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65] 救急易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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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65] 救急易方
  • 승인 2003.07.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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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 배워 쉽게 찾아 쓰는 구급방


이 책은 明代 醫家 趙叔文(字 季敷)이 엮은 것으로 正統年間(1436~1449)에 이루어졌다. 일부 사전류에는 『急救易方』과 『救急易方』의 설명이 뒤바뀌어 있는데 아마도 책이름이 비슷한데서 비롯된 착오로 보인다.

또 저자의 이름자가 ‘明·趙秀敷’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나 원문의 첫 장에 ‘吳郡 趙季敷 編集’이라고 되어 있어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吳郡’으로 고향을 표시한 것으로 보아 지금의 上海 동쪽 蘇州 부근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명대 중엽 당시 3가지 方書가 널리 유행하였는데, 그중 가장 많이 유포된 책은 正德年間 胡영이 편찬한 『衛生易簡方』(1424年刊)이고 나머지 두 가지는 이 책과 黃吉甫가 엮은 『備急仙方』이다.

본서는 처음에 湖廣(지금의 湖南과 湖北省을 포함)에서 간행했고 이어서 四川과 浙江 등의 벽지에서 간행되었으며 점차 다른 지역과 일본 등 외국에 까지 퍼져 나갔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곧바로 일본에 흘러들어간 것은 아니며 조선 전기에 한반도에 수입되어 한동안 널리 쓰이다가 일본에 건너간 것으로 여겨진다.

서문에 의하면 揚州太守 楊成玉이 窮鄕僻村의 民草들을 위하여 이 책을 몰刻하여 간행했음을 밝히면서 “아파도 의원이 없거나 혹 의원이 있다 해도 약이 없고 약은 있어도 쓸만한 처방을 몰라 고생한다(苦於無醫, 或有醫而無藥, 有藥而無方)”라고 안타까운 실정을 토로하고 있다.

전체 내용은 구급병증을 위주로 실려 있으며, 비교적 체계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다. 모두 230종의 병증이 실려 있는데, 救五絶死, 救自縊死로부터 八脚蟲傷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傷害와 中毒 증상을 다루고 있다.

또 내과의 급증, 잡병, 인체 각 부위별 瘡癰, 腫毒, 破傷風과 외과 병증도 포함되어 있다. 이어 제2부 婦人門에는 月水不通, 血崩으로부터 乳汁不下, 産後雜病까지 31개 병증이 수록되어 있다. 제3부는 소아문으로 영兒初生, 生兒卽死에서부터 陰囊腫, 疝氣에 이르기까지 53개 병증이 들어 있다. 끝으로 부록에는 鎖喉風, 纏喉風, 狐臭 등 8종 병증을 설명해 놓았다.

한 가지 병증에 대해 수록된 처방의 수는 일정치 않지만 대부분 비교적 적은 편이다. 처방은 대개 명대 이전 方書에서 선별된 것이거나 당시 누대로 전승되던 경험방에 속하는 것들이다.

이 책의 특징은 수록된 처치법이 간단하고, 편리하며 경험에 익숙하고 쓰기에 저렴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쉽게 배워 쉽게 쓸 수 있다(易學易用)’는 것이 장점이다.

아울러 각종 임상질환의 급성병증에 대한 처치를 다룬 전문서로 보기 드문 것이며 급증치료의 연구에 중요한 참고자료이다. 한 가지 흠은 次序 중 일부 병증이 중복하여 수록된 점인데 예를 들면, 본문에서 風犬傷은 부록에 風狗咬로 실려 있고 纏喉風은 부록에도 역시 똑같은 이름으로 실려 있다. 아마도 번각본을 간행할 때 부록의 내용을 追錄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卷尾의 ‘題救急易方後’를 보면 원래 원본은 郡졸인 麻城 徐公善의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던 珍藏本이었다. 이것을 구해 틈틈이 애용하다가 復齋 高宗本의 건의를 받아들여 城固(지금의 陜西省)에 사는 李尹完을 시켜 번각하게 했다고 써있다. 그러므로 실지 중간본 출판의 주창자는 高宗本이었고 跋文의 작자는 太守 楊成玉인 것으로 보이지만 현 영인본에는 마지막 장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확인해 볼 수 없다.

현재 초간본은 전하지 않으며, 알려진 것으로는 明 成化 14年(1478)에 간행된 木板本이 上海圖書館에 소장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초간본을 번각하여 중간한 것이다.

이 책은 中醫古籍孤本大全으로 영인하여 보급한 바 있다. 조선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국내에는 본원에 필사본 殘卷이 소장되어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조선 전기에 일찌감치 도입되어 『救急方』이나 『구급간이방』의 편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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