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한약 임상사례(65) 팔다리 저림증에 복령보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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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한약 임상사례(65) 팔다리 저림증에 복령보심탕
  • 승인 2013.08.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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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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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저림증은 혈액순환장애인가?
한의원에 손발저림증으로 내원하면 가장 우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마도 ‘순환이 안 되어서 그렇다’는 표현일 것이다. 필자도 순환이 안 되어서 저린다는 표현을 종종 하는 편이며, 또한 환자들 표현으로도 ‘다른 한의원에서 순환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들 많이 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현대의학의 설명을 살펴보면 사뭇 다른 것 같다.
“환자들은 흔히 혈액순환 장애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혈액순환제나 한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혈액순환 장애로 생기는 저림증은 거의 없다. 이런 손발저림 증상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흔히 보게 된는 손목터널 증후군으로부터 드물게는 유전성 감각신경병증과 같은 말초신경질환과 과호흡, 간질, 척수질환 등의 비말초신경질환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최신가정의학」 대한가정의학회편 2007, 한국의학)
이는 아마도 손발저림증 환자에게 혈관도플러초음파를 비롯한 여러 검사로 혈액순환부전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저림증은 신경의 문제로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지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혈액순환의 문제도 저림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그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다.
“악화 요인 같은 임상적인 특징에 따라 고려하여야 할 질환이 다르다<표>. 대부분의 손발저림은 신경장애가 원인이지만 간혹 동맥경화 및 혈관염 등의 혈류장애에 의해서도 올 수 있다. 레이노 현상 같은 혈관질환에 의한 손발저림의 특징은 같은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였을 때 악화 혹은 유발되며 찬물에 손발을 담갔을 때 피부색의 변화를 보일 수 있다.” (「최신가정의학」 대한가정의학회편 2007, 한국의학)

팔다리 저림으로 내원하다
올해 6월에 20대 후반의 여환이 팔다리 저림증을 호소하며 내원하였다. 팔은 팔꿈치부터 손목부분까지 다리는 종아리 부분이 저리다고 하였으며(주슬관절 이하) 주로 팔저림이 심하다고 하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저림증이 시작하였다고 하였으며 팔을 많이 쓰고 나면 심하고 밤에 심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움직일 때보다는 가만히 있을 때 저림증이 심하다고 하였다. 보통 1주일에 한번 정도 저림증이 생기는데 저림증이 생긴 날은 하루종일 지속된다고 하였다. 저림증이 가만히 있을 때 심하고 밤에 심한 증상은 血虛나 瘀血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피부도 건조한 편이며 맥세 설홍태박하여 血虛證으로 진단을 내리고 복령보심탕 보험한약을 3일분 처방하였다. 이 환자가 처음 내원할 당시는 한의원 문을 닫기 바로 전에 내원해서 침치료를 할 수가 없었으며 보험한약만 처방하고 귀가하였다. 이틀 후에 다시 내원하였는데, 약을 먹으니 신기하게도 팔이 저리지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3일분을 다시 처방하였다. 그리고 한동안 내원치 않다가 2달 후인 최근에 다시 내원하였는데, 팔다리 저림증이 많이 호전되어 처음에 비해 20%정도로 감소되었으며, 최근 1달 동안은 전혀 저리지가 않았다고 하였다.

복령보심탕
복령보심탕은 백작약 숙지황 당귀 천궁 백복령 인삼 반하강제 전호 진피 지각 길경 건갈 소엽 감초 생강 대조 등 16가지 약물로 구성된 처방으로 방약합편에 ‘勞心吐血을 다스린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복령보심탕 처방 구성을 보면 勞心吐血에만 사용하기에는 아까운 처방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령보심탕=사물탕+삼소음’으로 구성된 처방으로 상기 환자와 같이 血虛로 인한 저림증에도 응용될 수 있으며, 血虛로 변증되는 이완성 변비나 혹은 불면증 그리고 몸살감기로 인해 쌍화탕 같은 처방을 쓰고 싶을 때도 복령보심탕 보험한약을 처방할 수 있다. 

신경과 전문의에게 자문을 구하다
지인인 신경과 전문의에게 상기환자의 저림증에 대해서 전화통화로 자문을 구해보았다. 의외로 가장 의심스런 질환은 restless leg syndrome(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것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상지에도 나타나고 떨림 없이 저림증으로만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근관증후군일 수도 있으나 부위가 조금 다른 것 같다고 하였으며, 말초신경병증은 젊은 환자들에게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혈액순환장애의 가능성을 물어보았는데, ‘pulse가 잘 뛰어요?’라고 질문을 하기에 그렇다고 대답하자 PAOD(peripheral arterial occlusive disease)는 아닌 것 같다고 하였다. 우리는 血虛나 瘀血로 변증이 될 때 혈액순환이 안 된다고 표현하지만 양방에서는 PAOD와 같이 혈관이 막혀야 혈액순환장애로 인식하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의 肝은 liver가 아니며 우리의 肺도 lung이 아니듯이 우리의 혈액순환장애(血虛나 瘀血)도 역시 양방의 혈액순환장애하고는 전혀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기본적인 현대의학적 용어는 우리도 개념을 정확하게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혈액순환이 안 된다’라는 표현이 설명하기 편할 경우에는 양방에서 언급하는 심각한 경우는 아님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며, 추후 한의사들이 쓰는 용어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준우 / 경기 탑마을경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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