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2002·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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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2002·스페인)
  • 승인 2003.08.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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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을 사랑하는 남자


지고지순한 사랑영화라 불리는 작품이라면, 따라붙는 연상 작용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이라는 수식어이기에 신파라고 미리 분류해 버리기 쉽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가벼운 코드가 익숙하기도 하건만, 특히 ‘아트적’이라는 영화는 이런 분류작업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그녀에게’는 지독하게 한 사람만 바라보는 러브스토리다. 그리고 이미 인기를 끌고 있어, 관객들에게 익숙해져버린 장치들로 무장한 영화의 반대편에 작가의 독창적이고 신선한 발상이 주인이 되는 작품이 아트적이라고 전제한다면 ‘그녀에게’는 분명 후자이면서 신파와는 색깔을 달리한다.

이 영화를 요약하자면 ‘식물인간 여자에 대한 남자의 절대적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남자가 여자에게 바칠 수 있는 절대적인 사랑.

내용은 식물인간이 된 여자를 사랑하는 2명의 남자이야기가 엇갈려 나온다. 사랑의 대상인 여자는 의지와 감정이 배제된 식물인간 상태로 박제됐다. 한 주인공 남자는 그녀가 혼수에 빠진 후에야 간호사로서 이야기 상대가 되고, 돌봐주고, 애무하는 사랑의 행위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일방적이지만 헌신적인 사랑을 퍼붓는다. 하지만 여자의 곁에서 떨어져나가야 하는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결말에서 이 사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마무리된다.

식물인간, 즉 정신이 결여된 육체에 대한 사랑은 상호소통의 정상적인 사랑에 비추어서는 분명 ‘변태’다. 영화 속에서 남자간호사도 주변으로부터 그렇게 몰려 여자에게서 격리됐다. 하지만 여자의 몸을 닦아주고, 그녀가 좋아하는 일들을 체험하고 돌아와 부드럽게 들려주는 이 남자의 사랑만을 놓고 본다면 너무나 진실되기에 감독은 관념적으로만, 또한 관념적이기에 존재할 수 있는 절대적인 사랑을 탐미적으로 그려내는 듯 하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것, 영화 속에서 인용되는 또 하나의 흑백무성영화인 ‘애인이 줄 었어요’. 7분 가량의 짧은 이 영화는 여자 과학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애인이 개발 중인 약품을 마신 뒤 몸이 손가락만한 크기로 작아져, 애인의 몸을 훑다가 결국 여인의 자궁속으로 들어간다는 내용으로 감독이 직접 만든 또 하나의 소품이다. 여성을 숭배의 대상화하는 감독의 또 다른 표현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남자 간호사 베니그노(하비에르 카마라)는 사랑하기만 할 뿐 평소 지켜보기만 하던 발레니아 알리샤를 맡게 된다. 그녀는 식물인간이 되어 더 이상 의식이 없지만, 베니그노는 그런 그녀를 돌보면서 사랑을 키워나간다. 한편 기자 마르코(다리오 그랑디네티)가 사랑하는 여자 투우사 리디아도 경기도중 식물인간이 된다.

한 병원에서 만난 비슷한 사정의 두 남자의 기이한 사랑이 펼쳐지는데…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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