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주년 특집기획-한의학 미래 짊어질 젊은 연구자들(2) 이두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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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3주년 특집기획-한의학 미래 짊어질 젊은 연구자들(2) 이두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 승인 2012.07.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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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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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증 통해 개별 약재 조합하는 ‘한약’에 매력 느껴”

현재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박사과정 중인 이두석(30) 씨는 한의과대학 시절부터 진로 고민이 많았는데, 학년이 올라가고 한의학 기초 수업을 벗어나 임상과목과 술기를 배워나갈수록 과학을 비롯한 서양의학 지식과 연구방법에 대한 갈증이 커져만 갔다.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에서 박사과정 중인 김창업(30) 씨와는 동국대 한의대 입학 동기로, 학부시절부터 서로 논쟁하며 지적 자극을 주고 받는 사이였다.
처음에는 졸업 후 병원 수련도 생각해보았지만, 미래를 고려할 때 대학원 진학이 더 의미 있는 일로 생각돼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김 씨가 서울대 의대 대학원에 입학한 것이 그가 기초 연구실에 공부하고자 마음을 굳히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학부 때부터 기초연구분야에 관심 많아

 "기초연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먼저 한의학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한의대 외부 연구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지금 제 지도교수님인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김선영 교수님께서 한약으로 신약 개발 연구에 매진하고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 상담을 받고 입학을 결정했습니다.”
학부시절부터 기초연구분야에 관심이 있어 혼자 생리학 책도 찾아 공부해보았지만, 단순 암기했던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빨리 잊어버리게 되더란다. 서울대 생명과학부는 기초과학 연구의 요람이면서 한약을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 그에게는 공부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그는 생명과학부 대학원 코스웍 과정에서 다양한 기초과학 수업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특히 분자 세포 생물학을 기본으로 면역학, 약리학, 신경과학 등을 공부했다. 스스로 연구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며 살고 있다는 그에게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무엇보다 지금 실험하는 주제와 관련된 분야 혹은 앞으로 한의학 연구를 해 나갈 때 필요하겠다 싶은 것들이 가장 관심을 갖게 되는데, 지금은 인지능력을 개선시켜 주는 한약 소재 연구와 신경계 발생과 관련된 유전자 연구를 위한 신경과학 및 면역학 등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혼합 성분 및 복잡한 작용을 가지는 한약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생물학과 생화학적 지식도 필요할 것 같아 이제 막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자에게 호기심이란 큰 자산일 것이다.

한의학과 접목시키고 싶은 분야는?
그는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공부하는 한의사 1호이기도 한데, 한의학과 생명과학분야를 오가며 새로운 생각들도 많이 샘솟았을 터. 한의학과 접목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어떤 분야일지 궁금했다.
“저를 포함해서 현재 진행되는 대부분의 한약연구는 기존 단일성분 약물개발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세포실험, 동물실험, 기전연구 모두가 다르지 않습니다. 일단 실험을 하면 모든 기초과학과 접목이 안 되는 분야가 없습니다. 앞으로는 한약의 혼합성분, 복잡작용 및 대사 후 작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생물학을 기본으로 한 생화학적 지식과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는 omics류 학문의 접목이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한의학은 진단 분석 및 치료기술 등 지금의 과학기술들이 발달해서 지향하는 목표를 예전부터 수행하고 있었던 의학이라고 생각한다”며, “개인 맞춤의학과 시스템 생물학 등도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의학에서 가장 매력을 느끼는 것은 ‘한약’이라고 말했다. 특히 훌륭한 재료와 그 재료를 이용하는 방법이 흥미롭기 때문인데, 변증을 통해 개별 약재를 조합하여 투약하는 한의학만의 방식이 다양한 질환에 대해서도 치료의 접근성을 가능하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초학문은 레고블록과 같다”
“의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연구 분야에서도 예과 2학년만 되어도 장상학을 통해 배우는 장부관계 및 외현증상들을 좋은 연구주제로 할 수 있을 만큼 ‘아이디어의 보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학부과정 때 지금 알고 있던 것을 알았다면, 그 많은 시간 동안 훨씬 더 생산적인 고민과 공부를 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지만, 현재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한 열망과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기초학문들은 마치 레고블록과 같아서 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조각이 됩니다. 학부 때 수많은 현상들을 피상적, 형이상학적으로 밖에 해석하지 못한 것들은 이런 조각들이 없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한의계가 타 학문들과 연계되어 하나의 주류학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타 분야로 열심히 진출해야 한다”며, “그 과정이 그렇게 험난하거나 많은 것을 포기하는 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해외 유명 실험실에서 일해 보고 싶어
“후배들을 만나보면 제가 했던 고민들을 대개 비슷하게 하고 있습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한의학이나 한의사의 문제점을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거나 무엇인가 하려해도 안정된 테두리 내에서만 하려고 합니다. 혹은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음이 분명한테 너무 거시적으로 생각하다 지치는 것 같습니다.”
그는 한의계를 바라볼 때 그것이 제일 안타깝다.
“제 경험으로는 대학원 진학이 그렇게 많은 것을 희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얻는 것이 훨씬 많고 더 재미있는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평균수명이 80~90세까지인데, 30세부터 한의사로 일한다고 해도 앞으로 50~60년간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 긴 시간동안을 한의학만 한다면, 특히 조금이라도 고민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만족을 못 느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한의학을 한의사 외의 직종에서 바라보면 정말 매력적인 학문이라며, 타 학문분야로 뻗어나갈 때 자신의 적성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으로 인터뷰에 응하던 그에게 지금의 계획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졸업이 제일 우선”이라고 말했다.
“실험 연구자로서 꽃의 시기는 박사 후 연구원 때라고 합니다. 저도 해외의 유명 실험실에서 일해 보고 싶습니다. 아직 정확한 연구 분야와 장소는 정하지 않았지만, 뇌 발달, 면역, 대사 모두 관심이 있는데, 앞으로 어떤 연구 분야로 진출할지는 더 고민해보고 선택할 것입니다.”
평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대학원 입학 후 취미라는 게 사라진 것 같다고 했지만, 아쉬울 것 하나 없이 꿈 많은 연구자로 이미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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