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9)-6. 알로스테시스와 수면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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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9)-6. 알로스테시스와 수면 ②
  • 승인 2012.05.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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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승

최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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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숙면을 치료의 일차적 목표로 삼는 한의학과 알로스테시스

<글 싣는 순서>
1. 알로스테시스란 무엇인가?
2. 스트레스 반응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3.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4가지 시나리오

4. 알로스테시스와 자가면역질환
5. 알로스테시스와 대사증후군
6. 알로스테시스와 수면장애
7. 알로스테시스와 무월경
8. 스트레스와 병인론
9. 한방치료는 어디에 개입하는가?
10. 체질을 생각해보다
11. 감초의 재발견
12. 마무리 제언 

해마, HPA axis를 잠재우는 종결자
맥쿠엔은 알로스테시스의 핵심요소로 해마를 주목한다. 해마에는 코티졸 수용체가 있어서 HPA 활성의 산물인 코티졸의 레벨이 높아지면 음성 피드백을 통해 HPA axis의 과항진을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해마의 위축, 손상은 노화에 의한 치매 등의 제반 증상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HPA axis의 만성적인 hyperactivity를 초래한다. 이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4번 시나리오와 부합한다.

맥쿠엔은 노화현상을 단순히 나이가 먹어가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해마를 주축으로 하는 체계가 지속적인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인하여 소모되어 새롭게 균형을 만들어갈 능력을 상실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러므로 해마를 보호하고 신경가소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노화를 방지하고 알로스테시스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핵심 사안이 된다.1)

노인성 불면은 지속적·만성적인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에 의한 노화과정의 부수적 증상이다.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해마는 과잉된 당질 코르티코이드에 의해 손상을 입는데, 위축된 해마는 다시 HPA를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HPA hyperactivity가 발생한다. 노인성 불면의 예후가 좋지 않은 이유는 해마 등 기질적 문제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한편, 해마는 한의학의 신정 개념과 부합하는 영역일 가능성이 높다. 정허에 사용하는 처방들에 대한 해마 보호효과에 대한 실험논문도 상당히 많다.

한의학에서의 수면
수면은 땀 소변 대변과 함께 한의학 임상의 중요한 지표로 기능하며, 숙면을 유도하는 치료적 개입은 한의학적 치료에 있어서 핵심 사안이기도 하다.

영추·영위생회 편에 의하면, 수면의 생리는 衛氣와 營氣의 일주기적 순환이 陰分과 陽分을 행하는 기전에 의하며 불면은 기본적으로 陽盛陰虛와 관련된다. 황제내경에서는 양성음허하게 되는 이유로 양기의 항진, 양명경의 실조, 胃中不和, 五臟 精氣不足, 심리적 장애, 非生理的 水邪, 자침의 오치 등을 제시하고 있다.2) 이러한 관점은 지금까지 수행된 수면 연구의 결과들과 상반되지 않는다.

불면의 원인으로 제시된 양성음허의 상황에서 ‘음허’는 HPA axis를 조절하고 음적 과정을 통솔하는 해마의 점진적 위축으로, ‘양성’은 이로 인한 HPA axis의 과항진으로 해석된다. 세부적인 사항에서도 정서적인 문제, 소화기 등 내장감각으로부터의 스트레스성 신호 등이 앞서 언급했던 수면-각성의 pathway들과 각기 상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내외부의 어떤 자극도 상행성 신호의 전달과 상위 뇌에서 일어나는 해석에 의해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으며,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야기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자극이 되는 pathway를 세밀한 변증과정을 통해 선별해낸다.

만일 스트레스가 음식상에 의한 것이라면 내장감각으로부터 상행하는 신호를 통해 관련 증상이 드러날 것이며, 변증은 해당 pathway상에서 과부하를 줄일 수 있는 개입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정서적 자극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며 정서적 자극과 관련한 pathway 상에 개입하여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줄이는 방식의 개입이 유효할 것이다.3)

주단계의 ‘양상유여 음상부족’ 이론은 HPA axis가 쉽사리 항진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기본적으로 수면·각성(음양)은 SCN이 주도하는 일주기 리듬에 의해 원활하게 조율되어야 하지만, 그 실상은 수많은 자극들이 PVN으로 유입되어 HPA axis가 과항진되기 십상이다.
이는 상화가 쉽사리 망동할 수 있는 조건에 놓여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을까. 한의학에서 중시하는 양생법은 정서를 비롯한 습관적 행태에 개입하여 인간이 인간이기에 감수해야만 했던 HPA axis의 과항진을 다스리려는 시도는 아니었을까. 필자는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차후에 더 상세히 다루고자 한다.

한밤의 연금술, 잠 :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줄이는 연금술사
수면 부족은 내당능장애, 통증의 악화, 기억 및 학습의 장애 등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양상이 야기하는 다양한 증상 및 질환을 일으킨다.4) 5) 이는 일차적으로 수면 부족이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충분한 수면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적극적으로 줄인다.

수면은 적극적으로 알로스테시스 시스템에 걸린 로딩을 줄여주는 작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은 한의학적 치료가 환자의 수면 여부를 중요시 하는 점과 맞물린다. 한의학에서 환자의 수면 상태를 항상 확인하고 충분한 숙면을 치료의 일차적 목표로 삼는 것은 알로스테시스 관점에서 일리가 있다.

건강과 질병에 대한 관점에서 잠은 명백하게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 다행히 수면에 관한 일련의 연구들은 잠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학자들은 비로소 잠을 한밤의 연금술(overnight alchemy)로 비유하기 시작했다.6) 무병장수를 꿈꾸던 내단술의 비밀은 잠이라는 신비에 포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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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McEwen, B. S. (1999). Stress and the aging hippocampus Frontiers in neuroendocrinology, 20(1), 49-70. doi:10.1006/frne.1998.0173

2)불면증에 대한 동서의학의 약물치료 비교 분석, 정송화 외, 동의신경정신과 학회지 J.ofOrientalNeuropsychiatry Vol.20.No.3,2009

3)한의학적 치료는 진단명을 불문하고 변증의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앞서 서술한 내용은 단지 불면증 치료에 국한되지 않으며 제반 한의학적 치료가 개입하는 방식에 모두 적용시켜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4)Van Cauter, E. (2011). Sleep disturbances and insulin resistance Diabetic medicine : a journal of the British Diabetic Association, 28(12), 1455-1462.

5)Sleep and the affective response to stress and pain. (2007). Sleep and the affective response to stress and pain., 26(3), 288-295.

6)Walker, M. P., & Stickgold, R. (2010). Overnight alchemy: sleep-dependent memory evolution.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1(3), c1-c2. Nature Publishing Group. doi:10.1038/nrn2762-c1

최연승 / 제주도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표선보건지소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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