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없이 처방되는 한약(천연물신약)은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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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증없이 처방되는 한약(천연물신약)은 시한폭탄
  • 승인 2014.03.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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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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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천연물신약으로 한의계는 큰 내홍을 겪었고, 급기야 최근 천연물신약 고시 무효 소송결과 발표까지 약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천연물신약은 지속적인 이슈메이커로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요즘 일선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에서 환자들이 받아오는 처방전을 살펴보면, ‘신바로’, ‘레일라’, ‘조인스’ 같은 약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한의사의 권리 문제 외에도 천연물신약의 등장으로 무늬만 신약인 이 천연물신약을 의사들이 한약에 대한 이해 없이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은 환자의 건강 관리 측면에 있어 적지 않은 부작용을 불러 올 것으로 예측된다.

“개개인의 체질에 맞춰 치료를 시행하셔야 한다.”
“개개인의 상태, 즉 증(證)에 맞춰 한약을 처방해야 한다.”

사실, 어떤 치료를 시행하든 아주 기본이 되는 말이지만, 한약을 기반으로 한 천연물신약 문제가 불거진 이 시점에서 한약 변증치료의 중요성을 일본과 중국에서의 사례를 통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일본에서의 사고를 살펴보자. 일본에서는 한방제제를 많이 사용한다. 한방제제는 한약을 가루형태의 엑기스로 만들어 둔 것이다. 일본에서는 한의사가 없는 관계로 한방의학연구회 소속 의사 외에도 한방의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많은 의사들이 논문에서 밝혀진 효과 위주로 한방약을 활용하고 있다.
90년대 이러한 체계 속에서 체질과 상태에 따른 치료라는 원칙을 어기다가 큰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다음은 당시 언론에 소개된 내용이다. <사진 참조>
 <기사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여기서 소시호탕을 ‘일본의 한방 간염 치료제’라고 소개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인식이 문제의 출발이었다. 한방약 처방시 소시호탕을 선택하는 기준은 간염이라는 질병명이 아닌, 소시호탕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소시호탕을 사용할 수 있는 환자와 소시호탕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가 있다. 바로 이것을 구분해내는 능력이 한의사 고유의 스킬(skill)이다. 그런데, 당시 일본에서는 당시 간염에 소시호탕이 좋다는 몇몇 보고를 토대로 증(證)에 대한 고찰없이 무작정 처방했다.

그 결과, 간질성 폐렴 대량 발생이라는 처참한 상황이 발생했고, 이후, 일본 한약업계는 잠시 침체에 빠졌다. 요 근래 재차 많은 연구와 더불어 한방약 부흥기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 배후에는 일본 한방 전문의사들의 꾸준한 학습과 위 상황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변증의 중요성을 실감한 것이 있다.
실제, 여러 일본의 한방약 사용 가이드라인에는 근거를 중시하되, 한방의학 고유의 특징을 이해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에는 중성약이 있다. 중국 의료제도 상 의사는 중의와 서의로 나누어지는데, 중성약은 중의 뿐 아니라, 서의에 의해서도 처방된다. 2012년 4월 북경시 중의약관리국과 북경시 중의약학회가 공동조사, 발표한 서의의 중성약 사용현상에 대한 대규모 조사연구인 ‘中成藥合理使用與上市後再評價’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중성약의 70%는 서의에 의하여 처방되고 있으며, 변증의 오류 등 중성약의 불합리한 사용으로 밝혀진 케이스가 40%로 나타나, 서의에 의한 중성약의 사용은 많은 문제점들을 가진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북경시 ‘中西醫結合醫院’의 2010년도 중성약 처방전을 분석한 결과, 중성약의 70%를 서의가 처방하고 있으며, 33.4%가 잘못된 처방이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단지, 불합리한 사용으로 밝혀진 케이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중약 불량반응 사례가 1980~1989년에는 모두 280례가 보고되었는데, 1990~1999년에는 2452례로 9배나 증가하였다. 이러한 중약불량반응의 급격한 증가배경에는 서의들의 중약처방에 의해 불량반응이 증가한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차례인 것일까? 천연물신약의 등장으로 일본과 중국에서 겪은 잘못된 시스템이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적용되고 있다. 타산지석, 반면교사라는 말이 있다. 현대 우리의료에 필요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한약은 무조건 몸에 좋고, 부작용이 없는 약이 아니다. 변증 없이 처방하면 몸에 독이 될 수 있는 약이다. 천연물신약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지는 일본과 중국의 사례가 이미 답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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