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범죄자를 아버지로 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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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범죄자를 아버지로 둔 소년
  • 승인 2013.12.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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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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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2013년 한 해 동안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외화까지 포함하여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2억명을 돌파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영화를 본 관객이 2년 연속 1억명 이상이고, 2013년 박스오피스 탑10 안에 한국영화가 8편이라는 점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가 중반 이후 주춤하면서 매년 위기설에 봉착했던 한국영화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벌써 샴페인을 흔들며 자축한다면 몇 년 전 암울했던 시기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자중하면서 좀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감독 : 장준환
출연 : 김윤석, 여진구, 장현성, 조진웅, 김성균, 박해준

그런데 최근 우리 영화를 보다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있는데 가면 갈수록 영화에서 보여주는 폭력의 표현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이 아닌 성인들이 보는 영화에 국한되어 있고, 개인차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다보면 특별히 강조되지 않아도 될 장면임에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사실 이런 장면들이 영화의 흥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점차 더 감정이 메말라버리면서 그 어떤 장면에서도 감정을 못 느끼는 무감각 상태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화이(여진구)는 늘 교복을 입고 다니지만 학교에 가는 대신 5명의 아버지들인 냉혹한 카리스마의 리더 석태(김윤석), 운전전문 말더듬이 기태(조진웅), 이성적 설계자 진성(장현성), 총기전문 저격수 범수(박해준), 냉혈한 행동파 동범(김성균) 등이 지닌 기술을 배우며 자신의 과거를 모른 채 순응하며 지낸다. 하지만 화이가 아버지들만큼 강해지기를 바라는 리더 석태는 어느 날 범죄 현장으로 화이를 이끌고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화이는 5명의 아버지들에게 반항하기 시작한다.

영화 제목이자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이기도 한 ‘화이’는 원래 장진 감독이 자신의 작품 속 여주인공으로 많이 사용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 이 영화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장진 감독의 작품이 아닌가라는 착각을 하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유괴되었을 때 화이목 화분에 있었던 아이라는 점 때문에 화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한 남학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유괴범들이 유괴한 아이를 죽이지 않고 기르면서 킬러 교육을 한다는 초반 설정은 여느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이면서도 참신하다.

그러나 영화는 이 독특한 소재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채 중반부터 너무 일찍 갈등이 터져버리면서 후반부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없어도 됐을 법한 잔인한 폭력 장면들로 구성해버리고 있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무수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영화는 매우 친절하게 답을 해주지는 않는다. 그로 인해 주인공들의 심리와 행동들이 감정이입 되지 못 한 채 겉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지구를 지켜라’ 이후 10여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장준환 감독이 연출하고, 이창동/이준동 형제가 제작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김윤석을 비롯한 배우들과 더불어 TV 드라마의 아역계를 평정하고,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여진구의 연기가 더해지면서 그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관객들은 자극적인 폭력 장면보다는 감정이입할 수 있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관계자들이 꼭 인지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감독이 함께 한 작품임에도 시너지가 폭발하지 못한 채 240만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만족했던 ‘화이’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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