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어린이 초청 무료수술 앞장 원광대 한약학과 방영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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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어린이 초청 무료수술 앞장 원광대 한약학과 방영희 씨
  • 승인 2013.08.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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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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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빈곤한 사람들 보건증진에 헌신하고 싶어요”

원광대학교(총장 정세현)와 원광대학병원(원장 정은택)은 지난달 24일 발가락 기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라오스 어린이 린(11세) 양을 초청해 무료 수술을 했다. 이 어린이를 수술대에 오르게 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이 있었지만 특히 원광대 한약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방영희(29) 씨의 공이 가장 컸다. 방 씨는 지난해 라오스의 남니옌(Nam Nyem)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하던 중 린 양을 만났다. 당시 린 양은 어렸을 때 입은 화상으로 발가락이 뒤로 뒤집혀 굳어져 매우 불편한 생활을 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 등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정이었다. 귀국 후 방 씨는 린의 이야기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으며 이후 가까운 선배가 수술비에 쓰라고 보내준 저금통을 시작으로 ‘라오스 미 쑤암국(행복)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인들의 도움과 자신의 장학금 등을 보태면서 성금을 마련했다. 방영희 씨에게 이에 얽힌 얘기를 들었다.

 라오스 배낭여행 중 홈스테이에서 만난
‘발가락 기형 어린이’ 페북 올리며 돕기 나서

▶라오스에는 어떤 계기로 갔나.

아시아의 구석구석을 발로 직접 다니면서 눈으로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워 매번 방학 때마다 배낭을 꾸려 아시아를 돌아다녔다. 중국에서 아프가니스탄까지 걸쳐있는 나라는 다 여행을 해보았으나 라오스를 빼먹었기에 2012년 1월 어머니와 함께 40일간 중국-라오스 배낭여행을 떠났다.
중국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들어가서 처음 묵은 곳이 라오스 북부 도시인 ‘루앙 남타(Luang NamTha)’ 였다. 루앙 남타에서도 산골로 10㎞ 정도 들어간 곳에 있는 남니옌 마을을 자전거로 여행하던 중에 지나게 됐다. 타이담이라는 소수 민족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는데 운 좋게 마을 이장의 허락을 받고 홈스테이를 하게 됐다. 그 마을에서 제 일과는 사람들이 생계를 어떻게 꾸리는지(성별로 분업이 돼 있는지),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아이들은 대개 어떤 놀이를 하고 노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린을 만나 인연이 시작됐다.

 

▶현재 린 양의 상태는 어떤가.
현재 린은 수술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굽어진 발가락을 펴면서 철심을 박았기 때문에 그 철심을 빼는 기간까지는 걷지 못해 거의 침대에서만 생활을 하고 있다. 수술을 마치고 3~4일간은 그렇게 밝던 린이 많이 울고 밥도 못 먹고 힘들어했으나 지금은 많이 회복돼 잘 웃고 밥도 한 공기씩 잘 먹고 있다.

▶린 양을 수술대에 올리기까지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모금을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수술 가능여부를 알기위해 아시아 각국의 병원과 의사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라오스 의사들은 라오스에서 가능한 수술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고, 태국이나 베트남 중국 등의 의사들은 뼈를 찍은 X-Ray사진이 아닌 발의 표면만 찍은 사진이라 수술이 가능한지 보려면 직접 보고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치료가 가능한지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린의 여권과 비자를 만들어 해외의 병원에 가 검사를 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술비 모금 프로젝트가 1년 반이 지나면서 장기전으로 돌입하다보니, 모금 돼 있는 돈에 대한 부담감이 제일 컸다. 내 돈이 아닌 돈이 수중에 있고, 후원금을 해주신 분들에게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은데 수술비가 얼마인지도 가늠도 안 되고 수술이 가능한지의 여부도 불투명해서 후원자들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던 점이 난감했다.
그러다가 같은 학교 사회대에 재학 중인 친구가 이런 사정을 담당교수와 상담하게 됐고 이 소식이 총장님께도 전해져 학교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수술을 받게 됐다.

▶도움을 주신 분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말씀을 드린다면.
후원해주시고 말없이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셨던 분들이 계셨기에 린과 엄마가 한국에 와서 이렇게 무사히 수술 받고 회복을 기다릴 수 있었다. 나는 린을 직접 만나기라도 했지만 후원해주신 분들은 그저 내 글을 읽고 마음이 감동해 도움을 주신 분들이다. 후원해주신 분들은 린에게 건강한 다리와 건강한 인생을 선물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내게도 큰 선물을 주셨다. 함께 연대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도 얻게 됐다. hand in hand, we move ahead!

▶앞으로 꿈은 무엇인가.
2005년부터 현재까지 약 9년에 걸친 13개국의 여행을 통해 아시아의 문화와 언어를 익히고 다양한 얼굴의 사람들을 만났다. 특히 빈곤한 상태에 놓인 여성과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어찌할 수 없는 경제적, 사회적, 신체적 빈곤 속에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지 고민했던 치열한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병이 있는 곳에 약이 있다는 말처럼, 아시아 문제의 열쇠는 아시아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은 전통 의학을 포함해 유구한 역사와 풍부한 식물 자원, 인적 자원을 가진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을 생각함에 있어서 프레임은 ‘한의약학’으로 갖되 구체적 키워드를 ‘생명(건강), 여성(아이들), 아시아’로 뒀다. 이를 통해 그간의 경험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는 큰 그림을 그려서, 아시아 빈곤한 사람들의 보건증진 및 사회 발전에 헌신하는 것이 평생을 쏟아 이루고 싶은 꿈이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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