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라 Clinical Problem Solving-전문가는 어떻게 진단하는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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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세라 Clinical Problem Solving-전문가는 어떻게 진단하는가(2)
  • 승인 2013.08.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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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태

임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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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임 정 태
이제마 뛰어넘기
근거중심한의학을 통한 역동적 복지국가를 꿈꾸는 한방내과전문의http://blog.naver.com/julcho
(전호에 이어)

■ 정보의 Organizing : 수직적 읽기와 수평적 읽기 그리고 Disease illness script
진단의 패러독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이 쌓여서 의사의 전문성이 쌓이면서 진단의 정확도는 올라가는데 수집하는 정보의 양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more data’를 얻는 것이 아니라 ‘better data’를 얻습니다. 경험 없는 인턴은 2~3시간 동안 모든 병력 청취와 검진을 하지만 도대체 이 환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몇 개의 포인트가 되는 질문만으로 정확한 질문을 잡아냅니다. 초보의사와 전문가들은 증상이나 특징, 검사상 소견 등의 정보를 취합할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초보의사들이나 의대생들은 질환별로 구분된 폴더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소화기, 호흡기 등의 계통별 혹은 면역, 종양, 대사처럼 메커니즘 별 혹은 병리, 약리 등의 과목별로 구분되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환자가 그렇게 카테고리 별로 구분된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피부의 이 발진은 뭐죠?’ 라고 묻지 ‘이건 leukocytoclastic vasculitis 아닌가요?’라고 묻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전문가와 의대생의 차이는 무얼까요? 정보를 Organise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전문가들은 학교에서 배운 방식 그대로 정보를 저장해서 꺼내쓰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수직적 읽기와 수평적 읽기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위의 그림을 보고 수직적 읽기와 수평적 읽기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감을 잡으셨나요? 위의 그림은 특정한 증상에 대해서 (여기서는 호흡곤란) 가장 확률이 높은 질환에 대해 경과, 메커니즘, 증상, 역학적 특성 등에 대해 위와 같이 그림이나 표로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의대생이나 초보의사들은 수평적 읽기 방식을 취합니다. 특정 질환의 환자가 오면 집에 가서 그 질환에 대해서 메커니즘, 경과, 증상, 징후, 감별진단, 검사, 치료, 예후 등에 대해서 교과서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환자에게 그 질환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유기적이지 못한 단편적인 지식들만 가지게 되고 frame-work 없는 단순암기만 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그것들이 따로 떨어져서 각각 하나의 질환에 대해서 아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다른 질환들과 같이 알고 비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질환간의 차이에 집중하고 교과서에 쓰여진 형태가 아니라 실제 환자의 호소의 형태로 정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은 화살표처럼 한 질환에 대해서 수평적으로 역학, 증상, 경과, 메커니즘 등에 대해서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하얀 화살표처럼 특정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몇 가지 질환에 대해서 메커니즘, 증상, 역학적 특성 등을 수직적으로 서로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몸 속의 이상에 반응해서 인체가 표현할 수 있는 syndrome은 200가지 이하라고 합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여러 다른 syndrome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림의 네모 칸을 모두 채우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질환과 구별되는 특징을 기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두에 인턴들은 2~3시간의 병력청취에도 진단의 감을 잡지 못하는 반면, 전문가들은 몇 개의 질문만으로 진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질이지 양이 아닙니다.

이 수직적 읽기를 할 때 가장 유용한 도구가 Disease illness script입니다. Disease Illness script는 크게 Epidemiology, Mechanism, Clinical Presentation, Time Course 이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pidemiology는 ‘어떤 인구집단이 이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가?’에 대한 대답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연령, 성별, 인종보다는 위험인자(ex: 당뇨가 있으면 허혈성 심장질환 가능성이 높아진다)와 노출인자(ex: 말라리아 창궐지역을 여행했다, 직업적으로 석면에 노출되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 sexual한 활동, 취미 등)가 중요합니다. Epidemiology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AIDS의 경우에는 혈액이나 Fluid에 대한 노출이 중요하지 그 밖의 요인들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Mechanism은 이 질환의 의학적, 생리학적 원인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생리학적, 면역학적, 해부학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들에 대해서 기록합니다.

Clinical Presentation은 가장 흥미롭고 복잡한 부분입니다. differentiating feature(예를 들어 3개의 질환이 있는데 그 중에서 2개에만 존재해서 하나를 배제할 수 있는 항목)나 key feature(오로지 특정 질환에만 존재해서 그 질환을 특정지을 수 있는 항목)를 기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Must have feature(ex: 상복부 동통으로 담관염을 의심하려면 반드시 황달이 동반되어야 한다) Rejecting Feature(ex: 양측 하지의 근력이 점차 떨어져서 길랑-바레를 의심했지만 DTR이 항진되었기 때문에 절대로 길랑-바레일 수 없다)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Time Course 는 시간에 따라 이 질환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떻게 나타나느냐 하는 것입니다. 병의 결과를 알면 진단의 범위를 좁힐 수 있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두통, 발열, neck stiffness가 있을 때 몇 주나 몇 개월 전부터 지속되었다면 Tb Meningitis일 가능성이 높아지며, 반대로 급성적으로 발병했다면 Pneumococcal Meningitis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급성적인 발작이 반복된다면 AIDS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Patient illness script
환자가 내원했을 때는 그 환자에 대한 Patient illness script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이 Patient illness script와 Disease illness script를 비교하여 그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질환을 추론하게 됩니다. Disease illness script와 비슷한데 Epidemiology, Time course, Syndrome 은 비슷하지만 메커니즘 대신에 Other past Medical History(PMHx)를 기록하며 작성요령은 Disease illness script와 비슷합니다. Diseas illness script와 마찬가지로 Epidemiology에 대해서 기록할 때 인종이나 사회경제적 지위 등은 빼야 합니다. 과거력도 현재 주소와 관련이 있는 것만을 기록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흉통환자에게서 혈압, 당뇨, 흡연 등은 중요한 과거력이지만 과거의 맹장염 수술 병력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렇게 뺄 내용을 빼지 않으면 중요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너무 많게 됩니다. Syndrome 부분에서는 피로와 같은 비특이적 증상이나 일시적인 증상은 제외합니다.
Patient illness script를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확률이 높은 질환부터 우선순위를 매기고, 가장 상위에 있는 질환부터 Disease illness script와 Patient illness script를 비교해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질환명을 찾아내는 것이 진단의 과정입니다. 따라서 내가 고려하는 모든 진단들은 illness script가 만들어져 있어야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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