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 「한방화장품의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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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 「한방화장품의 문화사」
  • 승인 2013.05.0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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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mjmedi@http://


의서 속 한방화장품과 피부 미용

김남일 著
들녘 刊
화장에 관한 에피소드1. 몇 년 전에 모 방송국에서 특집으로 방영한 ‘아프리카의 눈물’에서 남자들이 흙과 나무 수액 등을 이용해 화장을 하고 축제에 참여해 여자를 유혹하는 내용이 있었다.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피부를 꾸미고 단장하는 행동은 남녀노소, 동서양을 막론하고 등장한다.

화장에 관한 에피소드2. 소녀시대가 피부미용과 몸매 관리를 위해 아래는 따뜻하게 하고 위에는 시원하게 하는 반신욕을 자주 한다고 해서, 반신욕이 피부와 몸매를 건강하게 가꿀 수 있는 비법으로 소개됐다. 피부와 몸매를 가꾸는데 인공적인 화장품 보다 한의학의 두한족열 원리에 따른 반신욕이 최고라고 방송에서 화제가 됐다.

화장에 관한 에피소드3. 언제인가 한의사인 이모 형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요즘 자연주의 웰빙 열풍으로 비싸도 척척 한방화장품을 사는데 한의원에서 한약을 먹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고 한탄하는 것을 들었다. 같은 한의약인데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고민했었다.

평소 위와 같은 피부미용과 한방화장품에 관한 관심으로 필자는 김남일 경희대 교수가 집필한 「한방화장품의 문화사」란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주문했다. 출간된 지 며칠 안 된 따끈따끈한 책에서 저자는 한국의학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우리 역사 속에서 피부 미용과 화장품에 관해 문화사적 입장에서 접근해 저술했다.

저자는 한의학에서 피부의 의미, 한의학에서 피부 미용의 의의와 방법부터 고찰하고 한방화장품과 피부 미용에 대해 단군신화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우리나라 역사의 광범위한 자료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구성해 우리의 화장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미인관을 통해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미인관을 설명하고 화장품도 중요하지만 평소 음식과 칠정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의학적 피부의 아름다움을 정의하고 고려시대 「향약구급방」을 비롯하여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등의 의서에서 제시된 피부미용에 좋은 온천욕, 음식, 마사지, 팩, 향기, 비누, 탕액 등의 처방들을 공개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방화장품의 원료가 될 수 있는 약재들을 제시해 앞으로 한방 화장품 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과제를 남겨두면서 마무리 짓고 있다.

「한방화장품의 문화사」를 읽으면서 우리 역사 속에서 화장품의 기원이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이며, 우리의 화장법은 단순히 예뻐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락의 순행을 돕고 외사의 침입을 방지하는 예방의학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옛 사극에서 보이는 연지는 홍화를 써서 빨갛게 하는 것으로 홍화의 활혈(活血) 거어(祛瘀)하는 작용을 이용해 피부의 건강을 좋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화장품의 역사에서 매분구(賣紛??)와 같은 요즘의 화장품 방문판매 사원도 직업적으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화장품 A사의 매출에서 30% 정도를 차지하는 방문판매 사원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 있었고 지금까지 유지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양의학에 밀려 한의학이 위축되고, 양방의 언론 장악으로 인하여 점점 한의약 시장이 좁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와 같은 우리의 한방화장품에 대한 역사성을 규명하고 이것을 문화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재미있게 전달한 저자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저자의 연구 노력으로 인해 한방화장품 뿐만 아니라 피부 미용, 외과, 피부과에 있어 한의학의 역할은 더욱 주목 받게 될 것이고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단순히 한방화장품의 문화사를 저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 속에서 민초들과 함께했던 한의학의 문화사를 쓰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값 1만5000원)

정유옹 / 한국 전통의학史 연구소, 사암은성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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