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78) - 「醫鑑刪定要覽」
상태바
고의서산책(578) - 「醫鑑刪定要覽」
  • 승인 2013.03.28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mjmedi@http://


깎고 다듬어 다시 정한 미래 座標

올해는 우리 한의학의 聖典 「동의보감」이 간행된 지 400돌을 맞이하는 해이다. 1610년에 집필이 완성된 후에도 판각하여 인출하는데, 3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癸丑년(1613)에 이르러서야 모든 일이 마쳐지게 되었다. 세종시대 「향약집성방」과 「의방유취」를 편찬하여 우리 의학의 자산을 마련한 토대를 바탕으로 드디어 명실상부한 한의학의 독자적인 체계가 수립된 셈이다.

 

◇ 「의감산정요람」

이러한 의미를 되살려 민족의학을 세계화하기 위한 발판으로 기념사업을 시작한 지도 어언 7년여 세월이 흘렀다. 원작의 집필에 소요된 시간 못지않게 야심찬 기획을 세웠건만 반을 이루고 반은 맘먹은 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아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때마침 방송사에서도 이를 계기로 드라마 허준을 새로운 모습으로 방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세월 3차례에 걸친 방영 때 마다 공전의 히트와 놀라운 시청률을 올려 국민드라마로 자리매김하였다. 물론 드라마나 소설의 감동과 재미도 훌륭하거니와 「동의보감」의 우수성에 대한 한국민의 절대적인 신뢰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오늘은 역시 「동의보감」과 관련한 책을 하나 꺼내보기로 하였다. 이 책의 원형은 거의 10년 전에 쓴 글, 「醫鑑刪定要訣」(227호 陽平君 비추인 뜻, 큰 말로 다시 되어/ 2004년12월20일자)을 참조하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이 세상에 나온 뒤 250년 쯤 지난 뒤 동의학의 독자적인 체계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내용을 갱신하여 펴낸 책이라고 성격을 규정할 수 있다.

이 책은 표지에는 그저 ‘醫鑑’이라고만 되어 있는 필사본 1책으로 원래 건곤2책으로 엮어진 모양이나 현재는 앞 권인 乾卷만 남아 있는 零本이다. 목록은 남아 있으나 서발은 보이지 않는다. 卷首題에는 ‘醫鑑刪定要覽’이라 되어 있어, 기존에 알려진 「醫鑑刪定要訣」과 유사성이 있어 보인다. 두 책을 대조해 보니 일부이긴 하지만 상당 부분 이출입이 있다. 본래의 병론 말고도 點法, 諸病主藥, 諸藥禁忌, 忌鐵藥, 銅鐵俱忌藥 등의 내용이 추록되어 있어, 후대 「동의보감」의 파생 연구서로 참고해 볼 가치가 있다.

1849년(헌종15) 李以斗(1807~ 1873)가 지은 「의감산정요결」은 집필한 당시 곧바로 간행되지 못하고 1934년에 이르러서야 후손인 李相駿에 의해 발간되는데, 거의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사본으로 유전되어 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책은 여러 종류의 이종 사본이 존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마 절반만 남은 이 필사본도 이런 이사본류 가운데 1종일 것이다.

「의감산정요결」의 서문을 쓴 崔鍾應의 말에 의하면, 이 책은 「동의보감」의 내용 중 중요한 정수만을 가려내고 자신의 경험과 임상 견해를 참작하여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마 이런 정도의 설명 문구는 대부분의 임상방서에 흔히 등장하는 방식이고 으레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화법이겠거니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 설명을 보면 이것이 단순히 문헌정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적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때로는 약물(방제를 말함)의 君臣佐使를 바꾸고 용량을 더하거나 감했으며 실질에 적합하도록 조정했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처방[新方]을 원방 아래 덧붙였다고 하니 가히 舊習이나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치료법을 강구했다고 볼 수 있다. 여타 잡방이나 俗方도 신방 아래 열거했다고 적힌 것으로 보아 끊임없이 法古創新의 과정이 되풀이되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시대를 앞선 새로운 의학에 대한 희구는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우리 의학에서 「동의보감」이 갖고 있는 절대적 권위와 신뢰 못지않게 다가올 미래에도 救世의 刀圭로 쓸 수 있는 의학의 좌표가 마련되길 간구하는 심정은 모두가 한결 같다고 할 것이다. 새로운 의학의 체계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이들의 뇌리에 刪定의 의미가 다시금 되새겨지길 바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