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한의 교육과 한의사의 생애 교육 어떻게 바꿔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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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한의 교육과 한의사의 생애 교육 어떻게 바꿔야하나
  • 승인 2013.02.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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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덕

송미덕

mjmedi@http://


 

송 미 덕
경희한의원 원장

우리가 개선해야할 한의계의 문제점은 많다. 누구는 보험이라고 하고, 누구는 불법의료와의 전쟁이라고 하고, 누구는 불신풍조라고하고, 누구는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책이 필요하다고 시위도 하고 있다.

필자는 이 와중에도 내부단속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l)이다. 최고의 두뇌가 모인 집단이 계속 최고를 유지하려면, 되돌아보고 앞으로 보고 후배들에게 먼저 배운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나누어 계속 발전해야한다. 우리의 최대 장점인 한의사 개개인의 경험은 적절한 통로를 통해 다시 학교로 전달되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한의대를 마친 대부분이 하는 임상한의사가 배워야할 기본부터 잘 가르쳐야하고, 지속적으로 그 수준을 조절할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이런 연결고리를 어떻게 이어가면 될까.

그 똑똑한 한의대생들은 어디로 갔나

또다시 허준 드라마가 방영된다고 한다. 우스갯말로 필자 또래 이후에는 허준드라마의 영향으로 한의대 입시하한선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그래서 SKY 의대를 합격하고도 남을 후배들이 입학했다고도 했다. 사실 드라마 허준에서는 정성껏 환자를 돌보는 참다운 의사가 보고 싶은 국민정서를 자극했던 부분이 컸고, 한의사들은 그런 부류의 의사로 인식되어 그런 효과를 낸 것도 같다.

그런데 지금 그 스마트한 한의사들이 수많은 갈림길이 있는, 아니면 이정표도 없는 사막같은 곳에서 배운 것, 아는 것을 펼칠 기회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추이가 어떻게 변하든, 필자가 졸업 후 지켜본 20년은 어느 한해라도 한의계가 어려워지고있다는 말을 듣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모두 한결같이 한의대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한다.

고등학교까지 자연과학에 기반한 공부를 했던 한의대생들이, 생경한 음양오행과 유추해석으로 생리, 병리, 진단, 약리를 접하게 되고,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만을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는 상황을 알게되면, 선배들이 말하는 ‘관(觀)’을 찾아서 학교를 벗어나 각종 공부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점점 너와 나의 음양관(陰陽觀)이 서로 다른 아이러니가 생기게 되는 거다. 같은 한의사로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상황이 발생한다.

임상경험이 다소 있다면, 말로 하지 않아도 이미 ‘인체현상은 하나인데, 설명하는 우리들이 각자 다른 편광렌즈로 보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세상을 보는 잣대로 한의학을 선택한 것이다. 수학자가 수식으로 우주를 풀어내고, 물리학자가 물리적인 현상을 거시적 미시적으로 이용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사는 세계, 우주현상이고, 생물학자가 세균과 바이러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인체의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이미 존재하는 이 세상은 같은 것인데, 사람이, 증상이, 질병이 같은 것인데, 누가 설명하는 것은 틀리고, 내가 설명하는 것은 맞다가 아니라, 부족한 부분은 서로 차용하고 채워가면서 우주와 인체, 생명체를 이해하고 해석하면서 한의학을 더 완전하고 치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학교만 바뀌면 될까.

누군가 그랬다. 한의계 문제는 하나를 해결하면 그 다음, 그 다음 점점 큰 덩어리가 나와서 결국에는 본질적인 문제로 귀결된다고…. 그리고 화살은 학교 교육부터 잘못되었다라고 겨누어진다.

대개는 ‘학교 때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학교 교육과정이 잘못되어 머리 좋은 학생들이 배운 것 없이 졸업하고, 경제적인 현실에 부딪혀 결국 술법에 귀 기울이게되고, 증상별 과잉경쟁과 변칙적인 진료를 하게 되어 국민에게 신뢰감을 잃는다. 진료하다보면 근거를 제시해야하는데, 학교에서 그런 근거를 배우지 못했다’ 등과 함께, 졸업과 동시에 학교나 학회활동을 통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매년 시행되는 보수교육은 - 사실 왜 ‘보수’교육인가. 우리가 고장났나. 어디가 새나. 이제는 한의사로 지내는 동안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새로운 개념의 퀄리티 컨트롤 시스템(quality control system)이 필요하다 - 이수평점을 따는 데만 급급할 뿐, 또한 필요하지 않은 교육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한의사 스스로 자각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진료가 알고 있는 내용을 잘 말하고 있는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해소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인가. 내가 하는 진단과 치료의 근거가 학교에서 만들어주지 않은 것이라, 이건 교육이 잘못된 것이지 임상의가 근거를 찾고 논문까지 쓸 수는 없다고 믿고(?)있지는 않은가. 다시 되물어야 한다.

근거는 학교가(만) 내놓아야 하나?

대학교 병원에서 임상교수의 일은 진료, 연구, 교육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내용이 다만 교수들만의 일이 아니라, 일선 한의사에게도 같다고 생각한다. 효과적인 진료를 하기위해서는 지속적인 자기계발과 치료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해야 하고, 매일 자신 앞에 앉아있는 환자들에게 지금 상태가 어떤 것인지, 더 나은 건강상태를 위한 생활요법을 가르치고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교육현장에 있는 것이다.

실제로 좋은 치료경험을 가지고 있는 일선 원장님들도 많다. 그런데 대부분 그 처방을 특허를 낼까, 치료법을 강의해서 팔로워를 만들어낼까 등 정작 근거자료를 만들어내는 것과는 다른 솔루션을 낸다. 학교는 학교대로 자료를 만드는 방법은 많이 연구하지만, 다양한 임상경험을 외부에서 받지 못하고, 실험적인 투약을 하게 된다. 그나마 이들을 발표하는 학회에 개원 한의사는 자주 가지 못한다. 여전히 근거와 실제는 연결되지 않고, 너와 나의 한의학은 그야말로 서로 다른 한의학이 되어가게 된다.

한의사의 가장 큰 장점은 관찰력이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진단기기를 쓸 수 없었던 대신, 환자의 정보를 자세히 보고 듣고 하다보면 계통화할 내용들도 많다. 이들을 근거로 쓰기위한 작업들(예. 설문지)을 찾아서 해야한다.

학교와 인연을 끊지 마라

이러한 다양한 임상경험을 자료화하는 데는 여러 가지 제한들이 있다. 실전에서 환자를 보면서 주로 관찰하는 포인트(point)가 각각 있게 마련인데, 이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자료를 구하고, 치료 전 후를 숫자화하기 어려운 부분을 평가하는 방법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졸업 후 인연을 끊다시피한(?) 학교에서는 이러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출신학교나 대학원에 문의하여, 자신의 임상이 결과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자. 또한 요즘의 대학교수의 요건에 좋은 논문을 많이 써야하는 것도 중요하니, 이러한 임상가의 시도가 활자화되고 정식 데이터로 남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작금의 한의계가 이토록 불안정하고, 말살정책이다, 일원화다, 의약분업의 꼼수다, 몇몇 부의들만의 해결방법이라는 등, 우리에게는 너무나 마이너리티(minority)로서의 패배의식이 커졌다. 원래 우리는 한의과대학에 입학할 때 까지만 해도 최상위에 속하는 엘리트 그룹이였다.

스스로 다듬어 간다면, 그리고 그 속도를 빨리 낸다면, 다시 우리의 고귀한 위치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임상의라고 알고 있다. 처음 치료에 접했을 때 느꼈던 환희와, 환자를 대하면서 더 나은 의사가 되어야 겠다고 마음먹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임상의가 얼마나 고귀한 일을 하는지를 보여주자. 각자 잘하는 부분을 표준화하는 노력을 같은 공부 방법을 가진 동료와 뜻을 모아 학교, 학회와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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