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 무협지에서나 가능한 ‘氣’로서 병 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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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 무협지에서나 가능한 ‘氣’로서 병 고치기
  • 승인 2012.07.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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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강욱

성강욱

seoungnasy@hanmail.net


앞선 칼럼에서는 「FTA를 대비한 전통 민중의술 활용을 위한 입법 정책 방안」이라는 문서에서 분류하고 있는 ‘전통 대체 민중의술’ 14가지 중 실체가 있다고 평가되는 부항/사혈/수기요법/쑥뜸/침 부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위 목차의 (6)부터 (14)까지의 내용은 한의사라는 직능을 떠나서, 대한민국의 일반인으로서 그 내용과 주장을 이해하기 힘들고,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입법 정책 방안’이라는 거창한 문서에서 ‘전통 대체 민중의술’로까지 분류한 것이므로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6) 氣로서 병 고치기(活醫寶鑑)
한의학에서는 과거 ‘기’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눈으로 보이지 않거나 측정할 수 없는 대상을 지칭하는 데 다양하게 쓰였습니다.
예를 들어 호흡할 때 들이마시고 내쉬는 공기를 淸氣/濁氣로, 음식물의 에너지를 뜻하는 穀氣가 소화기관을 통해 소화되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榮氣/衛氣로 설명하는 등, 인체 생리/병리현상을 설명하는데 적용되었습니다.
사실 이 ‘기’라는 개념은 과학문명이 발달하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 절대량이라는 의미에서 단위가 아닙니다. 길이 단위인 尺, 면적의 단위인 坪과 같이, 과거의 개념이면서 절대량을 지닌 개념도 있는 반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재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을 정의하다보니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태생적으로 비과학이나 비이성이라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의학에서 ‘기’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려 했던 것이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실체를 가진 인체라는 것입니다. 즉, 자연현상이나 실재하는 인체 기능을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인 것입니다. 옛 사람들이 ‘기’라는 용어로 설명하고자 했던 것들이 과연 무엇인지 현대과학을 통해 이해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연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 문서에서는 ‘기로서 병 고치기’라는 이름으로 기본개념인 ‘기’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부내용과 인식에 있어서는 한의학의 ‘기’ 개념과 매우 다릅니다.

“여기에서 ‘기’란 인체의 전류에너지 또는 천체의 대기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총칭하는 것으로, 다시 말하면 생명 자체이며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에너지를 일컫는 것이다. 이러한 기를 인체에서는 元氣, 備氣, 補氣, 營氣, 沖氣로 분류하며, 이렇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진 에너지가 인체의 모든 기능을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기로서 병을 고치는’ 두 가지 방법으로 心氣丹田行功과 活醫武術을 설명합니다. 사실 위 두 가지 방법은 어떠한 동작이나 호흡법 등을 시행한다는 정도만 알 수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아래와 같은 설명을 덧붙였는데, 도리어 의구심만 증폭되고 맙니다.

“활의무술의 술기 중에는 거의 죽은 상태에서도 氣가 끊기지 않았으면 다시 회생시킬 수 있는 寶導라는 절기를 비롯하여 全身道引術 導殺進行法 圓眞掌法術 沖氣導引術 明導 등과 같은 비장의 導引法이 있으며, 인체의 병고를 다스릴 수 있는 수많은 비기와 그밖에 비방으로 전해져 온 민간요법만도 약 1,800여 가지나 된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일본에는 지압이나 전신운동방법이 있고, 서양에는 카이로프락틱 또는 오일마사지 등 물리요법이 있으며, 중국에는 추장요법과 안교 또는 기공법 같은 것이 있으나 활의무술과 같은 고도의 술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활의무술을 터득하면 指脈을 통하여 상대방의 全身脈과 穴, 奇死八穴을 다스려 생명을 뺏을 수도 있으며, 상대의 기도를 잡아 잠을 재울 수도 있고, 앉은뱅이를 일어나게 할 수도 있으며, 눈을 뜬 채로 72시간 이상을 손끝 발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게 할 수도 있고, 대·소변을 입으로 역행 배설시킬 수도 있으며, 또한 하루 종일 웃게도 울게도 할 수 있고, 한쪽 수족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등 사람의 몸을 자유자재로 다스릴 수 있게 된다.”

‘활의무술’에 대한 위의 설명은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어보아도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입니다. 마치 무협지의 한 부분을 그대로 발췌한 듯한 절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술법들이 난무하고, 갑자기 비방이라는 민간요법 1천800여 가지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활의무술(?) 이라는 치료법과 비슷한 것이 지압, 전신운동, 카이로프락틱, 오일마사지, 안교, 기공법 등이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이미 앞서 살펴본, 실체가 있는 치료법 중 (3)수기요법과 중복되는 것이지요.
또 활의무술(?)을 터득하면 생명을 빼앗거나 잠을 재우고, 앉은뱅이를 일어나게 하는 등등 사람의 몸을 자유자재로 다스릴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황당함을 넘어서 실소가 나올 정도입니다. 그런 쪽이라면 ‘의학’ 카테고리가 아니라 ‘초능력’ 혹은 ‘마술’에서 다뤄야 할 것입니다. 


성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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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kmwik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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