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52) -「痘瘡經驗方」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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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52) -「痘瘡經驗方」 ②
  • 승인 2012.09.0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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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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痘瘡과 巫覡에 얽힌 사회사

 

「두창경험방」

저자 자신이 직접 두창을 치료한 경험을 토대로 지은 이 책은 여러 의가들로부터 신임을 받았으며, 특히 「산림경제」에 주요내용이 실림으로써 민초들에게까지 널리 애용되었다. 구급편에 실린 ‘두창경험방’에서 바로 이 책을 인용한 원문을 볼 수 있다.

본문 가운데 몇 가지 주안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권두에는 두창의 병인론에 대해 피력했다. 태아가 태중에서 穢液을 머금기에 출생 직후 황련감초수로 닦아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불결하게 처리되어 풍한사기를 만나면 痘疹이 생긴다고 하였고, 上古시대에 없던 병이 周末秦初부터 생기기 시작하였다고 말하였다.

稀痘方은 두창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예방약이자 증상완화를 목적으로 적용한 처치법으로, 鏡面朱砂를 水飛하여 미량을 蜜水로 조제하여 사용하였다. 延生第一方 역시 일종의 예방적 조처로 출생 직후 탈락한 臍帶를 燒存性하고, 여기에 생지황과 當歸汁 등 몇 가지 약재를 조합하여 유아의 잇몸과 어미의 乳頭를 닦아내어 정결하게 하면 대변으로 뱃속의 불결한 때가 빠져나오게 되면서 평생 창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좀 다른 방식의 처치법으로 滌穢免痘湯이 제시되어 있다. 5∼6월 사이에 수세미의 작은 덩굴줄기를 채취해 음건해 두었다가 정월초하룻날 子時에 이것을 煎湯하여 아이의 얼굴과 전신을 씻겨내는 外治法이다.
이에 비해 三豆飮은 내복용 예방약으로 팥과 검은 콩, 녹두 각1되, 감초 5돈에 물 7되를 붓고 달여 절반이 되거든 날마다 그 물을 먹이고 건더기를 수시로 먹게 하면 증세가 가벼워지고 7일 이상 복용하면 영구히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예방법은 그다지 효용성이 없었던 것 같고, 辨痘證조 역시 감별진단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산림경제」에서는 모두 채택하지 않았다. 음식·금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관련 조문이 등장한다. 예컨대, 痘瘡에는 風寒을 조심하여 피해야 하고, 生冷한 음식물을 일절 금해야 한다든가, 금할 음식으로 生梨ㆍ紅枾ㆍ西苽ㆍ대추ㆍ乾枾ㆍ柑子ㆍ橘ㆍ柚子ㆍ臘雪水와 일체의 신 것, 짠 것, 차고 냉한 것 등을 들었다.

또 일체 香臭나 惡臭를 금해야 하는데, 태우고 지지고 기름으로 볶는 연기와 냄새, 燈燭을 끌 때 나는 연기냄새나, 사람의 머리카락, 짐승 털, 새의 깃을 태우는 냄새나, 오물[糞穢]을 버리거나 도랑을 치울 때 나는 악취 등을 들 수 있다. 아울러 방 안에서는 음욕과 梳頭(머리 빗질)를 금하고, 반드시 안팎으로 편안하고 조용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반면에 巫覡과 僧尼 등 外人을 일체 출입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구절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데, 「산림경제」에 부연된 설명을 통해 그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두창에는 고열이 나기 때문에 저절로 魚肉이 끌리지 않는데, 무당들이 두창을 ‘僧神’이라 하므로 온 집안이 素饌만 먹는다.
심한 경우, 앓고 있는 아이가 혹여 어육을 찾더라도 귀신이 일부러 희롱하는 것이라는 무당의 말에 두려워서 감히 먹이질 못한다. 그래서 기혈이 더욱 虛脫해지고 變症이 雜出해서 구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니 두창을 앓는 집[痘家]에서는 깊이 경계해야 마땅하다고 하였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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