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 겪어본 한의학은 결코 멈춰있는 학문 아니다”
상태바
“의사로 겪어본 한의학은 결코 멈춰있는 학문 아니다”
  • 승인 2013.04.04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what@http://


‘낮에는 한의대생, 밤에는 의사’ 엄두영씨
주독야경(晝讀夜耕).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일하는 한의대생이 있다. 한의대생인 이종 사촌동생의 영향으로 한의학에 발을 들여놓은 엄두영(36·경희대 한의대 본과 4학년)씨의 직업은 의사다. 그는 한 여인의 남편이자 사랑스런 두 아이의 아빠이며 낮에는 한의학을 공부하고, 밤에는 로컬병원과 요양병원에서 페이닥터로 일하고 있다.

시민기자로도 활동…“한의학 우수성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중요”

▶의사면허를 가진 상태서 한의대에 입학한 계기는 무엇인가.
의대 학번으로는 01학번이다. 의대에 입학한 해에 이종 사촌동생은 동국대 한의대로 갔다. 예과가 끝나고 본과시절에 들어서면서 한의대에 다니는 사촌동생과 현재 한·양방의 갈등의 끝을 보자는 자세로 치열하게 싸웠다. 당시 서로의 학문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고, 이메일을 통해, 전화를 통해, 그리고 방학이 되면 서로 만나서 밤을 새워 치열하게 토론했다. 이전에도 일반적 수준에서 한의학에 대한 막연한 궁금함이나 환상이 있었지만, 좀 더 공부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의대 본과시절을 겪으면서였던 것 같다. 당시 치열하게 토론했던 사촌동생은 지금 서울의대 신경생리학 교실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민족의학신문 862호 ‘한의학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연구자’들 코너 제1회에 소개된 김창업(31)씨가 바로 그다.

◇신문방송학, 의학에 이어 한의학에까지 외연을 넓히고 있는 엄두영 씨.
▶밖에서 본 한의학과 직접 겪어본 한의학은 어떻게 다른가.
아직까지 지난 2001년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허준’에 대한 얘기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고, 드라마 ‘마의’, ‘구암허준’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밖에서 본 한의학은 이런 드라마의 이미지와 유사한 것 같다. ‘한의학’이라 하면 「동의보감」이 떠오르듯이 뭔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직접 겪어본 한의학은 드라마와는 차이가 있더라. 세월의 변화와 함께 한의학도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최신 의학도 반영하는 등 현재와의 대화에도 적극적인 것 같다.

▶의사로 근무하다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의학적 개념으로만 인체를 바라보다가 한의학적인 개념으로 다시 인체를 바라보는 것이 힘들었다. 평생 국어만 열심히 사용하다가 대학생이 되어서야 ABC를 익히고 영어를 배운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 아직도 특정 증상이나 질환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한의학적으로 사고하기 보다는 의학적인 접근을 먼저 하려는 것도 아직 한의학에 대한 공부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반대로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의학이 도움이 되는 점은 있나.
의학이나 한의학이 모두 인체의 질병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질병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있어서는 의학을 먼저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되는 것도 같다. 또한 영상에 대한 해석, 각종 검사 수치와 같은 이해에 있어서도 유리한 점이 있다.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매력은 무엇인가.
아직 공부중인 학생이라 한의학의 매력에 대해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처음에는 질환이 다른데 치료하는 약물이 같거나 혈자리를 동일한 곳에 취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서로 질병을 바라보는 태도가 다른데서 오는 문제라는 생각이다. 한의학은 인체를 전일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부분을 치료하기 보다는 인체 전체의 조화를 도모해 질병을 치료한다는 점에서 한의학의 매력이 있다.

▶졸업 후 진로를 말해달라.
일단 1~2년은 한의학 진료를 해야 하지 않겠나? 직접 환자를 봐야 적어도 한의학에 대해서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후에는 로컬에서 환자를 계속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신문사나 방송국에서 의학과 한의학을 같이 다루는 의학전문기자가 되고 싶기도 하다. 아직은 진로를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시민기자로도 활동했다, 주로 어떤 기사를 다뤘나.
사실 한양대 신방과를 다니다 의대에 진학했다. 기사를 처음 쓰기 시작한 때가 의대 본과 3학년 때였다. 그때는 주로 내가 좋아하는 축구에 관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졸업 후 공중보건의사를 할 때 전공을 살려 본격적으로 의학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주로 뉴스에 나온 건강에 관한 내용을 해설해주는 ‘뉴스 속 건강이야기’라는 주제로 기사를 써오고 있다.
기사를 쓰다 보니 라디오 방송을 할 기회도 생기더라. 공중보건의사 시절부터 지난 3월까지 1주일에 한 번 고정 패널로 KBS, 교통방송 등에 출연하여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주제로 코너를 진행했다. 본과 4학년 때는 아침에 일찍 병원에 실습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송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방송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담당 방송작가와 상의를 해서 기존에 하던 프로그램에 덧붙여 한의학 방송 콘텐츠를 만들었다. 현재 강원교통방송에서 임정태, 배선재 선생님이 방송하는 ‘현대한의학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의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까지 너무 많은 일들을 벌이기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의대 졸업 후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내실을 다지고 싶다. 시민기자를 하면서 내가 쓰는 기사에 의학과 한의학의 내용을 같이 담고 싶다. 의학에 관한 기사는 의학전문기자가 써야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인데, 아직까지 한·양방 복수면허를 가지고 기사를 쓰는 의학전문기자는 없지 않나. 의학전문기자라면 의학과 한의학에 대한 관점을 모두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한의계 선배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한·양방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가 기저에 있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의사들은 아직도 한의계가 「동의보감」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한의학은 역사적, 경험적 근거를 넘어서서 객관적 근거도 축적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의학이 결코 과거에만 머무르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 의사나 우리 국민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그러므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이 최근 젊은 한의사들을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증명된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한의계 선배님들도 이런 노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동참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