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75) - 「馬註素問運氣論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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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75) - 「馬註素問運氣論抄」②
  • 승인 2013.03.0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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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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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地運氣로 해석한 醫經學

지난 호에 말한 바와 같이 이 책은 「황제내경」에 실려 있는 운기편 가운데 중심이 되는 내용을 골라 제시하고 이것을 풀이한 명대 의경학자 馬蒔의 주석을 병렬시켜 소개함으로써 다소 복잡하고 난해한 운기론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마시의 주석은 1586년에 저술한 「黃帝內經素問注證發微」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주석은 자구에 얽매이기 보다는 주로 篇이나, 혹은 文節별로 맥락을 파악해 폭넓게 해설을 가했는데, 운기론보다는 경락혈위에 대한 설명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靈樞」에 대한 주석서인 「黃帝內經靈樞注證發微」는 현전하는 가장 이른 시기의 주석본으로 알려져 있어 그의 의학경전 연구가 다른 사람이 미치지 않은 곳에까지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국내에는 좀 더 시기가 늦은 청대 張志聰이 주석한 것과 합하여 간행한 「黃帝內經素問靈樞合纂」이 이른바 ‘張馬合註’라고 불리며, 널리 유포되어 있다. 사실 두 사람은 왕조가 바뀌고 다소 시대 차이가 있어 함께 통합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합주본이 나왔다는 것이 다소 의아한 일로 여겨진다. 앞서 밝힌 대로 영추에 대한 마시의 주석이 가장 정평 있고 오래 된 것인지라 아마도 출판 당시 호소력이 높았던 장지총의 주석과 함께 엮어 의학초심자들의 수요에 부응하고자 이루어진 통속출판의 사례라고 보인다.

馬蒔는 자가 仲化, 호가 玄臺로 康熙帝의 이름자를 피하여 元臺子라 고쳐 불렀고 후대 사람들에게는 馬元臺라고 널리 알려졌다. 그는 浙江省 山陰사람으로 당나라 王 이 「황제내경」을 주석하면서 빠트린 것을 보충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펴낸 것이 앞서 거론한 「황제내경소문주증발미」9권이다. 그는 「漢書」藝文志 등에 나타난 옛 문헌 기록에 의거하여 소문과 영추를 각9권씩 18권으로 재편하고 본문에 대한 전면적인 주석을 가했다. 그의 소문 주석도 王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것이며, 영추 주석은 남송의 학자 史 이 전한 傳本에 의거하였으며, 1580년에 간행한 주석본은 역대 최초의 영추 全注本으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사실 그의 소문 주석은 오류가 많고 본문을 부연 설명했을 뿐 發明한 것이 적어 주석을 달지 않은 것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혹평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영추에 대한 그의 주석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여서 경혈에 관한 해설이 상세하고 명료해 후학들에게 참고할 가치가 크다는 찬상을 받았다.

여기 적힌 운기론 해석이 어떤 경지인지 필자가 쉽게 풀어내긴 어렵지만 아마도 이 필사본의 작자는 제법 많은 부분에서 참고할 가치를 느꼈기에 이렇게 주석을 선별하여 개편본을 만들었나보다. 여러 장의 도표를 직접 그려 넣은 것만 보아도 책을 꾸미는데 적지 않은 공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천원기대론편에는 天符之圖, 歲會之圖, 同天符同歲會之圖 등 3가지 원도표를 그려 놓았는데, 그림 바로 아래 적은 설명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본편에는 원래 同天符同歲會의 의미가 풀어져 있지 않았으나, 여기에 그림을 그려 놓지 않으면 객운과 객기가 加臨하는 의미를 갖추어 놓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어 오운행대론편에서는 첫머리에 五天五運之圖가 그려져 있는데, 하늘에 방위를 표시하고 5천이 각자 나뉘어 표시되어 있다. 소박한 천체관이 반영된 그림이지만 결국 한의학에서 말하는 운기론은 그저 내가 사는 지역의 날씨와 기상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지기와 우주, 그리고 인간 사이에 빚어지는 상관관계를 논하고 이에 대한 영향성이 인간의 몸 안에서 발현됨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동의보감』에서 말한 ‘人身小宇宙’론의 또 다른 구체적 실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책의 상태와 필사기에 의거해 보면 대략 1860년경에 쓰인 사본으로 여겨진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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