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잘못 변형된 ‘오컬티즘’에 현혹되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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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잘못 변형된 ‘오컬티즘’에 현혹되지 않아야
  • 승인 2012.07.1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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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강욱

성강욱

seoungnasy@hanmail.net


(전호에 이어)

(7) 도(道)로써 병 고치기(以道治病)
이 단락에서는 도로써 병을 고치는 방법으로 ‘의식요법’과 ‘의단원’을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가시적 치료행위가 없이 기(氣)적, 정신적 작용만으로 병을 고치는 고차원의 신의술(新醫術)들도 다양하게 실재한다. 경기도 부천에서 ‘의단원(疑團院)’이라는 의식요법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분이 있다. 자호(自號)를 리농(理農)이라 하는 이 분은 환자의 몸에 아무런 유형적·가시적인 작용도 가하지 않고 같이 생활하는 것만으로 병을 고친다.”
“뇌의식과 자연생리의식 사이의 괴리에 의해 발생하는 중압감을 덜어줌으로서 이를 통해 호르몬 균형을 바로잡아 주면 인체에 내재되어 있는 놀라운 자연치유력에 의해 내인성 만성 질환은 완치된다. 그 과정에서 약물 수술 식이요법 침 뜸 부항 기 수기요법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외부적인 물리치료법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의식치료는 진정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
위의 설명만 들으면, 굉장히 대단한 치료법인 것 같아 호기심이 생깁니다.  이 치료법의 흐름을 정리하면, “아무런 가시적 치료행위 없이 쭻 氣적, 정신적 작용만으로? 쭻 뇌의식과 자연생리의식의 괴리를 덜어주고 쭻 호르몬 균형을 바로잡아 쭻 자연치유력에 의해 쭻 내인성 만성질환은 완치된다”입니다.
이게 정말 가능하다면 꼭 배워보고 싶은 치료법입니다만, 아쉽게도 마지막에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달려있군요.
“다만 의식치료는  진정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이것은 전형적인 ‘오컬트’입니다. 오컬티즘은 동서양 모두에 존재하였던 것으로, 어떤 초자연적이고 정신적인 대상에 대한 탐구를 뜻합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물질문명에 대한 반감이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조를 불러왔고, 여기에 동양문화에 대한 동경이나 호기심과 종교적 교의가 적절히 가미되어 변형된 ‘오컬티즘’이 탄생하게 됩니다.

‘오컬티즘’에는 정신적으로 혹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모두 어떤 경지에 있는 스승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스승의 도움과 인도에 따라 제자들은 수련을 거쳐, 스승이 깨달았다는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 노력합니다. (구루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스승의 역할은 매우 절대적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오컬티즘은 스승이 누구냐에 따라, 단순한 명상과 기도의 모임이 될 수도 있고, 일본의 옴진리교처럼 사회를 파괴하는 단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스승을 절대시하고, 스승의 말과 행동, 지시에는 티끌 한 점의 의심도 가지지 않는 그런 무섭고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말입니다.
‘리농’이라는 자가 만든 ‘의단원’이라는 의식센터는 2010년 10월 시사고발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어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아래 별항 참조>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일 밤 11시 10분 신의학으로 알려진 의식치료의 실체를 규명한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 경북 상주의 외딴 산골에 있는 ‘의단원’은 간암, 다발성 신경경화증, 만성신부전증, 파킨슨병 등 난치병 환자들로 성황을 이룬다. 이곳은 간단한 절하기와 의식 치료만으로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선전하며,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을 불러 모은다. 그러나 이곳을 찾았다가 숨진 이들의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유족들이 분노하고 있다.
의단원의 중심에는 ‘의식치료’의 창시자로 알려진 密豊 理農이 있다. 그가 내세운 의식치료는 인간의 의식세계는 자연생리의식과 뇌의식으로 나뉘며, 이 두 의식을 다스리기만 하면 어떠한 치료행위나 약물 없이도 내인성 만성질환을 완치할 수 있다는 원리에 뿌리에 둔다. 밀풍 리농은 30년 전 얻은 고차원의 깨달음을 증명하기 위해 현대의학에서 포기한 불치병 환자들을 완치시켜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772회, 2010년 10월 2일 방영분) 방송 예고 내용 요약>

 

더 놀라운 것은 이 ‘리농’이라는 자의 제자를 자처하며, 한의사 10여 명이 ‘의식의학회’를 조직해 의식치료이론을 신의학이자 기적의 만병통치로 소개하며, 난치병 환자들에게 적극 권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학회’에 소속된 한의사들은 정말로 의식치료로 수많은 난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요? 이 10여 명의 한의사들이 실제로 의식치료를 믿고 행하든, 아니면 믿지는 않지만 의식치료를 이용하던 간에, 대한민국의 의료인인 한의사로서 의료윤리를 저버리고 한의사라는 직역에 똥칠을 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컬티즘’ 자체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합니다만, ‘오컬티즘’이 한의학 또는 의학적으로 환자의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분명코 잘못된 것입니다. 실체가 없는, 아무런 가시적인 행위 없이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사회가 의료인에게 요구하지도 않고, 환자도 의료인에게 요구하지 않습니다.

한의학, 동양의학에서 정신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정신과 신체의 조화를 말함이지, 정신만으로 신체를 다스릴 수 있다고 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게다가 불치병,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환자에게 고비용을 들여 이러한 불확실한 치료를 권유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의학은 과학입니다. 한의학 또한 의학으로서의 과학입니다. 그것은 자연현상이나 인체를 실체적으로 이해하고 재현 가능한 원리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의학으로서 한의학 또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전문교육을 받은 한의사라면 누구나 일정 수준의 진단 및 치료를 재현가능하게 해내야 합니다.

한의사는 6년의 정규 한의학 과정을 거치고 국가고시를 통과한 정규 의료인입니다. “진정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라구요? 그렇다면 그 사람 혼자 하도록 내버려 둡시다. 더 이상 선후배 한의사 동료 여러분이 한의학의 이론을 그럴싸하게 버무린 오컬티즘에 현혹당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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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kmwiki.net)

이 지면은 온라인상에서 한의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한의학 위키’와의 제휴로 만들어집니다. 더 많은 한의학 칼럼들이 www.kmwiki.net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의학 위키 필진으로 생각이 젊은 한의사, 한의대생 블로거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임정태 씨 메일(julcho@naver.com)로 보내주세요.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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