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재주꾼 한의사 최고야 박사
상태바
만능재주꾼 한의사 최고야 박사
  • 승인 2012.12.20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슬기 기자

김슬기 기자

seul@http://


불편한 건 못 참아, 직접 만들어야 직성풀려

기능성 침쌈지, 스마트폰용 한약기원사전 등 작품 수두룩

스마트폰용 한약기원사전을 만들어 언론에도 여러차례 소개된 바 있는 최고야 박사(32). 한약기원사전을 앱으로 만들었을 때도 “일하다 답답해서 시작했다”는 그는 평소에도 무엇이든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직접 구상하고 계획해 뚝딱뚝딱 만들어 낸다. 그의 블로그(www.goyast.com/)에는 그가 직접 만든 돼지가죽 침쌈지, 골룸액션피규어 등등 기발한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최고야(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기초연구그룹) 박사를 만나 그의 작업공간을 들여다보았다.

발명에 대한 관심이 취미활동으로 이어져

한의학연구원에서 본초학을 연구하는 최고야 박사는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만능 재주꾼이다. 담뱃갑으로 만든 SOS Kit, 지우개 도장, 침쌈지, 골룸액션피큐어, 석가탑·다보탑 미니어처, 구체관절 인형, 핸드폰 줄, 자작 데스노트 등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부터 영화 속 소품까지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그는 “작품이라 하기에는 수준급이 아니다”라며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가 만든 것은 누가봐도 수준급 작품이다. “어린 시절 TV프로그램 속에 나오는 개인발명가나 중소기업 발명가들을 접한 후, ‘나도 저런 사람처럼 발명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발명반 활동도 했고, 특히 EBS TV의 인기프로그램이었던 ‘나도발명가’의 홍성모 씨가 집필한 책을 좋아했습니다.”

발명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더불어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미가 됐다는 그는 조립해 만드는 프라모델이나 전기회로 납땜은 기본이고, 심지어 중학교 때는 ‘라디오 조립 경진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단다.

한땀 한땀 저성기울인 '침쌈지'

그의 블로그 ‘고야슷흐라다무스’에는 2002년부터 만들었던 작품의 과정과 완성품들이 포스팅돼 있다. 블로그의 ‘만들기’ 메뉴에는 40여건의 발명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최고야 박사가 돼지가죽으로 만든 침쌈지(위와)와 펼친 모습.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무엇인지 묻자 한의학 전공자답게 단연 ‘침쌈지’를 꼽았다. 침(鍼)을 넣어 다닐 수 있게 만든 주머니인 침쌈지는 그 역시 인정하는 작품이다. “시중에 은침관을 파는 업체가 있는데, 한의사들이 그 제품을 많이 사용합니다. 은침관과 함께 판매하고 있는 침쌈지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다보니 값이 비싸고 기능이 좀 부족하고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만들기로 했지요.”

침쌈지는 처음 설계도를 그려 구상하고 재단해 돼지가죽, 가죽끈, T핀 등의 재료를 활용해 한땀 한땀 손수 바느질해 완성한 작품으로 보통 하나 만드는데 5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는 “기존의 침쌈지는 침관은 넣기 좋은데, 10개씩 포장되어 있는 호침은 담고 묶을 수는 있었지만, 열면 너저분하게 풀어져 보관하기 어려웠다”며, “침을 따로 담을 수 있도록 칸을 만들고, 침관도 사이즈별로 꽂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골룸 액션피규어.

반면 그의 지인들이나 블로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골룸액션피규어’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다. 골룸액션피규어는 에폭시퍼티라는 합성수지를 사용해 모양을 만들어가며 수차례의 칼질, 줄질, 사포질 등을 거치고 최종적으로 채색과 건조과정을 거쳐 완성하는데 보통 보름의 시간이 필요하단다.
“골룸액션피규어는 지금 다시 만들라고 해도 못 만듭니다. 피규어를 만들었던 2004년도에는 아무 걱정 없이 취미생활에만 전념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근무하다가 하루 이틀 쉰다고 그 시간에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필요한 건 직접 만들어
그는 한의학과 관련해 필요함을 느껴 수작업으로 ‘침쌈지’를 만들었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을 활용해 2007년에는 ‘한약원료정보관리시스템’, ‘한약미각패턴DB시스템’을 만들었다.
“연구소에 근무하다 보니 시료를 사용할 때마다 한약재를 누가·언제·어디서 샀으며, 얼마나 썼는지 등 냉장고에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한약재에 바코드를 붙여 언제 어디서든지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시스템은 현재도 연구원 내에서 사용 중이며, 한의학연구원내에서 2011년도에 창안상을 받기도 했다.

또 한약을 연구하면서 국가별로 다른 한약 기원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매번 여러 곳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에 스마트폰 등에서 한약재의 기원과 학명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한약기원사전’을 만들었다. 지난 2월 한의학연구원에서는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한 바 있다.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것이 작품으로 구현됐을 때 즐거움을 느낀다는 최 박사는 “무엇을 만들기 위해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이나 다른 고수들이 만든 작품을 보고 모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모방에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고, 그 자세는 연구자로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블로그를 통해 작품을 공개하고 정보 등을 공유하는 그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집안 작업실에서 온갖 장비를 갖추고 충분한 여유시간을 가지고 또 다른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무언가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직접 만드는 최고야 박사, 한약 연구와 더불어 또 다른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개발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대전 = 김슬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