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전통의학의 향로와 통합 논의 - 인도 “Integrating Traditional South Asian Medicine into Modern Health Care Systems” Conference를 다녀와서(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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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전통의학의 향로와 통합 논의 - 인도 “Integrating Traditional South Asian Medicine into Modern Health Care Systems” Conference를 다녀와서(下)
  • 승인 2012.11.0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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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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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학 현대화, 일방적인 근대 과학적 방식 지양 확대 추세

4. 전통의학의 통합의학적 연구방법론
학회 마지막 날에는 실질적으로 가능한 전통의학의 통합의학적 연구방법들이 제시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이었다. Rama Jayasundar 교수(Associate Professor, Dept. of Nuclear Magnetic Resonance, AIIMS)는 “Systems Biology Approach of Ayurveda and Relevance in the Present Context”라는 제목으로 아유르베다 의학을 시스템 생물학을 활용해 설명하려는 연구를 소개하였다.

Jayasundar 교수는 “아유르베다 의학에서 말하는 ‘기능’은 Vata(움직임), Pitta(대사), Kapha(성장과 보충)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시스템 생물학에서는 세포 구성요소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통해 특정 시스템의 기능과 행동을 파악하는데, 아유르베다 의학에서 Vata, Pitta, Kapha의 세 가지 기능들이 특정한 계층(hierarchy) 없이 모든 범주에서 상호간에 연결되어 있음은 시스템 생물학의 개념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유르베다 의학에서 관찰의 대상이 몸 전체인 것에 반해 시스템 생물학에서는 세포 수준만을 다루고 있음은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아유르베다 의학과 한의학을 주제로 한 특별미팅 참가자가 자리를 함께 했다. 아래는 학회 참가자 전체 기념사진.

통합의학 연구방법론의 또 다른 한 가지는 P. Ram Manohar 박사(Director & CSO, AVP Research Foundation, Coimbatore)의 “Integrative Research Methodology: The Rheumatoid Arthritis Study”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소개된 임상연구방법이었다. Manohar 박사는 아유르베다 의학의 임상연구를 시행함에 앞서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하나는 아유르베다 의학이 역사적 근거를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아유르베다 의학의 문헌 근거를 재평가할 필요

가 있음이었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임상 현장에서 아유르베다 의학이 정말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유르베다 의학의 문헌 근거를 살펴보면 그 안에 이미 의학적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예를 들면 보다 정신적 측면을 서술한 부분과, 보다 경험적 측면을 다루고 있는 부분을 구분하여 서술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이 지식들을 임상에서 활용함에 있어서는 환자에 따라 가장 적합한 것을 적용하였기 때문에, 이 같은 아유르베다 의학의 지식체계를 담아내지 못하는 연구방법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였다. 아유르베다 의학을 임상적으로 연구할 경우에는 아유르베다 의학 자체의 임상적 맥락을 반영하여 연구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예를 들어 Manohar 박사는 임상시험과정에서 일괄적인 맹검(blind)을 시행할 경우에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중요시하는 아유르베다 의학 치료를 제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환자들이 아유르베다 의학과 양방의학적 치료를 동시에 받는 경우를 설정해서 임상연구를 디자인하였다.

세 개의 비교군이 설정되었는데, 첫 번째는 아유르베다 처치와 양방 플라시보군이었고, 두 번째는 양방 처치와 아유르베다 플라시보군이었으며, 마지막 세 번째는 아유르베다와 양방 처치를 모두 한 군이었다. 양방 처치의 경우 의사들은 류마토이드 관절염으로 진단된 환자들을 치료하였으며, 아유르베다 처치의 경우 아유르베다 의사들이 류마토이드로 진단된 환자들을 양방 질병명에 구애되지 않은 채 본연의 방식으로 치료를 진행하였다.

Manohar 박사는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환자 개개인에 따른 맹검이 가능하며, 더불어 유의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ESIM(European Society of Integrative Medicine)에 의해 2012년 9월 21일, 우수논문으로 선정되었으며, 영국 Exter 대학의 Prof. Edzard Ernst에 의해 앞으로 전통의학의 효능을 밝히는데 청사진으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코멘트를 받기도 하였다.

5. 한국 한의학과 통합의학
전통의학의 현대화와 그 과정상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는 비단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도는 물론, 앞서 학회참석 차 방문했던 영국 중국 미국 등의 국가에서도 같은 주제와 유사한 시각으로 전통의학의 현대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인도의 경우 한국의 한의학과 같이 오랜기간 활용되어왔던 전통의학이 존재한다는 점과, 아직까지 양방의학이 인도 전체 인구의 의료를 담당할 수 없다는 현실로 인해 아유르베다 의학을 포함한 전통의학의 현대화 논의가 매우 활발함을 알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전통의학의 현대화가 과거와 같이 근대 과학적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50여 년간 전통의학은 근대과학의 방식으로 재단되었거나 비과학적인 것으로 평가절하 되어 왔지만, 현재는 지금까지와는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상황이 변한 것은 계속해서 전통의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과, 전통의학 자체에 대한 연구역량이 커지고 있다는 점, 또 더불어 과학기술이 다양하게 발전함으로 인해 전통의학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점차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 등에 기인한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의학이 가지는 가치가 무엇이며, 어떠한 방법으로 현대사회에서 인정할 수 있는 형태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실하게 구축된 방안은 없다.

전통의학의 가치를 토대로 한 현대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번 학술대회가 기획된 취지처럼 앞으로 계속해서 국제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전통의학의 현대화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의 한의학은 1951년 이원제 의료체계가 확립된 이후 한의학의 현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축적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 세계적인 통합의학 논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한국의 한의학계가 전 세계의 통합의학 연구를 선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끝>

 

  

 

이 태 형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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