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경지에 오른 위대한 무인, 그리고 두 명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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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경지에 오른 위대한 무인, 그리고 두 명의 여인
  • 승인 2013.08.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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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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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일대종사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유명했던 홍콩 감독 중에 왕가위 감독이 있었다. 그의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의 영화는 그 당시 젊은 관객들을 환호하게 했고, 급기야 우리나라 감독들이 표절까지 하는 등 큰 인기를 끌기도 했었다. 또한 그의 명성은 국제적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서게 되었고, 홍콩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널리 알리기도 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왕가위 감독의 작품을 많이 만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개봉하는 ‘일대종사’는 우리나라에서 2008년에 개봉했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이후 5년 만에 만나는 작품이기에 평소 왕가위 감독의 작품을 기다렸던 필자 같은 관객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감독 : 왕가위
출연 : 양조위, 장쯔이, 송혜교, 장첸


‘일대종사(一代宗師)’는 이 영화의 영문제목인 ‘The Grandmasters’처럼 뛰어난 스승을 뜻하는 것으로 이전 홍콩영화에서도 많이 다뤄졌던 이소룡의 스승인 엽문에 관한 영화이다. 그러나 시리즈 4까지 나왔던 ‘엽문’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선택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왕가위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마지막 왕조가 몰락하고 공화정치 시대를 맞아 혼란스럽고 분쟁이 계속되는 한편 중국 무술이 꽃을 피웠던 시대를 배경으로 전설적인 무인 엽문(양조위)의 삶과 그와 호흡했던 무림의 세계를 그린 ‘일대종사’는 6년의 기획과 3년간의 촬영, 총 9년에 걸쳐 탄생한 대작으로 중국과 대만의 9개 도시를 방문하는 철저한 고증 끝에 엽문이 일대종사를 이룬 영춘권과 팔괘장, 형의권, 팔극권과 같은 중국의 무술 유산이 지닌 가치를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쿵푸를 매우 철학적으로 해석하면서 왕가위 감독 특유의 영상으로 마치 무용을 하듯이 쿵푸의 한 동작 한 동작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빗속에서 펼쳐지는 액션신은 30일 동안 대역 없이 촬영했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왕가위표 영화미학이 무엇인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으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을 클로즈업으로 잡는 장면들도 많이 나오면서 이 영화가 엽문의 화려한 무술 인생을 그리기보다는 그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고뇌를 그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대종사’는 왕가위 감독만의 감성을 표현하는데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리다보니 특별한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고, 역사적 사건에 의해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들이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방해하고 있으며 와이어 액션이 너무 티나는 과잉된 액션 장면 등이 오히려 영화를 매우 지루하게 느껴지게 한다. 물론 엽문의 부인으로 너무나 아름답게 나오는 송혜교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대사도 거의 없고, 출연 분량이 별로 없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반면 감독의 명성답게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으며, 중국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었다고 한다. 진정한 무술인의 고뇌와 철학적인 쿵푸를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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