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연애의 온도 」
상태바
영화읽기 - 「연애의 온도 」
  • 승인 2013.05.23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헤어져’라고 말하고 모든 것이 더 뜨거워졌다

아무리 잘 만든 영화라고 하더라도 관객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안타깝게도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평론가들의 평점은 낮지만 관객들의 입소문만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도 있는 것처럼 영화에서 관객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소통의 지점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평가하는 잣대는 절대 평가가 아닌 상대 평가인 것이다. 즉 보는 이들이 감정이입을 어느 정도 했느냐에 따라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리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주로 자신의 경험과 관심사가 영화에 투영되었을 때 감정이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렇지 않더라도 나름대로의 감정선을 잘 표현한 영화라면 그 속에 푹 빠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감독 : 노덕
출연 : 이민기, 김민희, 최무성, 라미란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제목만으로도 장르를 구분할 수 있는 ‘연애의 온도’이다. 이 영화는 올 3월에 개봉하여 1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나름대로 선전했던 작품으로 노덕이라는 여성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과연 연애의 경험이 있거나 없는 관객들까지 다 커버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직장동료 동희(이민기)와 영(김민희)은 3년차 비밀연애커플이었지만 헤어지고 만다. 그리고 헤어진 다음날 아침, 직장동료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물건을 부숴 착불로 보내고, 커플 요금을 해지하기 전 인터넷 쇼핑으로 요금 폭탄을 던지고, 심지어는 서로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는 말에 SNS 탐색부터 미행까지 하게 된다. 그러다가 동희는 영이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연애의 온도’는 여타의 로맨스 영화와 달리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연인들의 이별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마치 이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듯 아주 사소한 부분조차도 날카롭게 대립하는 두 남녀의 모습을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느껴질 정도로 매우 리얼하게 그려지고 있다. 또한 주인공 남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촬영하는 장면들이 첨가되어 있는데 이는 영화에서 다 표현하지 못한 그들의 속마음을 엿들을 수 있는 독특한 구성이자 영화 후반부에 또 다른 두 남녀 사이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 초반부는 독특한 설정만으로 흥미롭게 볼 수 있지만 점점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동희의 돌발 행동과 주변 인물들의 상황 설정 등은 실제 연인들 사이에서 비일비재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전혀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면서 기대감이 점차 실망감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경험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한낱 유치한 싸움에 불과한 그들만의 사랑싸움으로만 비쳐지는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욱하는 사건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시로 변하는 연애의 온도에 따른 그들의 감정과 심리 중심의 이야기로 표현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민기와 김민희의 리얼 연기가 돋보인 ‘연애의 온도’는 2013년 백상예술대상 여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