트레스반응에서 작용하는 코티졸 수준보다 지나치게 많다는 점 등의 이유에 근거해 기존 연구들이 코티졸이 면역체계에 미치는 효과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다바르는 급성 스트레스반응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의 연구결과는 기존 연구들과 상반되는 것이었다.
다바르에 의하면, “급성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키지 않았으며, 오히려 면역체계가 활동하는 것을 예비(immuno-preparatory)시키고, 면역기능을 증진(immunoenhancing)시켰다. 급성 스트레스반응에서 면역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백혈구는 혈액 내에서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혈액 내에서 감소된 백혈구는 어디로 갔는가? 그것들은 코티졸에 의해 파괴된 것일까? 적어도 급성 스트레스 하에서 백혈구는 파괴되지 않았다. 단지 면역반응을 필요로 하는 조직, 세포들 근처로 재배치되기 위해 순환혈액 밖으로 이동했던 것이다. 이러한 재배치는 경찰과 군대를 전선에 배치시켜 방어를 공고히 하는 것과 같이 면역기능을 항진시킬 것이다. 요컨대, 급성 스트레스는 면역체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5)

알로스테시스와 면역계
다바르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바르와 맥쿠엔은 “스트레스가 장기적으로는 심신을 소모시키지만, 단기적으로는 신체보호 쪽으로 작용한다”는 개념으로 발전시킨다. 예상했겠지만 이것이 바로 알로스테시스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대비되는 개념쌍이다. 다시 한 번 ‘알로스테시스’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개념을 정리해보자.
첫째, 스트레스는 적당한 수준에서 인체에 유익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둘째,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부산물은 동적 평형을 유지하는 것에 부담을 지워 생명체를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상태로 이끈다.6)
면역계도 다른 체계와 마찬가지로 알로스테시스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개념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돌아가며, 이러한 면역계의 작용방식은 전체 체계 하에서 동일한 매커니즘의 일부를 구성한다. 급성 스트레스는 면역체계에 순기능을 하지만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면역체계를 교란시킨다.
 
면역계의 미묘함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많은 관찰결과에 의하면,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키지만, 역설적으로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등의 면역 과항진도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관찰결과는 정말 역설적인가? 알로스테시스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면 전혀 역설적이지 않다. 면역기능은 지나치게 저하되어도 문제가 발생하고 과항진되어도 문제가 발생한다. 즉 면역계는 적절한 수준(?)에서 미묘하게 유지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정상상태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에 의해 교란되고 미묘한 균형은 마침내 무너진다. 이때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면역 저하나 면역 과항진 어느 방향으로도 진행될 수 있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와 면역기능 교란
만성적인 스트레스반응은 대개 만성적인 체내 코티졸 수준을 상승시키며, 이는 면역기능 저하를 야기한다. 코티졸은 면역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거나 아직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은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 면역계를 억제한다. 이러한 면역 억제는 감염과 염증질환에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소염제와 동일한 기전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인한 면역기능 저하는 인체를 외인성 감염과 암 발병에 취약하게 한다.7)

한편, 알로스테시스 과부하가 면역 과항진을 야기해 자가면역질환으로 발병하는 과정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확실한 것은 아토피, 알레르기, 천식 및 자가면역질환에서 명백한 HPA기능저하(hypoactivity)가 확인된다는 점이다.8) 즉, 면역계의 과항진은 CRH, ACTH, 코티졸에 의한 HPA 축 활성이 저하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단지 태과상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족상태로도 나타난다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네 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려보라. 1, 2, 3번 시나리오는 그 세부사항에서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코티졸 레벨의 상승(HPA Hyperactivity)과 관련이 있다. 4번 시나리오는 HPA hypoactivity에 의한 지속적인 코티졸 수준 저하와 관련이 있다. 4번 시나리오가 바로 면역 과항진과 연관된 질병에 걸린 환자들이 걸어온 삶-질병 궤적이 아닐까.9)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에 부신피질 호르몬이 처방되는 것은 4번 시나리오에 의한 HPA 기능저하와 관련이 있다.
 
어떤 비판들
물론, 저하된 HPA활성은 단순히 코티졸을 보강해주는 것만으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인체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고 일대일로 대입하여 모자란 것을 넣어주고 넘치는 것을 제거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스테로이드 투여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존재한다. 이는 한의계 내에 팽배한 스테로이드에 대한 거부감과도 무관하지 않다. 스테로이드 투여에 의한 부작용은 명백하고 즉각적이며 가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좀 더 복잡 미묘하다. 의학계는 기존의 관행적인 용량 수준의 스테로이드 투여방식이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있으며, 조악하고 거친 개입방식에서 벗어나 다각도에서 HPA축을 되살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이 윽박지르고 다그쳐 무언가를 강제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은 녹슬어버린 축에 부드럽게 기름칠을 하고 살살 어르고 달래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걷어내고 알로스테시스를 회복하는 과정을 치료목표로 삼는 새로운 관점은 한의학과 닮아있다. 더 이상 서양의학의 부작용만을 강조하며 제 자리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나가며
면역계에서의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도 몸과 마음을 연결시켜주는 HPA축에 의해 많은 부분이 설명될 수 있다. HPA축은 인체에서 필수적인 활동이지만, 너무 쉽게 과항진과 기능저하로 이행할 수 있으며, 양자는 모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면역계에서도 핵심은 HPA축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데 있다.10)

지금까지 서술한 내용은 좀 더 자세한 내용들, 가령 분자생물학적 수준의 기전과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모두 제외하였다. 보다 중요한 것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판단했고, 아직 큰 그림의 여백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면역학의 분자생물학적 설명 모두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작업은 필자의 능력 바깥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큰 그림은 얼추 모양을 드러내고 있고 시대적 흐름은 통합적 사유를 요구하고 있다. 한의계가 필자들의 어설픈 소개를 통해서나마 심신을 공히 통합해서 다루는 일련의 연구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 멋진 그림에 여백을 함께 채워나가기를 희망한다.

------------------------------------------------------------------------------

<각주>

[1] 일단은 내외부의 자극을 모두 스트레스라고 부를 것이다. 스트레스는 생체에 이익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해를 끼칠 수도 있으며 이 구분에 의해 스트레스는 eustress와 distress로 나뉜다. 흔히 스트레스라는 용어는 distress라는 의미에 한정되어 사용된다.

[2]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한의학에서 담음, 어혈 등에 의한 산물이 다시 병인으로 작용하여 질병이 만성화되는 과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3] 한의학에서 보약의 개념은 주로 면역 증강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의학에서 보사 개념과 알로스테시스에 대해서는 차후에 좀 더 자세히 논하기로 하겠다.

[4] 부신피질 호르몬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HPA axis)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이 밝혀지기 훨씬 이전부터 부신피질 호르몬이 다양한 질환에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HPAaxis가 학자들에 의해 밝혀지는 일련의 실험과 사유 과정은 다음을 참조하라. 브루스 맥쿠웬, 스트레스의 종말, 시그마북스

[5] Dhabhar, F. S. (2008). Enhancing versus suppressive effects of stress on immune function: implications for immunoprotection versus immunopathology. Allergy, Asthma and Clinical Immunology, 4(1), 2.

[6] 정상적인 알로스테시스 반응에서의 자극은 eustress로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상태를 야기하는 자극은 distress로 지칭된다. eustress는 어떤 상황에서 distress로 바뀌는가 하는 점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줄여 병리 상태로부터 생리 상태로 이행하는 개입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eustress와 distress를 명확하게 구분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김진석의 다음 논문을 참조하라.
Kim, J. J., & Diamond, D. M. (2002). The stressed hippocampus, synaptic plasticity and lost memories Nature Reviews: Neuroscience, 3(6), 453-462. doi:10.1038/nrn849

[7] 스트레스와 감기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Cohen, S., Tyrrell, D. A., & Smith, A. P. (1991). Psychological stress and susceptibility to the common cold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25(9), 606-612.
스트레스와 암의 연관성을 입증한 실험실 동물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쥐들의 특발성 종양 발생률을 증가시킨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Henry, J. P., Stephens, P. M., & Watson, F. M. (1975). Force breeding, social disorder and mammary tumor formation in CBA/USC mouse colonies: a pilot study Psychosomatic Medicine, 37(3), 277-283.
인간에서 암의 발병 및 재발과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에 의한 면역 저하 사이의 관련성은 아직 논란 속에 있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책의 8장 ‘스트레스와 면역’의 더 읽을거리를 참조하면 좋다. 로버트 새폴스키, Stress, 사이언스북스

[8]Buske-Kirschbaum, A., Geiben, A., Höllig, H., Morschhäuser, E., & Hellhammer, D. (2002). Altered responsiveness of the hypothalamus-pituitary-adrenal axis and the sympathetic adrenomedullary system to stress in patients with atopic dermatitis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87(9), 4245-4251.

[9] 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4)-3.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4가지 시나리오
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22607

[10] 이 설명 방식이 함의하고 있는 한의학 용어를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군화, 상화, 상화망동, 음양, 동정, 태과, 부족, 중앙토, 좌신우명문, 명문상화.
좀 더 사변적으로 치달아보자. 수승화강, 토화작용, 인신상화, 금화교역은 인체 내 HPA 축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일련의 반응들에 대한 압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은 아닌가?

최 연 승 / 제주도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표선보건지소 공보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