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되돌리기’ 큰 웃음 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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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되돌리기’ 큰 웃음 뒤의 눈물…
  • 승인 2014.01.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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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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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수상한 그녀
「벤자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소설이 있듯이 필자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더니 시간이 겁나게 빨리 간다’라는 소설을 써야할 정도로 문득 달력을 보니 2014년의 1월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은 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물론 흘러가는 세월은 잡을 수 없다고 누군가가 얘기했지만 가는 세월이 아깝지 않고 뿌듯해지려면 지금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시테크에 앞장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좀 힘든 일이긴 하다.

그래서 영화에서 시간 되돌리기라는 소재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개봉하는 ‘수상한 그녀’ 역시 시간 되돌리기를 통해 다시 젊음을 얻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감독 : 황동혁
출연 : 심은경,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은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밤길을 방황하던 말순은 오묘한 불빛에 이끌려 ‘청춘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난생 처음 곱게 꽃단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고 나오는 길, 그녀는 버스 차창 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오드리 헵번처럼 뽀얀 피부, 날렵한 몸매를 가진 탱탱한 꽃처녀의 몸으로 돌아간 것이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의 젊은 모습에 그녀는 스무살 오두리(심은경)가 되어 빛나는 전성기를 즐겨 보기로 마음먹는다.

시간을 마음대로 다루는 것이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기에 영화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만큼 어쩌면 ‘수상한 그녀’ 역시 조금 뻔한 영화로 될 뻔 했지만 바로 올해 만 20세가 되는 심은경이라는 배우 덕분에 남녀노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범상치 않은 영화로 변모하였다. 이미 ‘써니’를 통해서도 그녀만의 코믹 연기를 맘껏 보여줬던 심은경이 실제로 54세나 차이 나는 대선배 나문희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은 큰 웃음을 주는 이 영화만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노인 문제를 우회적으로 돌려서 표현하고 있는 ‘수상한 그녀’는 할머니, 어머니를 모시고 오랫동안 살았다는 감독답게 그들의 일상을 매우 디테일하게 그리면서 누구나 공감하게 만든다. 물론 큰 웃음 뒤에 눈물이 동반하는 전형적인 구성에 좀 뜬금없는 결말이 좀 아쉽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주제들을 생각해 본다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노인들도 예전에는 꿈 많은 청춘들이었지만 먹고 살기 바빴던 현실은 그들의 꿈을 진짜 꿈으로만 남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이란 가정을 갖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현재 가는 세월을 한탄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겁나게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을 붙잡지 못해 아쉬워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내가 갖고 있는 그 꿈을 위해 시간을 조금씩 아껴 써야 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요즘 대세남 김수현이 맨 마지막에 카메오로 등장하는 깨알 재미도 볼 수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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