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동의보감 정신과 천연물신약(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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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동의보감 정신과 천연물신약(2)
  • 승인 2012.08.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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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제준태

yueing@naver.com


(전호에 이어)

캡슐이나 정제의 탈을 써도 분명한 한약

한약제제의 제조기술과 한방신약 개발기술에 따라 만들어진 약물은 한의약기술로서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 개발한 한의약기술에 의한 제품입니다.
따라서 양근탕 및 청파전을 계승 발전시켜 새롭게 만들어낸 신바로캡슐은 당연히 한방신약으로 분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생약으로 분류되어 정작 한의사는 써도 되는지 말아야 하는지 눈치를 봐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캡슐이나 정제의 탈을 썼다고 해도 한약은 분명한 한약입니다. 리페인캡슐(작약감초탕), 안티캄캡슐(은교산), 레독신캡슐(황련해독탕)은 분명 한약재로 충진한 제약회사를 통해 나오는 허가된 한약제제입니다. 한약재를 이용해서 똑같은 형식으로 만든 제품들을 단지 허가 사항이 다르다고 해서 한약제제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이상한 논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의약육성법에 따르면, 신바로캡슐은 당연히 한약이고 그것을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처방하는 것은 한의사의 업무영역으로 의료법에 보장된 영역이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천연물신약이라 하더라도 한약재를 그대로 사용한 경우, 한의학적 원리에 의해 조합된 경우, 한의약의 범주로 보고 한의사의 처방권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스티렌을 소화성궤양용제로 처방했다면 그에 따른 처방을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한의사가 스티렌을 청위화 목적으로 사용하였다면, 그에 따른 처방 역시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재료는 전부 한약재로 만들어 놓고 한의사가 그것을 적절하게 처방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의사들은 무슨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것이라는 말로 한약을 폄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천연물신약 역시 의사들이 어떤 성분을 보고 처방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단일 한약재에서도 유효 성분은 약 200여 종 이상이 추출됩니다. 그런 한약재를 서로 섞어서 만든 처방을 과연 의사들이 성분명 처방으로 처방할 수 있을까요?

한약제제를 천연물신약이란 명목으로 불필요한 중복투자

천연물신약은 현재 약 50여 개 정도 연구 중인 제품들이 있고, 7∼8개는 임상시험(2상∼3상) 중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또 천연물신약의 허가가 일반신약에 비해 더 관용적이란 점까지 고려한다면 점점 더 많은 천연물신약이 폭발적으로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랑할 정도로 우수한 처방들을 이렇게 제품화할 수 있다면, 복용은 보다 편리하고, 건강보험의 혜택을 통해 폭넓은 질환을 탕제가 아닌 한약제제(천연물신약)를 통해 더 적은 투자비용으로 쉽게 커버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신바로 같은 한약제제를 사용하게 될 경우, 보험약가가 1정당 245원으로 한약에 비해 10배 이상 저렴할 뿐만 아니라 한약재와 탕전 등에 들어가는 시설, 공간, 인력, 시간을 감안한다면 초기 투자비용은 그 이상 절감이 가능해집니다.
한약제제분야 연구도 국가지원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지만, 천연물신약이 이름만 다르게 한 한약제제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불필요한 중복투자일 뿐입니다. 따라서 한약제제와 천연물신약을 일원화하여 한의사 처방권을 보장해주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천연물신약 처방권이 한의사에게 있는 이유

천연물신약의 처방권을 한의사에게 허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살사라진과 아피톡신의 실패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살사라진은 방풍통성산, 아피톡신은 봉독입니다. 한의사들이 쓰고 있는 처방들을 신약으로 등록하고 만들었지만 반응은 썩 좋지 못했습니다. 부작용이 계속 나왔고 효과는 그만큼 뛰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의사들에게 외면 받는 데 비해 오히려 한의원에서는 여전히 다이어트한약 중에 방풍통성산을 쓰고 있고, 봉독약침요법을 하고 있습니다. 한의원에 가면 효과적인데 이상하게 제품으로만 만들면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술을 하는 방법은 한의사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의사와 한의사가 서로 다른 점 중 하나는 부작용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의사는 이 약의 부작용이 몇 %의 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생각을 하지만 한의사에게 있어 부작용은 환자와 처방이 서로 적합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의사들의 입장에서 방풍통성산은 이런 환자에게 쓰는 것이 더 유리하고, 이런 경우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내립니다.
물론 의사들도 약을 처방할 때 마찬가지로 부작용을 예측합니다. 하지만 그 기준은 현대의학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양약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약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 예측은 한의학에 근거하여야 합니다.
결국 한의사들이 효과가 좋다고 하는 약이라도 처방의 논리와 근거가 서로 다른만큼 의사들이 기존의 약에 대해 하던 사고방식 그대로 처방한다면 그 이후의 반응은 예정된 수순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천연물신약이라는 이름과 한약제제라는 이름. 법적인 구분도 중요하지만, 이 둘은 같은 것을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일 뿐이며, 의사가 한약을 처방하고 있고, 한의사는 정작 동일한 한약을 쓰지 못하는 약의 허가사항에 대한 왜곡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천연물신약이 특정 유효성분의 개발에 의한 단일성분 약제라면 한의사들이 문제를 삼을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천연물신약 허가약품은 한약처방 자체를 형태만 바꾼 것으로 엄연한 한약입니다.
따라서 천연물신약이라 할지라도 한약제제에 해당한다면 이 약의 처방권한은 당연히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동의보감」은 그 서문에서부터 한의학은 넓게 사람을 살리기 위한 실용적인 학문이며, 시대에 따른 변화와 다양한 응용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옛날의 방식 그대로 옹기에 탕액을 끓이는 것도 한의학이지만, 정제나 캡슐을 처방하는 것도 한의학입니다. 한의사 스스로가 과거의 틀에 갇혀 한의학의 발전을 외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제준태
한방내과 전문의
소현자의 한의학 날개달기
 (http://www.kmwiki.net/xe/38008)

이 지면은 온라인상에서 한의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한의학 위키’와의 제휴로 만들어집니다. 더 많은 한의학 칼럼들이 www.kmwiki.net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의학 위키 필진으로 생각이 젊은 한의사, 한의대생 블로거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임정태 씨 메일(julcho@naver.com)로 보내주세요.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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