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라 Clinical Problem Solving-전문가는 어떻게 진단하는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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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세라 Clinical Problem Solving-전문가는 어떻게 진단하는가(4)
  • 승인 2013.09.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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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태

임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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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마뛰어넘기
근거중심한의학을 통한 역동적 복지국가를 꿈꾸는 한방내과전문의http://blog.naver.com/julcho
(전호에 이어)

 

■ Diagnostic Triad를 만들어라
마지막 강의에서는 Examples of Diagnostic Triad를 만들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정 증상에 대해서 가장 확률이 높은 질환 3가지 정도에 대해서 리스트를 만들고 illness script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급성 호흡곤란이 오면 폐색전, 심부전, 폐렴을 떠올리고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BPPV, 메니에르병, 뇌간의 뇌졸중 등을 떠올리라는 겁니다. 현재 배출된 대부분의 임상의들은 증후 증심의 의학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일일이 찾아봐야 하지만 요즘에는 좋은 책들이 많습니다. Patient’s History라는 책이 두통, 어지럼증, 호흡곤란, 복통처럼 증후 중심으로 구분이 되어 있고 진단을 위해서 어떤 질문과 이학적 검진을 해야 하는지 잘 설명해줍니다. (책 소개해 주신 한방내과전문의 제준태 대위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영어라서 보기 부담스러우신 분은 번역본인 ‘의사실기시험과 일차진료를 위한 진단학’(대한의학서적)을 찾아 보시면 됩니다. 직접 정리한 Disease illness script를 바탕으로 케이스 문제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공부법이 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 Epilogue
이 강좌를 듣고 나서야 진단이라는 행위는 참이냐 거짓이냐의 이분형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기준선에서 여러 가능한 진단들의 가능성을 평가하고 그 중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을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개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강좌를 듣는 내내 학부 때나 전공의 때 이런 내용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공부를 하는 내용도, 진료의 방향도 조금은 바뀌었을 거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진단의 기본 컨셉과 프로세스를 배웠다면, 진단을 위해서는 병력청취와 이학적 검진이 중요하다는 것과 실제로 병력청취의 과정과 이학적 검진을 해보았다면, 그리고 추정된 진단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된 검사들의 의미들을 해석하고 판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그 이후의 본과 고학년 수업 때 임상과목 수업을 다른 자세로 임하지 않았을까요? 진단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검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모르는 상태에서의 본과 임상 각과 수업은 “아 빨리 한약 잘 짓고 침 잘 써서 개원해서 돈벌어야지”에 급급해 있는 학생에게는 따분하기 그지 없는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들이 참 후회가 되고 아깝습니다.

그리고 학부 때 기본적인 생리, 병리, 약리, 해부, 진단검사 등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고 한의학 임상연구 논문을 읽는 것에 너무 많은 비중을 쏟는 일부 학부생들이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의약 RCT들이 가르쳐 주는 정보는 상당히 제한적인데 ‘이 질환에 이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 정도입니다. 그마저 새로운 내용이라기 보다는 교과서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을 통계적으로 ‘확인’했을 뿐입니다. 심지어 상당수 체계적 문헌고찰(SR)은 아직은 제공해주는 정보가 별로 없다시피 합니다. SR에서 ‘아직 이 질환에 대한 치료법에 대해 결론내리기 충분치 않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한다고 해서 그때까지 그 치료법은 사용하지 않을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질환을 관리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질환을 (한)의학적으로 진단을 했다는 것이 전제가 됩니다. 결국 학부 때 가장 힘을 쏟아야 할 것은 (한)의학적인 진단을 하기 위한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기본적인 학부 과정을 따라가는 것인데 그걸 등한시하고 임상 논문을 읽는 것에만 너무 치중하는 것은 학생 때부터 잘 나가는 임상가들만 쫓아다니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긍정적인 결과를 내는 한의약 임상논문들이 심리적 위안은 줄 수 있지만 임상의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능력을 배양하는 목적에는 효율적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병원 임상실습 기간 케이스 컨퍼런스 때 치료방법이나 효과가 아닌 진단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케이스 리포트는 저널에 투고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 케이스 자체로 치료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병 자체의 자연경과 때문에 호전되었을 경우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케이스 리포트에서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제대로 된 병력청취와 이학적 검진으로 가능성이 높은 추정진단의 리스트를 만들고 검사를 통해서 아닌 것을 배제하고 진단의 가능성을 더 높이는 과정입니다. 치료는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본태성 떨림을 보중익기탕으로 치료하겠다구요? 그 진단이 본태성 떨림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기본 전제인 본태성 떨림이라는 것 자체가 틀렸다면 그 케이스는 더 볼 것도 없습니다.

물론 이 강좌의 내용은 순수한 한의학 진단에 적용되는 부분이 아직은 많지 않습니다. 음허나 담음 진단 설문지나 중풍변증진단 같은 몇몇 한의학 진단 도구들이 개발되었지만 숫자가 많지 않습니다. 또한 유병률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전 확률을 알 수 없어서 설문지를 통해 양성이 나온다고 해도 검사후 확률 또한 아직 계산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임상에서 설문지를 통해 그 변증진단의 기준점수 이상이 나왔다 하더라도 그것이 100% 그 진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 입니다. 양도락 같은 한방검사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양도락이 예를 들어 신허를 진단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답변은 논외로 하고 양도락 검사 결과 신허가 나왔다고 해서 그 검사결과만으로 절대로 신허를 ‘확진’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한의계 내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자신만의 진단방법만으로 많은 질환을 ‘확진’할 수 있다고 광고를 하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이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단에 대한 위의 개념들을 알고 있다면 그 진단방법이 설령 검증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게 말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서 알게 된 개념들이라서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임상의사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는 분야이고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임상현장에 투입되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진단의 과정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졸업할 무렵까지만 해도 한의대에서는 진단에 대해서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학부 때의 저를 비롯해서 수업을 등한시하고 소위 고수라고 불리는 이들을 쫓아다녔던 학생들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저와 같이 혹은 저보다 먼저 졸업한 많은 임상한의사들도 비슷할 것입니다. 그 첫발을 디디는데 Coursera의 Clinical Problem Solving, 근거중심의 진단평가(원저: The evidence of clinical diagnosis), 위대한 그러나 위험한 진단, 의사 실기시험과 일차진료를 위한 진단학(원저: Patient’s History) 이런 책과 강의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세라나 EdX에는 이 외에도 흥미로운 주제의 의학 관련 강의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EdX에서 올 10월에 시작하는 Fundamentals of Clinical Trials, Fundamentals of Neuroscience 코세라에서 최근 진행중이거나 끝난 Medical Neuroscience, Case-Based Introduction to Biostatics, Introductory Human Physiology, 몇 개월 후 시작 예정인 Statistical Analysis of fMRI data, Design and Interpretation of Clinical Trials 등 그 외에도 많은 해부, 생리, 진단, 약학, 보건학, 임상의학 등의 강의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부 때 미처 배우지 못했거나 새로운 지식들을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한번쯤 문을 두드려 보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OCW의 수료도 보수교육 평점에서 일정부분을 온라인 수료로 평점 부분으로 인정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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