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등산 마니아 봉승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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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등산 마니아 봉승전 원장
  • 승인 2012.12.0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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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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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도 좋아하는 흙이 따로 있어요”

복잡하고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힐링(healing)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 일상에서 한 템포 쉬어가는 자기만의 공간과 자기만의 힐링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료인도 예외는 아니다. 맨발등산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한의사가 있어 만나보았다.

부산 자연수한의원 봉승전(42) 원장의 맨발등산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짧은 시간에 건강증진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등산이 제일 좋은 운동이라는 말을 듣고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재활의학 교수인 동생으로부터 “이왕이면 맨발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며, “아는 지인 중에 맨발로 등산하니까 너무 좋다더라”는 말을 듣고 직접 실천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산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생경한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1년 반이 지난 후 그는 어느새 맨발 걷기의 예찬론자가 되어 있었다. 등산객들로부터 발이 안 아프냐는 질문도 무수히 받았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는 조금 아픕니다. 그래서 부드러운 흙에서 10분정도 걷기 시작하는데 차츰 발이 땅에 적응하면 20분, 30분씩 산행시간을 늘려갑니다. 손의 감각이 민감하듯이 발의 감각도 상당히 민감한데, 다니다보면 발바닥이 좋아하는 흙과 싫어하는 흙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그는 집 근처에 있는 등산로나 갈맷길을 이용하는데, 출근시간 전에 한시간 가량 맨발로 등산한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장시간 할 경우에 발이 트고 아프기 때문에 잠깐씩 해야 한다”고 말했다.
봉 원장은 맨발등산 6개월만에 만성피로와 소화불량, 약간의 무좀과 습진이 거의 없어졌다. 맨발로 맨땅을 걸었을 뿐인데 어떻게 치유효과가 생길까? 이에 대해 그는 과학적으로 설명해주었다.

“맨발로 등산을 하게 되면 땅에서 자유전자를 직접적으로 공급받을 수가 있습니다. 지구에는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번개가 치는데, 그 번개 속에 있는 자유전자가 땅에 공급되고, 발바닥을 통해서 자유전자가 몸에 들어오는 것이죠. 우리 몸 속에는 몸의 노화와 병의 원인을 일으키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프리래디컬(free radical)이 있는데, 그 자유전자가 프리래디컬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몸의 독소를 중화시켜주는 이치입니다."

맨발등산에 관심이 생기면서 관련 책들도 찾아보았는데, 맨발로 맨땅을 걷는 것을 일컬어 ‘어싱(earthing)’이라고 부른다. 어싱은 지구 표면과 우리 몸을 연결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단절되었던 인간과 대지를 다시 이어주고 인간에게 에너지를 준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이러한 개인적 치유경험을 일반환자들에게도 권유했지만 보통 환자들은 생활에서 실천하기 어려워했단다. 반면, 내원환자들 중 암환자와 악성 류머티스환자, 대상포진환자들에게 바닷가의 촉촉한 모래를 밟아보라고 권했더니, 이들 환자 모두 몸이 좋아지는 효과를 보았단다.

“맨발로 땅을 밟아본 환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습니다. 피로가 없어지는 등 몸이 전체적으로 좋아지는 것을 직접 체감하게 되니까요. 마치 마사지나 반신욕을 오래 한 것처럼 몸이 노곤해지는데, 이는 맨발로 땅을 접촉하면서 몸이 이완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가 빨리 꺼진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소화가 잘되는 효과도 있는 거죠.”
그는 특히 산보다는 바다가 좋다고 추천했다.
“촉촉한 땅이나 파도를 밟으면서 걷는 게 최고로 좋습니다. 요즘은 온난화 현상이 심해져서 바닷물이 겨울에도 그렇게 차갑지 않습니다. 주변에 강이나 바다가 있으면 적극 활용해보면 질병치료에 아주 도움이 됩니다.”

이밖에도 몸과 자연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단다. 도시인들은 날씨변화를 별로 체감하지 못하지만 맨발로 땅 위를 걸으면 계절의 변화나 날씨변화를 민감하게 알 수 있게 된단다.
맨발등산에 적응하기까지 크고 작은 에피소드도 있었을 터. 그는 산에서 뱀을 두어번 정도 본 것 외에는 크게 위험한 일은 없었다고 했다.

봉 원장은 맨발등산의 묘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발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비온 뒤 촉촉해진 땅을 밟았을 때의 상쾌함이나 잔디밭을 밟을 때의 느낌, 시냇물을 밟을 때의 느낌이 저마다 다릅니다. 아침에 명상할 때도 생각 정리가 잘 되는데, 석가모니를 비롯한 인도의 명상가들이 맨발로 걸어다닌 것도 이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 몸이 대지에 밀착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한편, 그는 원래 식품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다. 이공계가 적성에 안 맞아 양의, 한의, 수의로 있는 동생 셋이 의학 전공을 권유해 한의학으로 전공을 바꾼 후부터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우선 환자들과 대화하고 치료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제 적성에 잘 맞습니다. 치료율도 만족하는 수준이고, 한의학 공부도 재미있지요. 또 한의학의 바탕이 되는 동양철학이나 불교, 도교 쪽에도 관심이 있어 관련 공부를 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부산=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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