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울린 아버지의 뜨거운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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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울린 아버지의 뜨거운 약속
  • 승인 2014.02.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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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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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또 하나의 약속
우리가 보는 거의 대다수의 영화는 픽션을 기반으로 한 극영화들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허구의 이야기를 마치 현실인 듯 착각하면서 울고 웃으면서 영화를 즐기고 있다. 그래서 간혹 허구인 줄로만 알았던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을 접했을 때 오는 충격은 가히 엄청나게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실화 영화는 이미 일어났던 사건을 보여주기 때문에 결말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줄 수 있는 감동의 힘이 픽션 영화보다 몇 배는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변호인’이 천만관객을 돌파하면서 실화 영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시기, 또 한 편의 실화 영화가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감독 : 김태윤
출연 : 박철민, 윤유선, 김규리, 박희정

택시기사 상구(박철민)는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는 평범한 아버지이며, 딸 윤미(박희정)가 대기업에 취직한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한편으론 넉넉치 못한 형편 때문에 남들처럼 대학도 보내주지 못한 게 미안했지만 윤미는 빨리 취직해서 아빠 차도 바꿔드리고 동생 공부까지 시키겠다며 밝게 웃는다.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입사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윤미가 큰 병을 얻어 집으로 돌아오자 상구는 가슴이 미어진다.
그러나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회사에 들어갔던 윤미가 제대로 치료도 받을 수 없자, 힘없는 못난 아빠 상구는 상식 없는 이 세상이 믿겨지지 않는다. 상구는 차갑게 식은 윤미의 손을 잡고 아무것도 모르고 떠난 내 딸, 윤미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약속한다.

이 영화의 원제는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고 한다. 사실 이 제목만 보면 누구나 떠오르는 것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1위이자 무노조 정책 등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기업이기도 한 ‘삼성’이다. 바로 ‘또 하나의 선택’은 그동안 뉴스에서 한 번 쯤은 들었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여직원 고(故)황유미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알 뿐 자세한 내막과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등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한 순간 스쳐 지나가는 뉴스에 불과할 수 있었던 사건이 제작진과 주인공 가족들의 노력으로 영화화 되면서 그 당시의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대기업과의 투쟁만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성의 영화는 아니다. 대신 먼저 간 자신의 딸을 위해 발 벗고 뛰어다닌 아버지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담으며 가족 간의 사랑을 주된 주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그 결과 기존 상업 영화의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일반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금액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이처럼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또 하나의 약속’은 실화이기에 영화의 내용이 이미 다 알려진 상황이지만 기존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소재를 과감히 다루면서 영화의 사회적 기능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노개런티로 출연한 박철민의 아버지 연기는 딸을 위한 뜨거운 부성애와 함께 감동과 희망을 느끼게 해준다. 설 연휴와 입춘도 지나면서 봄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에게 허구가 아닌 실존 인물이 전해주는 감동을 통해 가족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느끼길 기원한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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