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밥상(18) - 박경숙(인천 자연숲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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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밥상(18) - 박경숙(인천 자연숲한의원) 원장
  • 승인 2012.05.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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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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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담그는 한의사, “식단만 바꿔도 약 없이 건강해질 수 있어요”

“아이를 넷이나 키우면서 진료까지 보는데, 도대체 뭘 드시길래 그렇게 기운이 넘치세요?”
인천 자연숲한의원 박경숙(42) 원장이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다. 5월 25일, 도심 속에 위치한 인천 자연숲한의원 앞에는 포도, 오이, 호박, 상추, 고추, 토마토 등이 심어져 한창 꽃을 피우고 푸른잎들이 쑥쑥 자라고 있었다. 그곳에서 음식을 통해 체질개선을 하는 ‘한방 음식전문가’ 박경숙 한의사를 만났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박 원장은 보기에도 무척 건강한 40대 여성이다. 하지만 십대시절과 대학시절에 박 원장을 만난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떠올리면 늘 아픈 사람으로 기억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았다고 한다.
“어렸을 때 너무 고생해서 안 아프다는 느낌이 어떤 건지 아예 모르고 살 정도로 몸이 나빴어요.”
사범대 졸업 후 교사생활을 하다가 건강이 매우 안 좋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서른 즈음 한의대에 다시 입학한 것도 평생 아프고 살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첫째 딸과 둘째 딸이 태어나서 아토피가 너무 심했는데, 특히 둘째 딸은 얼굴부터 온 몸에 진물이 줄줄 흐를 정도였다. 탕약과 연고로 치료했지만, 약물 치료만으로는 완치가 안 될 것 같아 좋은 먹거리를 찾는데 정성을 쏟기 시작한 것. 그 이후로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약간씩 기미가 보일 때도 있지만 심하게 재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박 원장은 또 한의원을 오픈할 즈음 자신의 골밀도를 측정해보고 놀랐다. 그 자신이 할머니 수준의 골다공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 경제사정이 안 좋아 고등학교시절부터 15년간 밥과 김치로만 자취생활을 한 결과였다. 그 후 음식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치료 및 예방치료에 응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집 보물 1호는 간장, 각종 미네랄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
박 원장은 거의 모든 음식을 집에서 직접 해먹지만 그 음식에 들어가는 간장, 된장, 고추장 또한 직접 담근다. 특별히 배운 적은 없지만 어려서부터 어머니 일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레 제조과정을 알고 있었고, 직접 좋은 천연재료들을 골라 응용해서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장 담그는 일을 1년 중 가장 큰 행사라고 말할 정도로 지극 정성을 기울이는데, 밥상에 오르는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기본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간장을 담글 때는 쥐눈이콩이나 서리태로 만든 메주와 유황오리 내지는 청둥오리, 밭마늘, 유근피, 그리고 9번 구운 죽염을 이용하는데, 이렇게 담근 간장을 ‘사리장’이라고 한다. 사리장은 해독효과도 크고, 각종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만성피로나 골다공증, 빈혈 등의 예방에도 매우 좋다고 한다.
“골밀도가 좋아지는 이유는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예요. 옛날에는 채소들이 다 노지(露地)에서 크고 거름도 주고 충분히 비도 맞아서 미네랄이 충분히 흡수가 됐었는데, 요즘에는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다보니 대기순환도 안되고, 땅에서 흡수할 수 있는 미네랄이 없어서 채소를 먹는다해도 미네랄이 항상 부족해지는 겁니다.”

박 원장은 실제로 어머니를 통해 사리장의 효능이 치료에 그대로 나타나는 것을 경험했다. 골밀도가 매우 낮았던 어머니에게 처음에는 양방치료가 빠를까 싶어 골밀도 높이는 약을 몇 달간 복용시켰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박 원장이 직접 좋은 약재들로 환약을 만드는 과정에 사리장을 입혀서 반죽해 어머니에게 복용시킨 결과, 3개월만에 골밀도가 높아진 결과가 나타났다. 그 후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녀가 담근 간장의 위력은 자연에 가장 가까운 천연재료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바닷속의 모든 미네랄들이 농축된 것이 천일염인데, 천일염을 높은 온도에서 구워내면 바닷속 지저분한 노폐물들이 없어지고 순수하게 미네랄만 남아 죽염이 돼요. 대나무에서 나오는 여러 진액들과 아미노산, 각종 미네랄들이 풍부하다보니 우리 몸의 영양 밸런스를 맞춰줘서 피로함이 없는 것 같아요.”
간장 담그는 것에 소요되는 비용만 700여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사리장에 식초와 유기농 원당 등을 넣어 만든 마늘, 깻잎, 무 장아찌도 훌륭한 밑반찬이다. 사리장은 워낙 해독 효과도 커 암환자들의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역할도 한단다.

골다공증에는 미네랄 섭취와 햇볕테라피
박 원장은 외식을 안 하는 대신 그 비용으로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고 살자는 생각이다. 식재료는 거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서 파는 유기농 재료를 이용하지만, 대량으로 구매할 때는 산지에서 유기농을 하는 사람과 직거래를 하며, 시골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미나리, 민들레, 고사리, 질경이 등 제철 나물들을 보관해뒀다가 먹는다.

박 원장은 음식과 치료에 대해 “몸의 균형이 심각하게 깨졌을 때는 약으로 치료를 해야 하겠지만, 약이란 일시적으로 복용하는 것이고, 음식은 죽는 날까지 먹어야 하는 것”이라며, “약으로 오장육부의 균형을 맞추고 염증이나 통증 원인을 제거해주더라도 잘못된 식이습관을 가진 사람은 또 다시 건강이 무너지게 되는 경우가 많고, 식습관이 매우 안 좋을 경우엔 약으로 치료가 안 되거나 더디게 치료된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또 “20대 내원환자들 골밀도검사를 해보면 10명 중 8명이 골다공증이라서 정말 놀랐는데, 인스턴트 음식과 육류 중심으로 먹은 사람들이 모두 골다공증이었다”며, “육류를 많이 먹지만 채소도 많이 먹는 사람은 골밀도가 좋았다”고 말했다.
음식을 잘 먹음에도 불구하고 골밀도가 낮은 것은 시중에 파는 싼 채소들 때문에 미네랄 섭취가 적고 햇볕을 안 쪼이기 때문이니 햇볕을 쬘 것을 강조했다.

성장기 자녀들에게는 콩요리 추천
네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박 원장에게 성장기 아이들에게 어떤 음식을 해주는지 물어보았다.
“음식의 종류를 특별하게 해준다기 보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해주려고 해요. 제철 과일을 많이 먹이고, 천연재료를 이용한 영양음식을 만들어주면 뭐든 지 도움이 돼요. 특히 아이들은 단백질 섭취를 많이 해야하니까 콩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중에 두부는 찌개로 부침으로 거의 날마다 먹습니다.”

생협에서 파는 라면을 끓이더라도 북어머리와 양파로 국물을 우려내고, 스프는 아주 조금 라면향이 날 정도로만 해서 아이들의 기호를 만족시킨다. 또 생과일을 갈아서 우유와 곁들여 얼린 아이스크림, 미숫가루와 꿀로 만든 아이스크림 등을 직접 만들어 주고, 호두와 잣 등 견과류를 곁들인 찐빵도 일품 간식거리다.
세 남매 어린이집, 학교 보내랴, 돌 지난 막내 키우랴, 환자들 진료하랴,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이유는 그녀가 만든 정성어린 건강 밥상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인천 = 김은경 기자

■  박경숙 원장의 밥상 엿보기

메뉴.  현미밥, 표고버섯 청국장, 김치, 씀바귀 김치, 더덕무침, 냉이무침, 마른 김,

박경숙 원장의 김치 담그는 법  
1. 천일염으로 절인 배추를 바구니에 담아 물을 뺀다.
2. 북어머리, 다시마, 양파, 표고버섯, 다시멸치, 감초, 오미자 등을 넣고 끓여서 육수를 준비한다.
3. 끓인 육수에 찹쌀가루와 연근가루, 율무가루 등을 넣어 풀을 쑨다.
4. 식힌 풀에 고춧가루와 젓갈, 마늘, 생강, 매실청이나 꿀 또는 조청을 넣고 한 시간 정도 불린다.

Tip. 이때 고춧가루 분량은 배추 1포기당 한 국자를 넣으면 안성맞춤이다.
5. 갓, 무채, 미나리, 대파, 쪽파를 썰어 넣고 양념을 버무린다.
6. 절인배추에 속을 넣으면 된다.

Tip. 화학조미료나 정제 설탕은 전혀 쓸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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